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코로나로 깨닫는 것들··· 나눔의 소중함
[이계송칼럼] 코로나로 깨닫는 것들··· 나눔의 소중함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0.03.2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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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하루아침에 전쟁터로 변했다. 사람들이 서로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동양 사람을 보면, 피해 가는 미국인들도 있다. 기분이 썰렁하다. 뉴욕 사는 딸아이 부부는 아예 뉴욕을 탈출, 손주와 짐을 챙겨 세인트루이스 우리 집으로 피신해 왔다. 어디나 전쟁터이긴 마찬가지지만, 마음이나 편해 보자고 온 것 같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 아이들이 새삼 자기들이 누구인가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숨 쉬는 공기의 고마움은 고산지대에 가면 느낄 수 있다.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살아 보니, 떼 지어 사는 삶에 고마움을 새삼 알게 된다. ‘전화위복’, ‘불행 중 다행’··· 위안의 말들이 고맙다. 보고 싶었던 손주가 찾아와 얼마나 좋은가. 예전과 다르게 친구들로부터 안부 메일을 더 자주 받는다. 고맙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혼자만의 시간도 참 좋다. 독서와 사색의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를 통해서 말한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삶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안에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다.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사형집행 1분 전, 황제의 칙령으로 삶이 바뀌었다. <죄와 벌>은 그에게 새로 주어진 삶을 사랑하며 썼던 대작이다. 쇼펜하우어가 위로한다. “음식은 적게 먹으면 건강에 좋고, 사람을 적게 만나면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즐겁다면 당신은 정신의 노다지를 캔 셈이다.” 

미디어가 전해주는 가슴 아프고, 뭉클한 얘기들이 또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대 피해지인 대구는 공항도 폭동도 혐오도 없었다고 한다. “고요함과 평온함을 지키며 차분하게 사태를 대처하고 있었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대구의 소식을 듣자, 달려간 신혼 1년 차 간호사, 신혼 5개월 차 의사의 얘기가 가슴을 울렸다. 이런 수많은 의료진과 봉사자들의 아름다운 선행을 접하며 살맛을 느낀다. 미국의 어느 양로원의 사연을 전해 듣고는 울었다. 부녀간 마지막 이별 장면의 사진은 코로나로 임종을 목전에 둔 아버지를 딸은 창문 밖에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을까. 

내 나이 20대 때 월남전 참전차 1주간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던 일이 생각났다. 망망대해 가끔 나타난 바닷새 소리가 얼마나 위로가 되고 반가웠던가. 일엽편주 속 2천 명의 전우들은 하나의 운명체였다. 지금 우리 지구촌 인류가 그렇다.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 터널에 갇힌 운명공동체다. 나 혼자 잘 살아보았자 소용없다. 우리는 조만간 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게 될 것이고, 다시 서로 지지고 볶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래도 그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고통은 나눌수록 줄어든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은 공식 공연을 취소하고, 컴퓨터(metopera.com)를 통해서 무료공연을 전 세계에 오픈키로 했다. 독일의 필하모니 역시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당분간 모든 공연 일정을 취소하고 대신 온라인 무료공연을 세계인 상대로 시작했다.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힘들게 쌓아왔던 것들이면 충분하다. 받기만 했던 우리도 이제 나눔에 앞장설 때가 되었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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