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코리안] 한류 20년에 생각한다
[비바 코리안] 한류 20년에 생각한다
  • 정길화(방송인, 본지 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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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중국 공영방송인 CCTV를 통해 방영된 '爱情是什么(사랑이 뭐길래)'.
1997년 중국 공영방송인 CCTV를 통해 방영된 '爱情是什么(사랑이 뭐길래)'.

올해는 ‘한류(韓流)’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20년 전인 1999년 11월 19일 중국의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가 ‘한국의 대중문화 붐’을 가리키는 말로 '한류(韩流)'를 사용한 게 그 효시로 알려져 있다. 물론 ‘현상으로서의 한류’는 이전부터 있었다. 단적으로 중국에서의 <사랑이 뭐길래> 열풍이다. 1997년 6월 15일, 중국 CCTV에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극본 김수현, 연출 박철)가 <爱情是什么> 즉 ‘사랑이 뭐길래’라는 뜻 그대로의 제목으로 방영하기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 오전 9시 10분에 방영한 <爱情是什么>는 최고 시청률이 15%에 달했고, 종영되자 재방송을 요청하는 전화와 편지가 쇄도했다. 이에 CCTV는 2차 방영권을 사서 1998년 저녁에 재방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전까지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외국 드라마의 시청률이 2% 내외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를 얻었는지 알 수 있다(이은숙 논문). 당시 MBC 베이징 특파원은 중국어판 <사랑이 뭐길래>의 시청자가 평균 1억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90년대 중반 도도하던 한국 드라마의 붐은 1999년 ‘한류’의 명명으로 본격화했다. ‘한류’ 용어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주장이 있다. 우선 사용된 시기로 제일 앞선 것은 ‘대만 기원설’이다. “첫째, 대중문화 용어 한류(韓流)는 1998년 12월17일 대만 <연합만보(聯合晩報)>에서 기원했다. 둘째, 경제 현상 용어 한류(韓流)는 1997년 12월12일 대만 <중국시보(中國時報)>에서 기원했다”는 학설이 그것이다(홍유선, 임대근(2018), ‘용어 한류(韓流)의 기원’).

다음이 바로 ‘중국 기원설’이다. 출전은 예의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다. 1999년 11월 북경의 노동자체육관(工人體育館)에서 ‘쿵따리샤바라’의 클론(酷龍)이 공연한 이후 북경청년보 1999년 11월19일자 기사에서 한류(韩流)라는 말을 가장 먼저 쓴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東風도 東漸할 때가 있다”). 이은숙 교수는 “<사랑이 뭐길래> 등 드라마 방영으로 조성된 한국에 대한 관심이 H.O.T의 음반 발매와 더불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열기가 조성되기 시작할 무렵 클론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그런 용어를 만들어냈다”고 보았다(2002 ‘중국에서의 '한류' 열풍 고찰’ 제1회 세계한국학대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이에 대해서는 1999년 한국의 문화관광부에서 중국에 한국가요를 홍보하기 위하여 ‘韓流- Song from Korea’라는 CD를 배포하면서 먼저 사용했다는 주장이 있다. 즉 ‘한국 기원설’이다. 장규수 교수는 논문에서는 “현재 본 음반의 정확한 배포 시점을 알 수가 없으나 ··· 엔터테인먼트아시아네트워크의 보고서 <글로벌음악시장 지형도 작성 및 한국음악의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연구(2004)>에 의하면 1999년 가을에 제작, 배포됐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장규수(2011). ‘한류의 어원과 사용에 관한 연구’).

그런데 필자는 1999년 당시 ‘韩流- Song from Korea’ CD를 제작, 보급한 제작자(Executive Producer) 두 명 중 한 사람을 최근에 만날 수 있었다. 그를 통해 학계에서 논쟁 중인 ‘한류 명명’의 기원에 대해 확인을 시도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문체부에서 CD 음반을 제작할 때 영어, 일본어판과 달리 중국어판 <韩流-Song from Korea>의 제목은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확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한류(韩流)’라는 말은 당시 잘 아는 지인인 중국의 팡강량(方剛亮, Fang Gangliang) 감독이 명명한 것이다(한족인 팡 감독은 1972년 8월 장쑤성 출생으로 신장에서 자란 후 1995년 북경 전영학원 감독과에 입학해서 대학원까지 마쳤다. 그는 <샤오엔 이야기>(2004), <성룡의 쿵푸 마스터>(2011) 등을 감독했다. 2. 韩流 CD는 한국에서 제작해 1999년 겨울부터 중국에서 배포했으며 1, 2집까지 만들었다. 중국 가수가 한국가요를 부르는 3집까지 구상을 했는데 제작에 이르지는 못했다. 3. 팡 감독이 ‘한류(韩流)’라는 말을 명명했을 때, 그가 <북경청년보> 해당 기사를 보았는지는 모른다. 한족으로서 중국어가 모국어니까 여러 가지를 참고해 알아서 썼을 것으로 생각했다.

현재 학계에서는 기존의 ‘중국 기원설’에 ‘한국 기원설’이 논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논의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무엇이 최초인지는 팩트체크의 대상일 뿐이다. 이를 ‘한국인의 자만심’ 혹은 ‘문화사대주의’ 문제로 보는 것은 초점에서 벗어났다고 본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됐다”고 했듯, 한류 역시 이름이 명명됨으로써 하나의 현상이 되고 이슈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 현상을 ‘韩風’이나 ‘韩熱’이 아닌 ‘韩流’로 부른 의도가 무엇인지 살피는 것은 다음 단계의 일로 생각한다.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저력과 대외적 소구력을 보여준 사례다. 이를 ‘한국문화의 쾌거’라거나 ‘한국적 문화DNA의 승리’라는 등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그야말로 누적된 문화적 콤플렉스의 반증이다. 오늘날 문화가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상호 발전하는 것으로 쿨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무엇보다 보편적인 스토리텔링이 있는 콘텐츠라면 지구촌 어디에서도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지난 20년의 성과가 말해주고 있다. <굿닥터>, <복면가왕>, BTS 등의 연이은 선전은 일각에서 나오는 ‘한류소멸론’을 그야말로 소멸시켜 왔다. 이제는 차분히 한류 콘텐츠를 즐길 일이다.

필자소개
정길화(MBC PD, 언론학 박사, 본지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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