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세월(歲月)
[이영승의 붓을 따라] 세월(歲月)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20.03.2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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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해(歲:해세)와 달(月:달월)을 의미한다. 그 뜻을 사전에 찾아보면 ‘해와 달을 단위로 하여 한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렇고 보면 인생도 곧 세월과 같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사람이 세월이란 배를 타고 함께 동행하기 때문이다. 즉 세월과 시간과 인생은 일맥상통하는 하나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세월은 잠시도 머무르지 않으며, 어디론가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계속 흐른다. 세월은 형체가 없으며 색깔도 향기도 없다. 그러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도 않으며 만질 수도 없다. 각자가 오로지 마음으로 느낄 뿐이다. 젊은 시절에는 그 느낌마저도 감지되지 않는다. 인생의 정점을 넘어서고 나서야 차츰 느끼기 시작한다. 그 정점에 다다르기 전에는 오히려 세월이 좀 더 빨리 흐르기를 갈망하기도 한다. 빨리 성장하고 성취하여 자기의 절정기에 도달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내 나이 고희를 넘고 나니 세월의 흐름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속도도 날로 빨라짐을 실감한다. 나보다 십여 년 연장자를 만나 세월에 대한 얘기를 나눠본다. 나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빠르게 느끼는 것 같다. 1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하며 남은 세월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생각하게 된다.

인생에 대한 번뇌와 자기 성찰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일수록 세월의 순리도 빨리 깨닫지 않을까 싶다. 그 깊이와 무게 또한 이에 비례하는 듯하다. 물론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과도하게 느끼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허무주의에 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은 짧고, 세월은 빠르다’는 엄연한 사실을 제때 깨닫지 못한다면 그는 더 불쌍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은 오늘도 세월의 돛단배를 타고 정처 없이 흐른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종착점이 어디인지는 나도 모른다. 함께하는 동반자들이 있으니 더불어 노를 저을 따름이다. 일흔 고개를 살아오면서 분명하게 터득한 바이다. 흐르는 세월을 야속하다 탓할 필요 없으며, 남은 세월이 짧을지 모른다고 불안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 누구도 세월을 이기는 자는 없다. 오늘에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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