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82] 마리안과 마가렛
[아! 대한민국-182] 마리안과 마가렛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20.03.28 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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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지금 자신들의 고국인 오스트리아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 마리안 스퇴거(85)와 마가렛 피사렛(84)은 간호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62년과 1966년, 20대 꽃다운 나이에 대한민국 전라남도 고흥군의 작은 섬 소록도에 와서 40여년간 한센병 환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봤다. 그들이 도착했을 당시 소록도에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5천여명의 환자들이 포로수용소 같은 처참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었다. 강제노동, 본인의 동의 없는 불임수술과 낙태는 보통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었고, 심지어 생체실험을 당하고 죽은 뒤에는 해부를 당하기도 했다.

피부궤양으로 눈이 멀고 손발이 불구가 되고 코가 문드러져 절망과 고통 속에 살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수도 없이 일어났다. 의사와 간호사들도 그들에게 가까이 가기를 꺼렸다. 마스크를 동여매고, 장갑을 두 벌씩 끼고 나서야 멀리 떨어져 앉아 진료를 했다.

그러나 새로 온 마리안과 마가렛은 달랐다. 항상 진료소 문을 열어놓고, 언제나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맨손으로 문드러진 부위를 만지면서 피고름을 짜냈다. 밥도 함께 먹고 눈물도 함께 흘렸다. 환자들에게 두 사람은 바로 백의의 천사 그 자체였다. 그렇게 이들은 머나먼 동양의 작은 섬에서 20대부터 70대까지의 삶을 살았다.

그랬던 그들이었기에 그들은 죽어서도 소록도에 묻히고 싶어 했다. 그러나 2005년 그들은 돌연 편지 한 통을 남겨놓고 소록도를 떠났다. 생각이 바뀐 것이다.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자신들이 오히려 짐이 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이들은 50여년 전에 들고 왔던 가방 하나씩만 들고 떠나간 것이다.

이들이 소록도에서 보여준 그 헌신과 사랑에 크게 감복하는 사람들이 마리안과 마가렛 노벨평화상 추천인 서명을 받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김황식 전 총리가 맨 앞에서 총대를 메고 있다. 어느덧 추천인이 1백만명을 넘어섰다. 범국민추진위원회는 2020년 상반기에 노벨위원회에 공식추천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있다.

그들이 떠나면서 쓴 그 편지의 말미는 이렇다.

“당신들로부터 많은 사랑과 신뢰를 받아서 하늘만큼 감사합니다. 부족한 외국인이었는데, 너무나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같이 지내면서 부족한 탓에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 미안하고 용서를 빕니다. 소록도 사람들한테 감사하는 마음 큽니다.”

2020년은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나이팅게일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이 뜻깊은 해에 한국과 인연이 있는 두 사람의 천사, 마리안과 마가렛이 노벨상 수상자가 된다면, 그것은 백의의 천사인 세상의 간호사들에게는 물론, 한센병 환자, 그리고 노벨상 추천인 서명을 한 한국인에게 더 없는 위안과 기쁨이 될 것이다.

사진=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사진=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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