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미래세상] 나도 디지털 소외계층인가?
[이동호의 미래세상] 나도 디지털 소외계층인가?
  • 이동호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 승인 2020.02.1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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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가보면 노인들만 있다

어느 은행을 가더라도 은행에서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들인 걸 알 수 있다. 금융권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과 이로 인해 소외당하는 노년층 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요즈음 은행들 추세가 디지털 전환에 따른 투자를 늘리는 반면 오프라인 점포는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 아울러 자동화기기(ATM) 숫자도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그래서인지 은행에서 대기시간도 점점 늘어나는 경향이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금융 문맹의 또 다른 불이익은 금융권이 제공하는 각종 혜택에서 노년층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에 모바일 우대가 보편화하면서 노년층은 예금 우대금리나 대출금리 할인 같은 기본적인 금융 복지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다.

실제로 60대 이상 노년층이 모바일 뱅킹이나 간편결제·간편송금 등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직접 은행 점포에 와서 원하는 서비스를 대면 처리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노인을 위한 금융은 없는 셈이다. 이로써 디지털로 이동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고 교육 외에는 뾰족한 길이 안 보이는 게 현실이다. 나도 디지털 소외계층이면 스마트폰 사용법부터 배우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우리의 카카오톡 같은 웨이신(Wechat)으로 웬만한 결제나 송금 등은 손쉽게 처리되어 컴퓨터 문맹 세대인 노인층의 불이익은 찾아보기 힘든 데 반해 한국에서의 노령 인구의 디지털 소외계층 문제가 금융권과 정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왜 우리 노인들에게 디지털화가 필요한가?

한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14.9%(세계 9.1%)에서 2045년이면 한국이 37%(일본 36.7%)가 되어 세계 1위 고령화 국가로 등극하고 2067년 노인인구 46.5%로 노인국가가 된다. 또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팀이 한국인의 기대수명을 몇 년 전 발표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1954년생 남성 10명 중 4명(39.6%), 동갑내기 여성은 46.2%가 98세까지 사는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이처럼 100세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에 대한 국민의식과 사회시스템은 80세 시대에 맞춰져 있다.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산다"는 말이 지니는 의미는 의외로 심각하다. '20대까지 배워서 취업하고 50대까지 일한 이후엔 할 일이 없어지는' 산업화 시대 시스템에 머무른다면 100세까지 사는 장수(长寿)는 축복이 아니라 리스크일 수도 있다. 생각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준비에 비해 더 오랜 기간 노후를 보낸다는 것이다. 이러면 노후파산 등 경제적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오늘의 65세가 앞으로 35년의 세월을 의미 있는 삶으로 장식하려면 자신을 디지털화하지 않고 살아갈 방법이 있을까?

2055년의 세계 모습과 변화된 일자리 모습

지금의 30대가 70대, 40대가 80대 노인이 되는 2055년 세계는 어떻게 변모되어 있을까? 시속 3000km 하이퍼루프 진공자기부상열차가 개발되어 전 세계가 일일생활권에 들어온다. 바이오 기술 발달로 슈퍼휴먼이 탄생하고 부정부패는 사라진다. 의회에는 로봇이 등장한다. 세계 최대 경제국은 중국이 된다. 인도가 미국을 추월해 세계 2위 경제국이 된다. 세계 10대 경제국에 영국, 이탈리아가 빠지고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가 그 자리를 채운다. 전 세계 20개국 3500여 명의 미래학자로 구성된 미래연구 싱크탱크인 '유엔미래포럼'이 예측한 2055년의 세계 모습이다. 세계가 전광석화처럼 변해가는데 자신을 디지털화하지 않고 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방법이 있겠는가? 지금 세상은 무인화·자동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음식점에 주문할 때도 점원이 없거나, 마트에 무인 계산대가 있는 게 낯설지 않고, 비행기 탈 때도 티켓팅을 스스로 하는 광경이 보편화 되어 가고 있다. 컴맹(컴퓨터 문맹) 세대인 65세 이상 고령화 노인들은 디지털 소외계층으로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노인 디지털 소외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교육 비중은 1%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일자리 변천은 어떻게 변하나?

앞으로 미래의 과학적 성과를 상상해 보면 미래는 질병도 가난도 없는 풍요로운 유토피아가 된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양날의 칼과 같다. 천국 같은 미래에 디스토피아적 위험이 존재한다. 인공지능, 뇌 임플란트, 바이오, 3D프린팅,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이 바꿔놓을 미래사회 모습, 기술의 발달로 국내외 권력이 이동하고 개인의 사고방식까지 바뀐다. 일자리의 변화 인공지능 시대에 철밥통은 사라진다. 단순정보 처리 업무는 자동화된다. 전문직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금융거래 내역을 모두 공개하는 블록체인 기술 발달로 은행, 주식중개인이 사라진다. 의사, 변호사도 필요 없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경제적이고 더 정확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령자는 122세까지 살았던 프랑스 여성 쟌 칼망(Jeanne Louise Calment)이다. 그녀는 85세에 펜싱을 배웠고, 100세까지 자전거를 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사는 세상이 왔다.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려면 자신을 디지털화해야 가능한 세상이 됐다. 새로운 디지털화에 도전하는 것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여러 나라의 디지털화 교육 실상은?

