[기고]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한글날 제정' 발의하기까지
[기고] 캘리포니아 주의회에 '한글날 제정' 발의하기까지
  • 박동우<섀런 쿼크-실바 캘리포니아주의원 보좌관>
  • 승인 2019.08.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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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런 쿼크-실바 주의원이 발의 주도...보좌관으로 발의 제안해
박동우 씨
박동우 씨

2018년 11월 6일, 남들은 일생에 한번도 선거에 출마를 하지도 않는데, 나는 이날 선거에서 2번째 낙선했다.

미국내 한인이 두번째로 많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 한국어 이중언어 몰입 프로그램이 없고, 차세대의 정체성 확립과 자긍심을 심어주는데 한글 교육이 최선이라 믿고 생각했기에 교육위원으로 출마했었다.

그리고 1998년 영어 교육을 전적으로 영어만을 사용해서 가르쳐야 한다는 주민 발의안이 통과된 후, 2016년 보다 효과적인 영어 교육에는 이중언어 몰입 프로그램이 적절하다는 ‘주민 발의안 58’이 다시 압도적으로 통과해서 교육위원으로 영어 미숙 학생들이 다 언어 구사 능력을 배양하고 그리고 다문화를 습득하여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일꾼으로 자라는데 한 몫을 하도록 만들고 싶어서였다. 내가 영어를 이중언어로 배웠다는 점도 용기를 줬다.

하지만 선거는 쉽지 않았다. 교육위원 선거에서의 낙선은 첫째도 둘째도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 생각한다.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다 보니 나의 선거 벽보를 가게 벽에 못 붙이게 하는 한인 상인도 있었다. 교육위원에 대해서는 시의원, 주 하원의원 그리고 연방하원의원 과 달리 한인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점도 있었다.

나는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불편하다. 하지만 누구 못지 않게 한인 사회를 위해 무상으로 많은 봉사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활발한 활동을 미 주류사회에서 인정받아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 1기 때인 2009년 미 백악관 직속 장애정책위원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임명을 받고 미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아 연방 정부 고위직인 차관보급에 이름을 올린 한인 동포중 한명이 되었다.

이러한 봉사활동 경험과 많은 지인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교육위원 선거에 낙선해 지인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그러나 낙선의 아픔을 잊고자 나는 본업인 주 하원의원 보좌관직에 더욱 열심히 매진하였다. 내가 보좌하는 섀런 쿼크-실바 주 하원의원을 도와 김영옥 대령 기념 고속도로 표지판을 5번 고속도로 상하행선에 2개 를 완성시키기도 했다. 한인의 날, 유관순의 날 등의 주의회 결의안도 최석호 의원과 공동 발의로 섀런 쿼크-실바 의원께서 적극 참여 통과 시키도록 보좌했다.

그러나 교육위원 낙선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한글 교육에 대한 나의 염원 또한 식어들지 않았다. 2019년 여름 방학이 가까워지면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나는 한국어 학교 졸업식에 졸업생들, 학부모들, 그리고 한국어 선생님 교사들께 섀런 쿼크-실바 주 하원의원을 대신하여 표창장을 수여하러 바쁘게 여러 한글 학교 졸업식에 참여했다.

졸업식의 표창장 수여식에서 학생들과 학부모께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글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체성과 자긍심 향상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직업 전선에서의 다중언어 능력과 다문화 습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기를 거듭했다.

그러면서 집에 돌아 오는 길에 ‘아 바로 이거다’라고 머리를 스친 게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한글날을 지정해 발표한다면 한글 보급에 얼마나 큰 파급 효과가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 오른 것이다.

나는 바로 한글날에 대해 자료를 모아 영어로 결의안을 작성하고 쿼크-실바 의원을 설득해 발의를 요청했다.

