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홍선 나이지리아 선관위원장의 재외선거記··· “투표함 보낼 수 없어 현지에서 개표 준비”
[기고] 조홍선 나이지리아 선관위원장의 재외선거記··· “투표함 보낼 수 없어 현지에서 개표 준비”
  • 조홍선 나이지리아 재외선거관리위원장
  • 승인 2020.04.1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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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선 나이지리아 재외선거관리위원장
조홍선 나이지리아 재외선거관리위원장

나이지리아한인회장을 지내고 이번 21대 총선에서 나이지리아 라고스분관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조홍선 회장이 4월3일부터 5일까지 현지에서 치러진 재외국민 선거 진행 소감을 본지에 보내왔다. 그는 “많은 국가가 재외투표를 실시하지 못해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재외국민이 있는 것을 보니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참정권을 지키기 위해 선거를 잘 실시했다는 생각이 들어 아래와 같이 소회를 밝히는 글을 적어 보았다”면서, 다음 기고문을 첨부했다. 아래는 기고문 내용이다.<편집자>

투표일을 4일 앞둔 3월 29일밤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특별담화로 수도 아부자, 라고스 및 오군주에 대한 락다운(Lock down) 조치가 내려졌다. 3월31일부터 4월13일까지 그 지역들을 봉쇄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코앞에 둔 재외국민 선거였다. 갑작스러운 락다운 조치로 투표가 정상으로 치러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해외의 다른 재외선거 지역에서 코로나로 재외선거를 중단한다는 소식도 속속 들어왔다. 우리도 재외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투표의 중단을 심각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참정권을 원천봉쇄하는 게 옳을까? 우리는 결국 교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투표도 진행하자는 판단에 이르렀다.

나이지리아 라고스분관 재외선관위원회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락다운 조치(3/31-4/13)가 내려진 상황 속에서 당초보다 선거일정을 하루 단축했다. 그래서 4월3일부터 5일까지 투표함을 설치해 재외선거를 실시, 투표를 무사히 마쳤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자 3월23일부터 한 달간 공항을 모두 폐쇄했다. 그래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계속 증가하자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3월29일 밤 대통령의 긴급담화로 수도 아부자와 라고스, 오군주에 대해 2주간 모든 이동을 중지하는 락다운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우리의 재외선거 투표일을 4일 앞두고 있었을 때였다.

이에 따라 우리 재외선관위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투표를 중단해야 하는가? 아니면 참정권 행사를 위해 투표를 강행할 것인가? 이 두 안을 두고 깊이 저울질을 해야만 했다.

한국 중앙선관위의 기본방침은 가능한 선거는 치러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선관위 규정도 “주재국의 형벌적 제재 조치 등으로 선거인의 투표소 이동이 불가능하고 재외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때”에 한해 예외적으로 투표를 중지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이를 감안할 때, 현 상황은 이동제한이 어떠한 형벌적 제재가 동반되지 않은 ‘강력한 권고’ 수준이고 또 비슷한 락다운 상황의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재외선거를 실시하기로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표 진행을 결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에 하나 국민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위해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모든 예방적 수단을 강구했다. 우선 이동이 식품점, 약국, 병원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공관주변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공관에 와서 투표하는 것이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 멀리 떨어져 사시는 분은 이동에 제약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동을 위해서는 공관차량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공관출입 시에도 엄격한 방역규정을 따랐다. 먼저 열을 체크한 후 비누로 손을 씻도록 했다. 그 후 손 세정제로 다시 손을 세정하고 배포한 마스크를 착용한 후 에야 투표에 임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투표소 내에는 각기 투표가 끝날 때마다 기표소 및 운용장비를 세정제로 닦아냈다. 이처럼 국민의 참정권 보장과 국민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무사히 선거를 마쳤다. 하지만 유권자의 30%를 가지고 있는 일부 대기업은 안전을 고려해 아예 한 달 전부터 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통제를 해 결국 이들은 투표를 전혀 못 한 아쉬움도 있었다.

투표를 마치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준 선관위에 감사를 표하는 유권자들도 많아 위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공항이 모두 폐쇄되어 투표함을 서울로 이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앙선관위 지침에 따라 한국 시간 4일15일 오후 6시에 맞춰 개표하기 위해 현지에서 준비하고 있다. 현지 개표까지 모두 잘 마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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