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칼럼] 비싼 사선 변호사와 싼 국선변호인··· 우리는 법 앞에 과연 평등한가?
[박대석칼럼] 비싼 사선 변호사와 싼 국선변호인··· 우리는 법 앞에 과연 평등한가?
  • 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대표
  • 승인 2020.08.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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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석 칼럼니스트, (주)예술통신 금융부문대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있다. 돈이 있으면 변호사를 잘 써서 무죄, 돈이 없으면 변호사가 없어서 유죄로 처벌받는다는 말이다. 법률소비자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사회의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불신과 연결돼 있다.

이런 현상은 자본주의 사회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아예 없어지긴 어렵다. 한 예로 영어에도 ‘No penny, no pardon(돈 없으면 용서도 없다)’이라는 표현이 있다. 영화 ‘차이나타운’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이 의외로 심하다. 돈도 뒷배경도 넘쳐나는 고위 권력층에 속한 경우에는 상당히 큰 죄를 짓는다고 해도 가택 연금이나 그 정도 선에서 끝나며 교도소에 간다고 해도 호화 시설에 수감돼 편하게 지내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돈도 배경도 없는 일반 재소자는 다른 나라들과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열악한 교도소에서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 미국은 교도소 인권이 굉장히 막장인 약육강식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권력층 소속 여부에 따라 같은 죄를 짓고도 어디로 보내지느냐가 결정되는 구조. 보시라이처럼 돈도 뒷배경도 넘쳐나는 고위 권력층에 소속된 경우에는 상당히 큰 죄를 짓는다고 해도 사형만 해당하지 않으면 베이징 친청 교도소 같은 호화 시설에 수감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반면, 돈도 뒷배경도 없는 일반 재소자는 다른 나라들과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열악한 교도소에서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은 이런 현상이 아예 일상화돼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달 27일 보도에 따르면 태국 거대 부호 집안의 손자에 대해 사법당국이 8년을 우물쭈물하다 결국 면죄부를 주면서 사법 정의가 훼손됐다는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정부와 검찰 등도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과정은 변호사에 달려있다. 능력이 있는 이른바 비싼 변호사, 전관예우 변호사, 판사와 인연이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느냐 아니면 돈이 없어 나라에서 지정한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느냐의 차이이다. 이에 따라 같은 죄라 할지라도 변호 과정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전직 대통령, 대기업 총수,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의 검찰 조사와 재판과정에 우리는 이름 있는 변호사군단들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재판 결과 등을 그러려니 하고 보아왔다. 과연 우리는 정말 법 앞에 평등한 것인가?

법 앞에 평등은 무엇인가? 중세적 의미의 신(神) 앞의 평등이념이 근대로 넘어오면서 그대로 법 앞의 평등이 됐다. 자연법사상에 준거한 자연권적 불가침의 평등이념으로 선언된 것이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평등사상은 배분적 정의 이념에 근거해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평등'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즉 같은 죄를 지면 어떤 변호사를 선임하느냐와 관계없이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국내외 모두 그렇지 않다.

법 앞 평등을 실현할 방법은 없는가? 형사사건에 대하여 국민 누구나 국선변호인만을 선임하게 하면 된다. 변호사 자격은 국가의 공정한 절차를 거쳐 부여한다. 변호사도 사람이니 개인 간의 능력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도 사선, 국선변호사의 능력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국민은 누구나 국선변호사만을 선임하여 조사 및 재판을 받게 한다. 물론 피의자들의 적정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정보가 투명하게 잘 공개돼있다. 다만 대상이 되는 피의사실에 대한 경중을 따져 선임할 수 있는 변호사의 수를 정하도록 하면 된다. 사건이 크면 많이 선임 할 수 있고, 작으면 1명만 선임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 국선변호사의 수임료는 건당 약 평균 30만 원(헌재 75만 원)으로 연간 예산이 450억 원 수준이고 국선변호인 선임률은 2013년 기준 약 40%에, 9만 건 수준이다. 연간 국선변호인 예산이 재벌 총수 사건 몇 건에 해당하는 수임료 정도이다. 이를 대폭 상향 조정해서 현실화해야 한다. 그래서 국민 누구나 형사사건에 대하여 빈부, 신분 등에 차별 없이 국선변호사만의 조력을 받게 해야 한다.

그리고 형사피의자가 재판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이 확정되면 그에 상응한 국선변호사 비용을 적정하게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시기를 조정하여 납부토록 해야 한다. 다만 지금과 같이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임하여 독립성을 침해받을 수 있는 제도는 개선돼야 할 것이다.

물론 당장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법 앞에 평등 제안을 허황한 말이라고 폄하(貶下)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로 경제문제 등을 다루는 민사사건에서 더 큰 능력을 발휘하면 된다. 그리고 복잡 다변한 현대에 변호사들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곳은 많다.

유명 인사들의 화려한 변호사군단의 모습이 당연하게 생각되던 일이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진정한 법 앞에 평등한 세상은 언제 올 수는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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