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86] 온돌
[아! 대한민국-186] 온돌
  • 김정남 본지 고문
  • 승인 2020.07.2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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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역사학자이자 민속학자였던 손진태는 1928년, 잡지 『별건곤』에 한민족의 문화는 “온돌을 태반으로 하여 탄생했으며 우리의 민족성은 온돌을 자모(慈母)로 하여 훈육되었다”고 썼다. “우리는 온돌서 나고 온돌에서 자랐으며 온돌에서 죽었다.” 그만큼 온돌은 한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고, 온돌은 곧 한민족 주거 생활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온돌은 부엌의 아궁이에서 불을 때어 열기가 방바닥 아래 통로(고래)를 지나 굴뚝으로 배출되면서 구들장을 데우는 방식이다. 자연 난방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한번 불을 때면 온기가 오래 유지될 수 있어 아파트가 생기기 전까지는 한국인의 가장 보편적인 난방법이었다. 온돌(Ondol)은 옥스퍼드영어사전에도 오를 만큼 한국의 독특한 난방 시스템으로 널리 인정받은 바 있다.

온돌은 원래 ‘따뜻한 굴뚝’이란 뜻으로 난방시설을 가리키는 용어로 굳어졌지만, 온돌의 순우리말은 구들(구운 돌)이라는 뜻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온돌식 난방은 고대 로마와 몽골, 바이칼의 북 흉노, 알래스카, 중국 화북지방에서도 발견되지만, 현재까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곳은 한민족뿐이다.

한민족 온돌의 기원은 2천여 년 전 북옥저의 쪽구들(방의 일부만 덮어 데우는 구들)에 두고 있다. 북옥저인이 함경북도, 길림성 동부, 연해주 남부를 거쳐 경기, 경상도로 남하하면서 쪽구들은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하였다고 한다.

고려 시대에 들어와 방 전체에 구들을 놓는 온구들이 등장해 점차 쪽구들을 대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온돌문화는 하층의 일반백성이 먼저 받아들이기 시작해 상류층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상류층은 13세기 들어서야 온돌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선은 16세기 중반까지 임금이 나무 침상을 썼고, 17세기 무렵 궁궐에 온돌이 입성했다. 온돌은 1500년이 지난 조선 후기에 와서야 한반도 전역에서 모든 계층이 애용하는 민족의 보편적인 생활문화가 됐다.

온돌이 유행하면서 좌식 생활이 일상화됐고 단층집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무게 때문에 2층 이상으로는 구들을 깔 수 없었기 때문이다. 땔감을 아끼기 위해 집의 규모도 작아졌다. 온돌 때문에 생긴 폐해도 만만치 않았으니 장작을 땔감으로 쓰다 보니 산은 민둥산이 되었다. 구한말 조선을 찾은 외국인들은 구들로 방안에 온기가 지속함으로써 파리와 벼룩, 빈대와 벌레들이 창궐했다고 쓰고 있다.

그렇지만 온돌의 생명력은 끈질기다. 온수관을 이용해 구들장을 데우는 현대식 온돌로 변신에 성공하면서 아파트 시대에도 의연히 살아남았다. 또 찜질방 같은 새로운 생활문화까지 만들어냈다. 우리 민족은 어쩌면 백의(白衣)민족이면서 동시에 온돌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 지리산 칠불암(七佛庵)의 아자방(亞字房)은 한민족 온돌방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으로 온돌을 아(亞)자 형태로 놓아 한번 불을 때면 위아래를 막론하고 여러 날 온 방 안이 고루 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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