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포스트 코로나와 ‘녹색전환’
[대림칼럼] 포스트 코로나와 ‘녹색전환’
  • 신문봉 재한동포문학연구회 회원
  • 승인 2020.07.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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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문 교수는 인간을 ‘자연 아닌 자연’이라고 했다. ‘자연’인 이유는 인간도 자연의 기타 생명들과 다를 바 없이 모두 자연의 일원이기 때문이고, ‘자연이 아닌’ 이유는 오직 인간만이 다른 생명과 다르게 독립적인 의식을 지닌 주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약 전자를 인간의 자연성이라 한다면, 아마도 후자는 인간의 사회성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연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사회인으로 일생을 살아간다. 이렇다 보니 자연이 아닌 인간(사회인)과 자연의 관계는 화해하거나 대립하는 양자택일의 구조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어떠했을까?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 것 같다.

올해 3월에 펜데믹이 선포되고 6월에 들어서니 세계 확진자 수는 이미 1000만을 넘어섰다. 갑작스러운 코로나의 출현에 사람들은 미처 반응할 시간조차 없었고 따라서 많은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건 분명해진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사람들은 ‘코로나 쇼크’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자연의 상황은 어땠을까?

공장 가동이 줄어들고 인구 이동이 제한되자 인도 오디샤 해안주에는 10년 만에 리들리 바다거북들이 산란을 위해 다시 출현했고(YTN), 터키 이스탄불 선착장에는 십수년 만에 돌고래가 돌아왔으며(KBS), 멕시코의 푸에르토 마르게스 해변은 60여년 만에 형광색 바다로 회복됐다고 한다(MBC). 한마디로 자연은 복구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걸 ‘코로나 역설’이라고 불렀다.

인간에게 닥친 악재가 자연에게 호재가 되는 이 상황, 여기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첨예한 대립을 가늠해볼 수 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이걸 보면서 인간이야말로 자연의 ‘바이러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떻게 변할 것이고, 또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최근에는 관련 저서들도 서점가에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 필자가 읽은 『언컨택트』(김용섭, 2020)는 코로나 시기 우리 삶의 변화들을 풍부한 사례로 설명해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여기서 필자는 두 가지를 유의하여 보았다. 하나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기존에 많은 오프라인 사업들이 이 시기에 온라인화를 실현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기술들은 과거에도 이미 있었으나 다만 코로나를 계기로 보편화됐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변화는 무엇일까? 코로나에 의해 바뀐 것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문화가 바뀌었다는 것은 결국 그 기저에 있는 가치관이 변화됐다는 말과도 같다. 오랫동안 우리의 가치관, 그러니까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이해방식은 지극히 인간중심적이었다. 말하자면, 존재적 측면에서 인간과 자연을 대립시켰고 가치적 측면에서 인간의 지위를 자연보다 높은 곳에 위치시켰던 것이다.

그러니 인간은 자체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산림을 파괴하고 동물을 학살해도 당위성을 지녔던 것이다. 그러던 가치관이 지금 코로나를 겪으면서 변화가 생겼다. 그 변화는 인간중심주의에서 생태주의의 이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생태주의는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 말하자면 이번의 인간과 자연의 ‘화해’는 인간의 ‘발전’을 희생함으로써 얻어낸 것이 아니라 ‘발전’과 ‘화해’를 함께 이끌어낸 변화라는 점이다.

코로나의 출현은 마치 대립적이었던 자연과 인간 사이에 강력한 휴전선을 그어놓았고 자연이 ‘허용한 구역’에서만 인간이 발전을 도모하라고 얘기해주는 듯싶다. 다시 말해서, 코로나는 인간의 ‘발전’을 가상(온라인)으로 ‘추방시키는’ 방식으로 현실(오프라인) 속 자연과의 대립각을 완화시키고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 같았다. 이는 비교적 현실적인 대안이고 많은 시사점을 준다. 3차 산업혁명을 통해 탄생된 정보화기술은 우리에게 가상과 현실이라는 두 가지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사회인으로서의 인간은 ‘발전’이 필요하고,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은 ‘화해’가 필요하다면, 사회적 발전은 가상으로 전이시키고 자연적 화해는 현실에서 이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그게 ‘녹색전환’이라고 본다.

인간의 발전적 욕망을 무작정 포기하고 철저한 생태주의를 실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하지만 이제 곧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이 갖고 있는 5G, 인공지능, 사물넷, 빅데이터 등 기술들은 ‘녹색전환’을 실현하는 데 현실성을 더해주는 것 같다. 그렇다면 ‘녹색전환’이야말로 자연과 인간이 대립하거나 화해했던 양자택일의 구조에서 양쪽 모두 돌볼 수 있는 새롭고 현실적인 출로가 되지 않을까?

끝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치기보다 “자연을 모방하라”고 호소하고 싶다. 자연은 애초부터 인간에게 착취해야 할 노예가 아니라 학습해야 할 선생이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자연의 모습은 따라할 수 없어도 자연의 리듬은 따라할 수 있다. 또 따라야 한다. 그게 가상이든 현실이든 건강한 선순환을 위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신문봉 재한동포문학연구회 회원. 연변 출신으로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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