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서로 끌어주는 유대인 전략 배워야”
"한인들 서로 끌어주는 유대인 전략 배워야”
  • 이규복 기자
  • 승인 2010.07.2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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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 찾은 한인 차세대 지도자 5명 좌담회

한인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는 다섯 명이 2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베네트 김 미국 ‘빅 락 파트너스’ 공동대표, 김숙현 일본 도호쿠 국립대 법학부 교수, 블라디슬라브 김 러시아 칼루가시 이민청 난민문제 전문가, 이현주 호주 인권위원회 선임 조사·중재 담당관, 나호연 프랑스 KPMG 컨설턴트.

“먼저, 소주부터 한 잔씩 할까요? 아니면 사케(일본)? 보드카(러시아)? 코냑(프랑스)? 호주엔 어떤 술이 있죠?” 미국 동포 베네트 김의 농담에 각각 다른 나라에서 온 차세대 한인 지도자들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첫 만남에 어색해하던 분위기도 녹아내렸다.

이들은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권영건) 주관으로 26~29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세계한인차세대대회 2010’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날아왔다. 본지는 대회 참가자 90여 명 중에서도 지역과 활동분야·나이·성별 등에서 대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다섯 사람을 모아 좌담회를 열었다.

‘글로벌 코리아의 현주소와 차세대 한인 리더의 역할’ 주제의 이 좌담은, 행사 개막 하루 전날인 25일 행사장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에서 이뤄졌다.

 

 

◆천안함, 세계 주류언론선 ‘단신’=참석자들은 천안함 사건과 한·미 국방·외교장관이 함께한 2+2 회담 등 한반도 빅 이슈를 둘러싸고 대화를 시작했다.

먼저 국제언론의 무관심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프랑스의 기업 컨설턴트인 나호연씨는 “한인 인구가 적은 유럽에선 한국 상황을 거의 모른다”며 “태국 시위나 중국 쓰촨 대지진과는 달리 천안함 사건은 단 1분도 보도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부동산 투자 전문가인 베네트 김 대표는 “한국 경제에 대한 미국 내

 
관심과는 별개로, 2+2 회담은 신문 국제면에 단신 정도로만 처리됐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거세게 비난하고 DMZ까지 방문하며 한국 정부를 지지한 사실도, 일부러 찾아 읽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작게 취급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고려인 4세인 블라디슬라브 김은 “고려인들은 이주 150년 역사 동안 성실한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천안함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돼 입장이 곤란해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국의 위상이 곧 해외동포의 위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이미지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요한 건 국가 이미지=일본의 국제정세 전문가인 김숙현 교수는

 
“재외동포 700만 ‘코리안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해외에 퍼져 사는 것)’ 시대라지만, 한국의 국제정치적 위상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류 덕분에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문화적 위상이 높아진 건 사실이나, 분단이라는 한계상황 때문에 정치·경제적 위상은 국가간 이해 관계에 따라 격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김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한인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도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가 아닌 ‘한국인이냐’는 질문을 먼저 받아본 적이 없을 정도로 국가 브랜드 인식이 낮고, 아시아 여러 민족 중에서도 유독 서로를 깎아내리는 한국인들의 성향에 대한 아쉬움이 주를 이뤘다. 이를 개선할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호주 인권위원회 이현주 변호사는 “한국과의 무역량이나 교류에 비해 각국의 미디어 주목도와 노출이 적은 것도 큰 문제”라며 “관광·음식으로 유명한 태국이나 인도처럼 국가의 대표 이미지를 선정하고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기간 중 오페라하우스 앞에 50여 개 나라의 국기가 게양됐는데 태극기는 없었다”며 “관련 기관에 전화를 돌려 자초지종을 파악하고 한국대사관에 이를 알리자 ‘대학생이냐?’고 반말로 대꾸하더라”며 불쾌한 경험을 들려줬다.

 
◆‘한인 네트워크’ 만들어야=나호연씨는 “학교에 다닐 때 방학 때마다 프랑스 친구들을 데려와 한국을 보여줬다”며 “삼성·LG 같은 글로벌 기업의 활동이 모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조언하겠다”고 다짐했다.

베네트 김은 “아무리 명문대를 나오고 영어를 잘해도 주류 사회에 진입하는 데는 눈에 안 보이는 ‘유리천장’이 있다”며 “하나뿐인 자리를 놓고 우리끼리 경쟁하지 말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유대인 전략’을 배우자”고 제안했다. 대화를 마친 이들은 서로 ‘페이스북’ 주소를 나눠 적었다. 또 하나의 청년 네트워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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