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다윗 43호] 한중일 3국에서 산업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한 상하이교통대 윤형건 교수
[청년다윗 43호] 한중일 3국에서 산업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한 상하이교통대 윤형건 교수
  • 상하이=황갑선 해외기자
  • 승인 2020.04.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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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교통대학에서 중국인 학생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윤 교수.
상하이교통대학에서 중국인 학생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윤 교수.

중국 최고 명문대학중으로 하나로 뽑히고 있는 상하이교통대학은 1886년 청나라가 설립한 중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학이다. 중국의 강택민(姜澤民) 국가주석이 나온 대학으로 많이 알려진 이 대학에서 재직하고 있는 한국인은 윤건형 교수다.

윤 교수는 일찍이 디자인을 공부를 위해 일본 유학을 가게 되어 일본 국립 치바대학(千葉大學)에서 학부, 석, 박사를 거쳐 일본의 디자인기업인 ‘랜드마크’회사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실무를 담당했다. 이후 한국의 광주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서 교수를 거쳐 상하이교통대학에 교수로 부임하면서 중국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상하이교통대학 디자인학원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교수를 받아들였을 때, 문회보 일면 탑 기사에 '한국인 교수, 왜 상하이로 왔는가'라는 기사가 특필됐다.

“어려서부터 만드는 걸 좋아했는데 당시 집안의 지인 도움으로 디자인 분야에서 이미 선진국으로 자리를 잡고 있던 일본에 건너가 본격적인 디자인공부를 하게 됐어요. 운이 좋게 치바대학에 입학하여 진짜 디자인을 배웠고 이 대학에서 석사까지 마치게 됐지요. “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윤 교수는 일본 유학하는 동안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서 생활해야 하는 고된 나날의 연속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LG전자, 삼성전자 등에서 일본의 디자인을 도입하기 위해 일본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곳에서 일본어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국 대기업의 디자인 분야 인원들과 네트워크를 갖는 좋은 기회도 생겼다고 한다.

일본 랜드마크에서 근무할 당시의 윤 교수(맨 뒷쪽).

윤 교수는 치바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인전문회사 ‘랜드마크’에 입사한다. 그는 이전에 통역 아르바이트를 통해 알게 됐던 한국의 대기업과 연계되면서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한다. 윤 교수는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를 다니면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특별 배려를 받는다. 이로써 치바대학에서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한국인으로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받는 영광을 안게 됐다.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한국기업에도 인지도가 높아지는 기회가 됐어요. 이 무렵 한국의 광주대학교에서 교수로 스카우트 제안을 받게 됐는데, 참으로 고민스러웠습니다. 회사에서 박사학위까지 딸 수 있는 각종 혜택을 받았는데 중도에 귀국하여 교수로 간다는 것이 마음에 많이 걸렸습니다. 며칠 밤을 새우며 고민 끝에 회사 상사분과 상담을 하게 됐어요. 결국에 회사 사장님까지 알게 됐는데, 사장님께서는 앞으로 발전을 응원한다고 하면서 금일봉까지 주셨어요.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인 전문회사 '랜드마크'. 2019년 방문해 예전 동기와 부사장(오른 쪽에서 두 번째)과 기념촬영했다.

지금도 랜드마크 사장님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일본에 갈 기회가 있어 회사에 방문하여 당시 같이 일을 했던 친구와 부사장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윤 교수는 “저는 그곳에서 디자인 실전을 배우며 성장했다”고 한다.
 
12년간의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윤 교수는 한국 광주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다. 강의가 좋다고 하면서 타 대학 학생들도 와서 강의를 듣는 일도 생겼다. 지역 모 중소기업은 해외 바이어한테 디자인 문제로 거절당한 제품을 윤 교수가 디자인해 주어 수출이 됐고, 지역 경제와 기업을 경쟁력 제고에 크게 공헌했다고 하여 정부로부터 ‘굿 디자인’ 상을 받았다.

2002년 산업자원부 선정 한국 굿디자인 – 휴대용 미용기기

그 후, 연세대학교에서 교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국 주요 기업의 디자인 전략을 수립했다. ‘인터넷 환경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그의 대표 연구이다. 그러던 중 중국 상하이에서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 것이 중국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계기가 됐다.

“2004년 중국에서 디자인 세미나에서 상하이교통대학 디자인학원 부원장님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했고 당시 부상하는 중국에 관심과 매력이 생겼습니다. 또한, 당시 한국의 많은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고 있었고, 삼성, 엘지 및 현대 기아 등에서 중국 시장에 맞는 디자인 전략 구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상하이교통대학 외국 교수 필요와 한국 기업의 중국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 서로 맞물리면서 윤 교수는 이걸 계기로 상하이교통대학에 디자인 교수로 오게 된다.

그는 상하이교통대학의 학생들을 가르치며 한국은 물론 중국 및 일본의 유수 기업과 프로젝트를 한다. 그중에서 도요타 자동차의 프로젝트는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도요타가 향후 중국에 출시할 자동차에 관해 윤 교수는 이 차종은 중국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이 아니어서 출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냈는데, 출시 일정을 잡은 도요타 자동차에서는 연구 보고서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하여, 연구 종료 시점에서 하차를 했다.

그 후 도요타 자동차는 자기들 주장대로 중국 시장에 신차를 출시했지만, 6개월 만에 판매가 최악이 되면서 모델을 교체해야 했다. 중국인 정서에 맞지 않는 디자인으로 판매가 곤두박질했다. 도요타 자동차에서는 다시 윤 교수를 찾아와 다시 컨설팅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중국에 발을 디딘 지가 올해로 16년 차가 됐다. 그러다 보니 한중일 디자인 분야에서 현장을 잘 아는 산업디자인 전문가로 자리가 잡았다. 

윤 교수는 상하이교통대학 디자인 학원에서 특허를 최다 보유하고 있다.

윤 교수는 그동안 한중일 산업디자인분야에서 많은 경험한 것들을 널리 공유하고자 한다. 또 중국에서 얻은 많은 특허는 중국 시장을 이해를 바탕으로 연구를 거듭하여 얻는 결과물이다. 

“‘윤형건의 사꼬디(사장님이 꼬~ㄱ 알아야 할 디자인)’과 ‘윤형건의 삼국디 (한중일의 삼국 디자인을 의미)’, ‘중국대학 생존기’ 등을 네이버 블로그에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습니다. ” 
 
윤 교수는 항상 젊은 학생에게 “도전이 없으면 미래는 없다. 일을 하다 보면 앞이 먹구름으로 어두울 때가 있다. 그러나 먹구름 뒤에는 항상 찬란한 태양이 있다. 이걸 믿고 실천하느냐 마냐의 차이가 인생의 차이”라고 강조한다. 윤 교수와 연락을 원하면 yoon_bam@126.com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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