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사자성어] 화이부치(華而不侈)
[미학의 사자성어] 화이부치(華而不侈)
  • 하영균(상도록 작가)
  • 승인 2019.12.2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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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치(華而不侈)

화이부치(華而不侈)는 검이불루의 짝으로 쓰이는 말이다. 말뜻은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화(華)의 의미가 중요한데 이 근본적인 뜻은 잘 드러낸다는 의미이다. 즉 빛이 나서 널리 알린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치(侈)하다는 의미는 무절제하고 과장되고 난잡하다는 의미이다. 즉 우아하게 화장한 성숙한 여인의 모습과 얼굴에 있는 대로 화장을 떡칠하고 길거리로 몸 팔러 나온 여자의 모습을 대비시켜 표현한 것과 같다. 즉 아름다움이란 과장되고 난잡하기 시작하면 그 끝이 없다. 그런 순간 그 미학의 중심은 사라지는 것이다. 화이부치(華而不侈)의 미학은 백제의 미학관에서 출발한다. 백제의 남아 있는 유물 중에 가장 대표적인 유물이 바로 국보 287호로 지정된 백제금동향로이다.

이 백제 향로에는 단순한 장식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상의 표현이 장식으로 되어 있다. 향로에는 신선 세계의 중심인 산(山), 박산(博山)을 표현하면서 용 봉황 연꽃 산 등 수 없는 물상들이 표현되어 있다. 물속에 뿌리 밖은 연꽃이 용의 통하여 연꽃의 꽃봉오리로 피어나는 것을 형상화 하는 것이다. 신선 세계를 표현하고 있기에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한 배치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단순히 백제 향로는 장식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시대의 사상을 표현한 것이다. 화(華)하다는 의미는 사상이 있어야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것과 일치하다. 치(侈) 하는 것은 그 사상적 체계가 무너진다는 의미이다. 사상은 널리 알려야 하지만 곡해되거나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런 백제의 미학관은 고려 시대로 계승되었다. 화이부치(華而不侈)의 미학 사상이 고려시대 예술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청자와 단청이다. 청자가 가지는 화려함과 그 우아한 색은 세계 최고의 도자기 기술이라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실제 시대별로 확인해 보면 고려 시대의 청자만큼 최고의 색과 화려한 장식의 모양을 갖춘 도자기는 없다. 고려의 청자는 최고의 기술의 산물이고 최고의 예술품이다. 상해 박물관에 가보면 청자의 시대별 연대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속에 확인해 보면 고려청자만큼 그 색과 장식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없다. 즉 화이부치(華而不侈)의 전형적인 모습인 것이다. 도자기사를 연구한 사람들의 의견은 그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가마의 온도에 있다고 한다. 1800도가 넘는 가마를 만들었던 곳이 그때는 고려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청자를 구워낼 수 있었다고 한다. 화이부치(華而不侈)의 미학 사상은 바로 청자를 만들어 내는 그 바탕의 미학이다. 청자의 문양에 담긴 사상은 바로 음양오행 사상이다. 이것은 백제금동향로의 기본 사상과 연결된 것이다.

이것은 또 단청으로도 이어지는 데 백제 시대에는 많이 하지 않던 단청이 고려 시대에는 어느 사찰이나 단청을 하였다. 단청이 가지는 나무의 보존성도 중요하지만, 단청을 통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 주고자 한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사찰을 찾아가면 가장 감탄하는 것이 바로 단청문양이다. 특히나 오래된 절의 단청은 예술이다. 단청 또한 그 바탕에는 불교의 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단청이 색만 입히는 장식이 아니라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한 오방색을 중심으로 당초(唐草) 문양을 입혔다. 그 출발은 중국에서 왔지만, 그 기원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그만큼 오래된 문양이다. 문양은 단순히 장식이 아니다. 문양은 그 시대를 대변하는 사상을 표현한다. 단청이 본격적으로 고려 시대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지만, 그 미학적 기준은 화이부치(華而不侈)이다. 즉 화려하고 불교의 사상을 드러내지만, 무절제하거나 난잡하지 않게 장식되는 것이다. 그리고 엄숙함도 더해진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 화이부치(華而不侈)의 미학을 계승해야 하는 분야는 패션 디자인 분야이다. 패션은 생존을 위한 용도와 상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상징이 바로 사상적 맥락을 의미한다. 실제 패션에는 알게 모르게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시대적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 어쩌면 패션일지 모른다. 그만큼 변화가 많고 누구나 선택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그 시절을 살 때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난 후 그 시대의 패션을 보면 이질감을 느끼고 나름의 다른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 바로 시대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화이부치의 미학 사상이 패션의 미학의 기준이 된다는 것은 화려하지만 즉 드러내서 널리 주목을 받고자 하지만 사치하지 않아야 하는 즉 개념도 없고 무절제한 패션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국의 패션이 세계적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미학정신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로 보면 화이부치(華而不侈) 그 미학의 깊이를 더한다면 한국의 패션 산업도 세계적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 어떤 분야든 그 사상의 뿌리가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의미로 보면 한국 패션의 뿌리 미학은 화이부치(華而不侈)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농생물학과 졸업,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 전공 수료, 가치투자 전문 사이트인 아이투자 산업 분석 칼럼 연재(돈 버는 업종분석), 동서대학교 전 겸임교수(신발공학과 신제품 마케팅 전략 담당), 영산대학교 전 겸임교수(신제품 연구소 전담 교수), 부산 정책과제-글로벌 신발 브랜드 M&A 조사 보고서 작성 책임연구원, 2017년 상도록 출판, 2018년 대화 독법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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