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미래세상] 한국 최초의 백년 기업 두산 그룹의 생사는?
[이동호의 미래세상] 한국 최초의 백년 기업 두산 그룹의 생사는?
  • 이동호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 승인 2020.06.2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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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은 OB맥주하면 생각나는 두산그룹이다. 1896년 박승직 창업주가 포목점인 박승직상점을 창업하여 화장품인 '박가분'이 대박나면서 종로의 거상이 된 것이 우리나라 기업의 효시다. 해방 후 아들 박두병이 1946년 두산상회를 설립하고 1952년 일제 적산기업인 동양맥주를 불하받으며 OB맥주로 블랜딩하고 주류기업으로 승승장구한다. 1969년 박두병 회장이 일선에서 후퇴하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정수창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다가 1981년 박두병 선대 회장의 장남 박용곤 3세 경영으로 전환됐다. OB그룹은 소비재 중심의 주류중심 기업으로 성장해 나간다. 그러나 계열사 두산전자가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금까지도 수도물을 먹지 않는 악습을 선례로 남긴 사고로 맥주 시장점유율을 거의 독식하던 OB맥주가 경쟁사인 조선맥주의 하이트맥주가 지하 100m 암반수로 빚은 맥주라는 과대광고로 대박을 내면서 추월당하게 되는데 이의 타개책으로 1996년 2남 박용오 체제로 전환하지만 곧 이어 닥친 IMF 사태와 겹치면서 형제들 간의 경영 이견으로 형제의 난을 치루며 급기야 2남이 3남 박용성과 5남 박용만을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로 고발하는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결국 3세 경영을 연 장남 박용곤 회장이 가족회의 끝에 소비재 산업 철수를 결정하고 2000년대 들어 중공업, 기계, 건설 등 중후장대 그룹으로 변모한다. 그리고 3세 형제 5명이 나눠 맡는 형제 경영으로 형제의 난을 수습하고 1998년 (주)두산으로 탈바꿈한다. 2001년 3남 박용성 회장은 5조원의 자산가치를 가진 한국중공업을 특혜 의혹 논란 속에 단돈 3057억원에 인수하면서 중공업그룹으로의 토대를 마련하고 2007년에는 미국 잉거솔랜드사 밥켓 등 3개 사업부를 6조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하나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 그룹의 발목을 잡아 2007년 30조원의 두산 그룹 시가총액이 2011년에는 16조원 시가총액으로 곤두박질친다. 이런 두산의 위기의 연속은 형제경영 때문이란 비난도 많았으나 4남 박용현 회장(2009~2012)과 5남 박용만 회장(2012~2016) 체제로 이어진다. 두산 그룹 부실 원흉 1호였던 밥켓은 2019년 4조5천억원 매출, 5천억원 영업이익으로 현재 두산의 캐시카우가 됐다. 그러나 밥켓 인수와 동시기인 두산건설의 PF부실이 두산그룹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두산건설이 무려 10년 동안 연간 수천억원에 총 수조가 넘는 적자를 내는 것을 두산이 살리려고 하니 그룹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결국, 두산건설은 혼자서 그룹 자금 1조7천억원을 빨아 먹은 블랙홀이 됐다. 

이런 상황 하에서 2016년 3월 두산그룹의 총수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58세) 회장 체제로 출범하면서 국내 재벌 대기업 중 처음으로 4세 승계경영 체제가 시작됐다. 그러나 4세 박정원 회장은 중공업, 건설 부문이 재무위기에 빠지자 연료전지 등 미래 신성장 업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사업 재편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지난해 10월 (주) 두산에서 두산솔루스와 두산푸얼셀을 자회사로 분할 상장한 게 대표적이다. 박정원 회장은 1985년 두산에 사원으로 입사하여 35년 만에 기업 총수 자리에 올랐으나 그의 어깨에는 두산건설 매각 건과 두산중공업 분할의 무거운 짐이 올려져 있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주)두산 지주그룹에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켓으로 이어지는 라인과 두산중공업에서 두산건설로 이어지는 라인으로 대별된다. 

2018년까지 두산중공업, 두산밥켓, 두산인프라코어 모두가 흑자 전환돼 두산을 위기에서 탈출시키는 교두보를 만드는 데 성공하나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으로 2018년 3분기 말 10조원의 수주가 취소되고, 순손실이 1조원 이상으로 급등하며 차입금이 5조원에 이르면서 원전사업 부문이 두산의 애물단지가 돼 두산중공업의 부실화를 가중시키고, 또 한편으로 두산건설의 PF부실로 두산 패망의 블랙홀이 돼버린 건설부문 매각 문제를 어떻게 타개해 갈 것인지가 그룹의 절대절명의 존립과 직결돼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올해 두산중공업의 만기도래 차입금을 살펴보면 4조2천억원으로 채권단이 1조원을 지원한다는 가정하에 5790억원의 외화공모채 도래는 수출입은행이 막아주고 하더라도 부족액 2조6000억원은 두산이 자구책으로 알짜기업을 팔아서라도 자체적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다. 최근에 알짜 기업 두산인프라코어도 매각하겠다고 밝혔듯이 돈이 되는 알짜 기업들을 다 팔아서라도 그룹의 생존을 지키겠다고 하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두산의 위기는 탈원전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그 이전에 밥켓의 인수로 과중한 차입금 부담이 인수 초기 이후 경영을 어렵게 하였고 물론 지금은 두산의 캐시카우가 됐지만, 두산건설의 내수용 아파트 분양 저조로 인한 PF부실(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야기되는 자금 블랙홀을 두산중공업이 안고 가면서 업친데 덥친 격으로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직격탄을 때리는 형국이다. 세계 최고의 원전 건설 실력을 인정받으면서도 아무리 나라의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우리 원전을 사달라고 외쳐도 우리나라에서 안쓰겠다는 원전을 어느 나라가 사주겠는가. 국민 대다수가 탈원전을 철회하라고 아우성인데도 왜 끝까지 탈원전을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두산이 새 원전을 수주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은 아랍에미레이트에 시공을 끝내고 장기운영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고, 또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미·중 패권경쟁에서 중국·러시아가 독식하고 있는 세계 원전시장을 세계가 방관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두산에게 기회는 온다. 두산은 위기에 처한 원전 협력업체들을 잘 관리할 의무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두산이 가야 할 길은 다음 정권을 보고 자력으로 원전 수주를 계속성 사업으로 진행해 가면서 두산건설 매각을 서두르고 알짜기업이라도 팔아서 유동성 유입을 만들어 내어 두산중공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연료전지 등 미래 신성장 업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야 한다. 4세 4촌 형제들이 똘똘 뭉친 지분으로 3세 5명의 형제경영이 자연스럽게 정리되면서 새로운 4세 4촌 형제들의 패기가 미래 두산의 희망이 될 수 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미래이다. 두산은 초일류 원전기술을 어떻게 보존하고 해외시장에서 수주가 어떻게 이루어지게 하느냐가 두산의 미래를 짊어진 4세 사촌 형제들의 절대 사명이다. 우리나라 1호 백년기업이 정치와 부딪히면서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국민은 지켜 보고 있다.

필자소개
월드코리안신문 명예기자
중국 쑤저우한국상회 고문
중국 쑤저우인산국제무역공사동사장
WORLD OKTA 쑤저우지회 고문
세계한인무역협회 14통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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