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미래세상] 양자컴퓨터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이동호의 미래세상] 양자컴퓨터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 이동호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 승인 2020.02.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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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기술패권 전쟁시대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G2 무역전쟁도 한마디로 표현하면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 전쟁이다. 한국도 그 거대한 물결에서 예외일 수 없다. 현재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클라우드의 물결이 모든 산업을 바꾸고 있다. 이제 디지털 혁신은 모든 기업이 당면한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따라서 디지털 혁신으로 사업구조나 경영방식을 혁신해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한다는 의미의 '퀀텀 점프'에 우리 모두 나서야 할 때이다. 이러한 퀀텀 점프에는 양자기술 산업을 기반으로 한다. 양자컴퓨터 퀀텀이 산업에서 활용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산업 현장에 적용되면 보안인증 체계는 물론 심지어 블록체인 등 신기술 영역마저 판도를 바꾸게 될 것이다.

양자기술산업의 핵심은?

양자기술산업(양자 ICT)은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서로 양자ICT 3대 산업으로 꼽힌다. 양자컴퓨터는 방대한 연산 능력을 갖춘 꿈의 미래컴퓨터로서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한 기술혁신 중 가장 파괴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 모든 산업, 모든 사회 시스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49년 세계 최초로 컴퓨터가 개발되어 우리의 삶을 바꾼 것처럼 양자컴퓨터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모든 보안체계가 무력화된다. 이 정도면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천지개벽'에 가까운 큰 변화가 온다. 양자암호통신이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동시에 도청 불가능한 암호키를 생성하는 '양자키분배(WKD)'와 패턴 분석이 불가능한 무작위 숫자 암호(난수)를 만드는 '양자난수생성기(QRNG)' 등 핵심 기술로 제3자의 정보 탈취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준다.

양자센서는 분자보다 작은 미세한 크기의 양자를 검출해 이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기술이다. 자율주행, 위성, 바이오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 미세한 빛(레이저, 적외선, 가시광선)을 측정하는 기술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양자기술은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선정한 2019년 10대 전략 기술 중 하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양자산업 시장 규모는 2035년 400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반도체의 뒤를 이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손색이 없다. 2016년 조사된 세계 주요국의 양자정보통신 분야 지원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급인 17위를 기록했다.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양자컴퓨터 시대가 3~5년 안에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오는데, 한국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양자컴퓨터 지금도 늦지 않았다

IBM은 2018년 세계 최초로 '퀀텀(모델명 Q)'이라는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40여 년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은 건물 한 층이 넘는 엄청난 크기였다가 작은 크기로 줄어들었다. IBM의 양자컴퓨터 '퀀텀' 모형을 작년 9월 서울에서 개최된 '매경·IBM 싱크서밋 코리아'에서 실물 모형 크기로 공개했는데 '순금으로 만든 샹들리에'를 닮은 외관으로 화제가 됐다. 앞으로 양자컴퓨터의 물리적 형태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가 없지만, 양자 프로세서가 작동하려면 절대 영도(-273도)로 냉각시켜야 하고 냉각기 등이 필요해 물리적 혁신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IBM은 퀀텀을 기업 대상 상용 서비스와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무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용 서비스인 'IBM Q 익스피리언스 시스템'에는 다임러 JP모건 액센추어 등 6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포함돼 있다. 퀀텀 무료서비스를 활용하는 일반인도 13만명이 넘었고, 1000만건 이상의 실험이 진행 중이다. 점점 많은 사람이 퀀텀을 원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슈퍼컴퓨터로 10억년이 걸릴 소인수분해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100초 만에 풀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4차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미래 기술'이자, 이미 기존에 풀 수 없었던 문제를 풀고 있는 현재의 기술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정부와 글로벌정보기술(IT) 기업들이 매년 수천억 원을 쏟아부으며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고, 일부 기업은 벌써 상용화에 성공해 활용 사례를 쌓아가고 있다. 한국은 2023년까지 약 435억원을 투자해 '5큐비트 컴퓨터'를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IBM이 이미 개발한 사양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정부 시절에 중점 사업으로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기반 조성 필요성을 강조해 추진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학계가 반대한다는 명분에 밀려 전 정부 추진 사업이 무산되고 뒤늦게 다시 '양자응용 기술 및 산업 진흥을 위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해 놓은 상태이다.

이처럼 양자산업에 대해 한국은 대기업들만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 구체적인 단계별 이행안은커녕 관련 법제도 등 정책적 지원이 전무하다. 반면 IBM은 현재 50큐비트 개발에 성공했고, 20큐비트를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배 빠른 성능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퀀텀을 활용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고 있다. JP모건은 양자컴퓨터로 주식·채권 등 금융 상품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을 실험 중이고, 엑손모빌은 양자컴퓨터로 새로운 화학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 우리가 잘 할 수 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일궈내며 입증받은 한국이동통신사들이 양자암호 기술 개발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양자기술로 생성한 암호키를 송수신하는 양자암호통신은 패턴 분석이 불가능한 무작위 숫자로 강력한 안전성을 자랑해 주목받고 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공놀이에서 기존 통신 방식에서는 누군가 중간에서 몰래 공을 가로챈 뒤 복제본을 전달해도 받는 사람은 진위 여부를 알기 어렵지만 양자암호통신은 비눗방울을 주고받는 것과 같아서 제3자가 비눗방울을 건드리기만 해도 형태가 변형돼 해킹이나 복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양자암호통신사업에 한국이동통신사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SK텔레콤에서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 양자암호통신망을 구축하는 일에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엑스체인지(Quantum Xchange)'와 더불어 SK텔레콤 자회사인 IDQ를 참여시켜 IDQ는 양자키분배기를 공급하며, 퀀텀엑스체인지는 암호키(Key) 전송 거리를 확장하는 솔루션을 적용하는 협업이다. IDQ와 퀀텀엑스체인지는 현재 구축된 양자암호통신망을 올해까지 워싱턴 DC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800km 구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해 국내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을 이끌어 왔다. 지난해 4월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통신망에 양자기술을 적용하는 등 세계 최초 활용 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6년에는 세계 최초로 서울~대전 간 LTE 백홀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했고,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양자난수생성기(QRNG)칩을 개발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스터디그룹 국제회의에서 암호통신 네트워크 프레임워크 권고안 1건을 제출해 국제표준으로 예비승인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IBM의 양자컴퓨터 활용 사례를 만드는 'Q 네트워크' 일원으로 참여해 20큐비트(양자컴퓨터의 단위) 양자컴퓨터를 공동 연구하면서 실용화 사례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지금은 베일에 싸여 있는 자연 현상과 우주의 비밀까지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기술에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양자정보통신 분야는 이미 '사이언스' 단계를 넘어 각 기업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엔지니어링'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금 주도권 경쟁을 놓치면 다시 따라잡기가 어렵다. 한국이 결코 늦지 않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다른 경쟁국과 기술 격차가 생긴 것은 정부가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한국은 반도체에 장점이 있으므로 양자정보통신기술의 연구 기반을 잘 갖추고 있는 나라이다. 양자컴퓨터가 힘들고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저력 있는 대기업 기술력에 각국에 나가 있는 한국 인재들을 초빙하면 3~5년 이내에 판도를 바꾸고 선두그룹에 나설 수 있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때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우리는 어쩌면 기술패권 경쟁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강 너머에 남게 될 것이다. IT강국이 IT식민지국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중국 쑤저우한국상회 고문
중국 쑤저우인산국제무역공사동사장
WORLD OKTA 쑤저우지회 고문
세계한인무역협회 14통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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