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해외기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21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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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달려있음을 실감하며 사는 요즘이다.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니 주어진 공간 안에서 쳇바퀴 돌 듯 하루가 지나간다. 초기에 주어졌던 느긋한 자유는 점차 쌓여가는 불안감과 답답함으로 이어지고 마치 미로를 헤쳐 나가는 느낌이다. 오랜 시간 훈련된 나의 생체리듬은 커턴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햇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고단한 잠을 깨운다. 지난 몇 해 동안 인생 백세시대라는 말이 화두처럼 우리 사회를 떠돌았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대전염병으로 인해서 “나도 건강조심, 너도 오늘 하루 안녕”이라는 말로 내일을 모르는 긴장 속에 휩싸여 지낸다. 그러나 인간은 어려움에 부딪히면 극복해가는 지혜와 용기를 내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을 발휘한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연대(Solidarity)’라는 단어를 쓰며 사회적 거리가 인간적인 거리로 연결되기를 기도했다. 십자가 구도의 형상화에서 직선이 상징하는 것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지는 순종의 관계이며, 수평은 내 이웃을 사랑하라는 인간관계의 메시지로 이해된다. 서로 돕는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서 역병을 잘 이겨내고 인생의 최고의 시간을 되돌려 받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면 좋겠다.    

집안에서 머무는 24시간의 여유를 새로운 지식 탐구의 기회로 삼아서 알차게 보내기로 마음을 정하니 한결 편해진다. 인터넷을 헤집고 다니다보면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무한대의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나의 개인 과외 선생으로 부족함이 없는 지식의 보물 창고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나는 지난 며칠 동안 인문학 분야의 전문가인 한 역사학자의 강연에 깊이 빠져들었다. 유튜브(You Tube)에서 만난 이스라엘 출신의 인류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교수의 인류학 강연은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해박한 지식과 막힘없는 말솜씨에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유발 노아 하라리는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이며, 세계적 스테디셀러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호모데우스>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는 역사학자이면서도 단순한 역사연구가 아닌 생물학과 역사학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과의 본질적 차이, 역사의 진보의 방향성, 역사 속 행복의 문제 등 광범위한 질문을 주제로 연구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와 경희대학교가 함께 기획한 문명전환 강좌시리즈에서 ‘인류에게 미래는 있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었다. 2020년에 들어서 발생한 요즘의 세태를 예측한 듯한 내용이 들어있어서 무척 놀라웠다. 교육 분야에 대한 내용은 학생들을 오랜 시간 가르쳐 온 나에게는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학생들은 수업을 하면서 교수에게 맞다, 아니다 와 같은 흑백논리를 담은 정답만을 알기를 원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무지함도 받아들이고, 정답 없는 질문에 대해서도 편하게 느끼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빅뱅(Big Bang)이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모릅니다.’ 의식이 무엇인가요? ‘모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능력이 아닐까요? ‘나는 모릅니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 우리가 가르쳐야 할 일입니다.” 이보다 더 명확한 교육의 가르침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하던 가슴이 한 순간에 확 뚫리는 이 기분을 “나도 모릅니다”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 할 수가 없다. 

‘24시간 방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몸을 사리고 사는 나날들이다.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것은 일주일에 한번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학생의 얼굴을 보고 손을 흔들며 서로가 안전하다는 웃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모릅니다”라는 대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기다리는 학생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가르침을 반복하고 있다. 이 문제의 답은 다가오는 다음 시간대의 질문으로 남겨놓아야 할 듯싶다.  

이젠 뉴스도 아주 가끔씩만 보려고 한다. 자라나는 불안감의 싹을 꺾어야 안정을 찾을 수 있고 지금의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물구덩이 흙탕 속에서 살던 잠자리의 유충이 어느 날 날개가 솟아나며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는 맑은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동화가 있다.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지니고 살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힘들어 하며 사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소중함과 간절함을 잊고 있었던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어떻게 잘 살아가야 하는가’하는 의식의 문제를 깊이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서있다.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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