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항공칼럼] 비행기 좌석 등급(Class) 이야기… 좌석에 ‘I’열이 없는 이유는?
[박철성 항공칼럼] 비행기 좌석 등급(Class) 이야기… 좌석에 ‘I’열이 없는 이유는?
  • 박철성 항공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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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힐링이다. 특히 해외여행은 이국적인 문화와 색다른 음식을 먹으면서, 업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힐링하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혀버렸다. 지난 4개월여 동안 코로나로 해외여행 길이 끊겨 버렸다. 이 때문에 한곳에 머물러 있다는 답답함과 더불어 여행에 대한 갈증도 점점 증폭되고 있다.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는 이유는 새로움과 자유로움을 찾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환경과 마주한 낯섦 속에서 다른 사람에 신경 쓰지 않고 나 자신을 자유로움에 맡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도착한 곳에서 자기가 떠나온 곳을 바라보는 것, 이게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하와이에 사는 사람이 와이키키 해변을 놀러 가는 것과 한국에서 항공기를 타고 하와이를 여행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일 것이다.

여행의 출발은 안전 벨트를 매고 비행기와 한 몸이 되어 지상을 박차고 이륙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항공 여행 시 선택하는 좌석 클래스는 기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종류를 결정하고 여행의 품격을 좌우한다. 기내에서 보내는 시간은 자신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다. 여행계획을 준비하거나 독서, 음악, 영화감상, 오락 등 자신의 여가활동을 즐길 좋은 기회이다.

비행기의 클래스는 크게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로 나뉘어 있다. 최근에는 비즈니스의 좌석 서비스를 가미한 이코노미 클래스인 프리미엄 이코노미의 등장으로 여행객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미국 개척시대 역마차에도 일, 이, 삼등석의 구분이 있었다고 한다. 마차에 무슨 자리 구분인가 하겠지만, 실제로 운임을 일등석, 이등석, 삼등석으로 엄연히 구분하여 받았다. 그런데 운임을 구분해 받는 방식이 재미있다. 일등석은 특권이 있었다. 일등석의 값을 내고 탄 사람은 언제든지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마차가 고장이 나거나, 진흙탕에 빠지거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지 못하거나 해도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이등석 값을 내고 탄 사람은 일이 생기면 무조건 내려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언덕을 다 올라갈 때까지 걸어가야 했다. 그리고 삼등석을 산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밀어야 하고, 진흙탕에 빠지면 발 벗고 나서서 마차를 꺼내야 했다고 한다. 

비행기 클래스는 이런 구분은 아니다. 퍼스트 클래스는 이코노미 클래스 요금의 4배~5배 정도다. 이처럼 많은 요금을 지불하지만, 공항출발 전 대기시간에 전용 VIP 라운지(LOUNGE)를 이용할 수 있다. 또 211cm 길이의 좌석 앞뒤 간격(pitch), 독립공간에서 무드 등과 함께 210도로 젖혀지는, 아늑한 침대로 변신하는 좌석에 앉아 대형스크린에서 제공되는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또 최고급 풀코스 요리, 다양한 음료, 주류 서비스 등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경험할 수 있는 편안함과 맛의 향연 그리고 거기에 더한 승무원의 친절한 서비스까지 더해진다. 이 같은 퍼스트 클래스 여행은 항공 여행객이라면 한 번쯤 경험하고 싶은 로망이 아닐 수 없다. 특정 항공사의 A380 기종을 타게 된다면 비행기에서 샤워할 수도 있고, 또 미니바에서 유쾌한 담소도 나눌 수 있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1976년도 KLM 항공으로부터 시작됐다. 이 항공은 요금을 전액 지불한 이코노미석 승객을 FFF(Full Fare Facilities) 제도라고 하여, 할인요금 승객과 차별화시켜 퍼스트 클래스(1등석) 바로 뒤편 객실에 좌석을 배정했다. 이후 편안한 좌석 및 고객서비스까지 추가하여 제공하면서 현재의 비즈니스 클래스로 정착됐다. 비즈니스 클래스도 전용 라운지와 180도로 젖혀지는 편안한 좌석, 고급스러운 음식 서비스가 제공된다. 장거리 여행에서 오는 피로를 줄이고,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는 것이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가장 일반적이다. A380이나 B747-8I, B747-400 대형항공기를 타게 되면 좌석이 3-4-3 배열로 배정되어 있다. 비행기 좌석 위치를 알려주는 알파벳은 ABC-DEFG-HJK로 I가 빠져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I가 없는 이유는 숫자 1(일)과 혼동될 수 있어서 사용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얘기로 신혼여행 커플이 항공사 카운터에서 수하물을 부치고 좌석 배정을 받았는데, H와 J좌석이었다. 신혼여행의 단꿈에 부풀어있던 커플은 순간적으로 떨어져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항공사 직원에게 항의했다가 이 같은 설명을 듣고는 오해를 풀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비행기 여행이 자유롭지 않게 바뀌었지만, 곧 풀리리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전염병의 도전을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다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올라서 시공간을 이동하는 시기를 맞이할 것이고, 그때는 여행을 떠나는 즐거움과 만족감이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소개
현재 아시아나항공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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