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餘白] 사단장출신 군인화가 하정열, ‘무기에서 붓으로’
[餘白] 사단장출신 군인화가 하정열, ‘무기에서 붓으로’
  • 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대표
  • 승인 2020.05.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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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미국의 34대 대통령이자 한국전쟁을 휴전 협정으로 마무리시킨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5성 장군 출신이다. 유럽 연합군 최고 사령관으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시켰고 미국을 군사 대국으로 만들어서 중동과 소련과 대적하는 등 국가의 안보에서만큼은 국민에게 걱정을 안 시킨 장군 대통령이었다. 

그는 58살 때, 초상화 화가인 토마스 스테판스가 그린 그의 부인 초상화를 보고 미술에 반해서 맥아더 장군의 초상화와 윈스턴 처칠 수상의 초상화 그리고 물론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 후 약 20년 동안 300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으며 자신의 작품을 자신의 집과 사무실 또는 친척과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한국에도 장군 출신의 유명화가가 있다. 하정열 화가다. 지난 5월15일 세계적인 미디어 디지털아티스트 후랭키 화가와 함께 마장동에 한 고깃집에서 하정열 화가를 만났다. 그는 개인전 15회, 국제 아트페어 20여 회 등 국내외 단체전에 150여 회를 출품했다. 특히 개인 전시회 출품작들은 모두가 현장에서 사라질 정도로 작품성과 실력을 인정받아 최근 점점 유명세가 올라가고 있는 어엿한 중견 화가다.

왼쪽부터 하정열 화가, 후랭키 화가, 문일석 기자 발행인
왼쪽부터 하정열 화가, 후랭키 화가, 문일석 기자 발행인

51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청바지와 청 셔츠에 흑색 재킷이 잘 어울렸다. 자신의 화집 우주(The Universe)를 한 장 한 장 설명할 때는 모범 육사생도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우주 창조, 우주 삼라만상, 우주의 꿈과 희망, 우주 속 태양계, 우주의 시와 노래 등으로 이루어진 화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과학, 예술 교과서였다.

그는 예비역 장군이며, 북한학박사로서 교수이고, 화가이며 시인일 뿐 만 아니라 소설가, 칼럼니스트와 방송평론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첼리스트, 오케스트라단장, 음악월간지 ‘더 뮤직’ 발행인과 일본인 원로 기자가 동석하였는데 음악에 대해서도 하정열 화가는 전문가 이상으로 깊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그림을 그릴 때도 시를 쓸 때도 그는 늘 대한민국의 통일을 담았다는 것이다. 고깃집에서 자리를 옮긴 카페가 소란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화 말미에 철원 백마고지 사단장 시절 지었다는 ‘소망’을 암송했다. 장군의 기개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나는 한그루 나무되어
반동아리 허리에 뿌리 내리고 싶소
나는 타고르 등불 되어
웃음 잃은 삼천리를 밝히고 싶소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우리가 되어
칠천만 숨결이 하나가 되돌고
나는 그 날 그 날을 위해 불사조가 되고 싶소

이에 질세라 필자가 양해를 구하고 답시(答詩)를 읊었다. 휘문고보 출신의 시인이던 선친(석정 박승민)의 시였다. 선친은 고향인 백마고지 인근에 과수원 터인 안골(철원 갈말읍 내대리)에 1978년 7월에 들려서 흔적조차 알수 없는 옛터를 보고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허무한 마음을 이렇게 시에 담았다.

하정열 시 ‘소망’ 사당역에 부착된 모습과 시인 석정 박승인 ‘안골’ 초안 원고
하정열 시 ‘소망’ 사당역에 부착된 모습과 시인 석정 박승인 ‘안골’ 초안 원고

<안골>

갈밭에
부엉이가 앉아 있었다.

뼈만 남은 성황당은
덤불 속에
두 손만 내리고 섰다.

北光이 내린 골은
해골 속 맑은 적막이 흐르고

땅꾼은 뱀 굴 앞에 쭈그려
연기를 불어 넣고 앉아
능구렁이를 부른다.

약초 캐는 떼들이
군화를 신고
능선을 좌우로 갈라진다.

한 女人이 끼여 있었다.
웃으며 가랑가랑
신나는 소리를 냈다.

사방에서 우수수
꽃잎도 내려앉았다.

무기에서 붓을 쥔 아직 청년의 기상이 남은 하정열 화가와 세계적인 거장인 후랭키 화가, 그리고 문학 등 문화예술인들과의 만남에서, 같은 이 땅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백마고지를 두고 한 장군은 통일을, 한 시인은 북에 두고 온 고향을 그린 마음을 주고받은 날, 밖에는 봄비가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었다.

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대표
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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