쿼크-실바 의원은 그 동안 한인의 날, 아리랑의 날, 김영옥 대령 기념 고속도로 표지판 만들기 등에 한번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북미 관계를 평화적인 외교를 통해 해결하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절대 피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편지 보내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도산 안창호의 날 제정 공동 발의에도 적극 나섰다. 그처럼 한인사회 일에 한번도 망설이지 않고 발의에 나서던 의원님이 주저했다.

가까스로 듣게 된 의원님의 말씀은 이랬다. 몇 개월 전에 모 한인 단체장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 편지에는 “당신은 한인이 아니니 한인 관련한 모든 것에서 손을 떼라”는 투의 어처구니없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설득하는 나에게 의원님은 한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단체장 10명한테서 한글날 주의회 결의안을 발의해 달라는 지지 편지를 미리 받아오면 발의를 고려하시겠다는 얘기였다. 한명의 어이없는 한인 단체장의 편지 때문에 별 고생을 다 하는구나 하고 화도 나고 열도 났지만, 그럴 때가 아니였다. 당장 10개 단체장들의 협조 편지을 받아 의원님께 드리고 발의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주 의회 하원 상원 공동 결의안을 Assembly Concurrent Resolution( ACR)이라고 한다. 당시 발의하려는 ACR 번호가 ACR 105였다. 나는 조금 욕심이 생겼다. 한글날이 10월 9일이니 이왕이면 조금 기다렸다가 ACR 109번호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드디어 그 번호 차례가 왔다. 2019년 6월 27일, 의원님은 ACR 109로 사크라멘토 주 하원에 한글날 지정을 발의했다. 섀런 쿼크-실바 주 하원의원은 정말 고마운 분이다. 그리고 다음 날, 주 의회 법제처 웹사이트에 연결해서 ACR 109을 조회해 보고 나는 다시 놀랐다. ACR 109 한글날 주 의회 지정 발의안을 쿼크-실바 의원 혼자가 아니라 최석호 주의원과 엘에이 한인타운을 지역구로 둔 미구엘 산티아고 주 하원의원 등과 세분이 공동 발의했던 것이다. 비밀리에 혼자 한 게 아니라, 공동발의로 힘을 모은 섀런 쿼크-실바 주 하원의원이 자랑스럽다. 이 의안이 통과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한글날이 생기고, 모두가 함께 한글날의 뜻을 기리게 된다. 그날이 기다려진다.

박동우씨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차관보급인 장애정책위원으로 임명받았다.
박동우씨는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차관보급인 장애정책위원으로 임명받았다.

<필자소개>

박동우씨는 1970년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한 뒤 미 대 기업에 근무했다. 1988년 현재의 AT&T 전화회사에 한국어 부서를 개설하여 영어에 불편한 동포들을 돕고 또한 한인 동포들의 미 주류 기업체 입사의 발판을 마련했다. 1998년 한미 박물관 건립 기금으로 주정부에서 25만불 유치를 돕고, 1998년 IMF기금 한국 유치, 2010 한미 FTA 조기 인준을 위해 풀뿌리 운동을 펼쳤다. 2003년 한인 노인들을 위해 마을 버스 3대 및 운영 기금을 무상 유치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임명과 미 연방상원의 인준을 거쳐 2013년까지 미 백악관 직속 장애 정책 위원으로(차관보급) 5천 7백만 미 장애 인의 권리와 재활, 고용등의 전반 정책을 담당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섀런 쿼크-실바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한인 사회에 필요한 사항들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고 있다. 2017년과 2018년 아리랑의 날 제정, 김영옥 대령 기념 고속도로를 제정하는데 큰 역활을 했으며, 도산 안창호의 날 제정에도 기여했다.2004년, 26년 근속한 AT&T 통신회사에서 대외 홍보 디렉터(Director of External Affairs)로 조기 은퇴하고, F&M 은행 VP 로 2010년까지 근무하기도 했다.

남가주대학에서 경영학 학사, 그리고 피닉스 경영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섀런 쿼크-실바 주하원의원과 함께.
섀런 쿼크-실바 주하원의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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