금융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노년층의 금융소외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금융 시스템이 발달한 선진국은 이미 이런 문제를 겪고 있고 다각도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금융 강국인 싱가포르는 2007년부터 정부 부처인 정보미디어개발청(IMDA)이 앞장서서 노년층을 위한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교육프로그램 커리큘럼은 가장 기초적인 PC와 스마트폰 이용 방법, 온라인에서 지급결제와 티켓 예약, 전자정부 서비스 이용 방법 등 다양하다. 또한 2018년부터는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금융교육 로드쇼도 펼치고 있다. 간편결제·간편송금 등 스마트폰 활용법으로 은행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에서 시작해 QR코드로 물품을 구입하는 방법 등을 실습 위주로 교육한다. 영국은 2016년 상원 금융소위원회가 주관한 영국 금융소외 실태조사 종합보고서를 공개하고 여기서 지적된 문제점을 다각도로 고쳐나가고 있다.

영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노년층에게 특정 금융상품에 대한 선택권이 제한되거나 가격 정책이 불리하게 적용되는 사례가 빈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아예 노년층에 대한 금융 사기 등을 막기 위해 2017년 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화 또는 이메일 사기에 대해서는 벌금이나 몰수 등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주와 지방정부가 고령층에 대한 금융 관련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독일은 노인단체전국연합회(BAGSO)를 중심으로 디지털 사회에서 노인을 위한 교육과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BAGSO는 노인 관련 120개 단체의 연합체로서 산하에 '디지털화와 성인 교육센터'를 두어 노인들이 디지털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호하고 정부의 지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독일의 노인을 위한 온라인 정보화 교육 포털을 보면 포털의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자기 주소지의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거주지 가까운 곳의 교육장 리스트가 뜬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공공과 민간의 정보화 교육기관들의 정보가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없는 서비스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영국과 유럽, 싱가포르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보화 교육 실상은?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가정보화 기본법에 규정하여 사회적으로 실버넷 운동이 시작되면서 정부와 지자체 중심으로 공공과 민간이 연계되어 노인정보화 교육을 실시한 지 20년이 됐다. 문제는 디지털을 배우려는 국민의식 수준이 노인층에 국가 목표치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데 있다.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은행, 식당 등에서 무인단말기 사용빈도가 노인층에서 거의 무용지물이 되어 있는 현실에서 알 수 있다. 이러한 사회 전반의 노인들의 디지털화는 배제와 소외, 선택 기회의 박탈이라는 결과로 삶을 풍요롭게 하고 활동 범위와 자기결정권을 확장하는 기회를 놓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금융의 디지털화와 시니어층 대책이 중요한 이유는 잘못된 금융상품 선택이나 불완전 판매로 노인들을 순식간에 빈곤으로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고 노인층이 디지털 금융에서 소외돼 있어 돈을 잠자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층의 디지털 인식 수준을 디지털 시민 역량 제고 차원의 교육으로 전환해 갈 필요가 있다.

나 자신을 디지털화하는 방법과 정부와 민간의 지원책은?

이러한 시민역량교육의 기본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 본다. 첫째는 완전 개인적 차원으로 독학에 의한 자가 학습이다. 두 번째는 대인관계 차원으로 가족, 친구의 도움에 의한 학습이다. 세 번째는 제도적 차원으로 성인교육센터, 기술정보센터, 도서관 등에서 강의식 집합학습이다. 네 번째는 노인 자원봉사자들과 청소년들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지는 소수 맞춤형 학습이다. 오늘의 시니어들은 이 중에서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해 자신의 디지털화를 이루어야 하는 의무와 권리가 있다. 위의 네 가지 중에서 특별한 것은 노인 원봉사자에 의한 노노교육을 들 수 있다. 이 노노교육은 '300명 어르신 IT 봉사단'을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필요보다 공급이 따르지 못하고 균등치 못한 한계에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심각한 지역 간(도농간) 고령층 정보격차의 해소도 문제 해결이 만만찮다.

이를 위해 어르신 IT 봉사단을 확대하고 주말과 방학 기간에 학생들이 노인들에게 스마트폰 교육과 상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노년층의 의식 변화를 가져올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일자리 정책에서 제시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교육하는 역할도 계속해야 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공공과 민간에서 더욱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앞장서서 'ICT 학당' 운영을 적극화하고 삼성전자나 LG 등 IT 제조업체들도 산하 대리점을 통해 스마트폰 교육장을 상시로 운영케 하는 전방위적 디지털화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 환경으로 노인 디지털화가 지속해서 진행되어 가면 양질의 일자리가 노인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그때는 이미 대한민국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선진국에 성큼 진입해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세계 최고령 국가이면서 세계 10위 안의 풍요로운 국가가 기적처럼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소개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중국 쑤저우한국상회 고문
중국 쑤저우인산국제무역공사동사장
WORLD OKTA 쑤저우지회 고문
세계한인무역협회 14통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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