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게 되면 기다려지는 게 식사 시간이다. 지상에서 먹는 데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비행기 안에서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 하는 식사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사람의 혀 표면에는 유두(papillae)의 맛봉오리(미뢰, Taste bid)가 있고, 이곳에는 음식의 맛을 느끼게 하는 미각수용체가 있다. 사람은 짠맛,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 등 5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미국 코넬 대학교 식품 과학 로빈 댄도 교수 연구팀이 2015년 6월 실험심리학저널을 통해 발표한 글에 따르면 기내 소음은 음식의 맛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로진 댄도 교수팀은 18~55세 남녀 48명을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85㏈의 기내 소음 속에서 식사하게 하고, 다른 팀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게 했다. 그 결과 소음에서 식사한 팀 실험에선 단맛 미뢰 작용이 더뎌지는 반응이 나타났다. 하지만 감칠맛 미뢰 작용은 시끄러운 기내 환경에서 더 활발했다.
감칠맛을 내는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토마토, 감자, 당근, 버섯, 치즈 등이 있다.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에서 조사를 해보니 기내에서 맥주보다 토마토 주스가 더 많이 소비됐다고 한다. 독일의 프라운 호퍼협회는 객실 내 기압의 감소가 짠맛과 단맛을 30%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비행기는 3만5천피트까지 높은 고도로 운항하기 때문에 기내에서는 기압이 낮게 된다. 또 건조한 공기, 엔진에서 나는 백색소음이 귀를 자극하고 이러한 환경들은 승객의 입맛을 떨어뜨리게 된다. 기내에서는 감기 걸렸을 때처럼 음식 맛을 잘 못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감칠맛이 나는 메뉴를 선택하고 기내에서 식사할 때는 귀마개나 조용한 음악을 틀어서 엔진소리를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 효과로 식감을 되살릴 수 있다. 땅콩과 같은 견과류를 식전에 먹으면 음식의 맛과 질감을 미리 느낄 수 있어, 기내식을 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세계 여러 항공기 기내식 중 최고로 평가되는 메뉴는 무엇일까? 싱가포르항공은 8개 국가 미쉘린 레스토랑 요리사들이 엄선한 최고의 음식을 제공하는데, 퍼스트클래스 탑승객은 카나페(Canape), 애피타이저, 수프, 샐러드, 메인 요리, 후식(아이스크림·차, 스낵) 등으로 구성된 풀코스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출발 24시간 전까지 탑승객이 ‘북 더 쿡(Book the Cook)’을 통해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오스트리아 항공은 최고의 기내식 업체인 Do&Co에서 만든 식사와 커피의 본고장답게 비즈니스 클래스 기내식에 11가지 종류의 ‘마이늘 커피(Meinl coffee)’를 제공한다.
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기내식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기내식 중 하나가 라면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하늘에서도 어쩔 수 없나 보다. 단 비즈니스 클래스나 퍼스트 클래스를 타는 사람들에게 제공된다. 필자도 비즈니스 클래스를 탔을 때, 라면은 꼭 먹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기내식은 8시간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면 2끼가 제공된다. 메뉴는 항공 노선에 따라 달라지는데 일반석 기준으로 일본·중국 등 단거리 비행일 경우에는 한 가지 메뉴가 나오고 유럽·미국 등 장거리 노선 승객은 두 가지 메뉴에서 고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종교적 이유나 건강을 위해, 유아나 어린아이 등 특별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은 미리 항공사에 기내식을 주문할 수 있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에서 정한 특별 기내식에는 23가지가 있다.
현실적으로 비행기에서 지상에서처럼 충분한 음식이 제공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100년 전 첫 기내식이 샌드위치인 것과 비교하면 항공사 기내식은 상당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필자소개
현재 아시아나항공 근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