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통촉해 주소서
[이영승의 붓을 따라] 통촉해 주소서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20.10.23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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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대형 금융비리 사건으로 나라가 온통 들끓고 있다. 바로 라임과 옵티머스라는 두 펀드 사기사건이다. 두 건의 피해자만도 3천명이 넘으며 피해액은 무려 2조원을 넘나든다고 한다. 권력실세들이 개입된 사건이라 아직은 그 실체가 오리무중 상태이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다행히 대통령이 그간의 기조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니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금융계의 저승사자라고 일컫는 금융감독원이 이를 미리 막지 못한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며, 두 사건 모두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되어 있고, 다수의 공기업들이 상식 밖의 투자를 한 것도 납득 할 수 없으며, 전직 경제부총리와 검찰총장 및 대통령 후보의 금융정책특보 등 기라성 같은 고위 인사들이 고문단에 위촉되어 활동했다니 그들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하며, 현직 장관이 이들 금융상품의 이익을 얼마나 믿었기에 6억이나 되는 거금을 투자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이것이 권력형 비리가 아니면 무엇이 권력형 비리란 말인가!

참으로 이해 안 되는 것은 이번 사건의 주범 중 한 사람으로 구속 중인 피의자가 현직 검찰을 접대했다는 등 검증되지 않은 옥중 편지에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는 것이다. 이는 ‘법무장관은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수사지휘를 할 수 있다’는 현행 검찰청 법 취지에 부합하는지 알 수 없으며, 누가 검찰총장인지, 검찰총장이 있기나 한지도 모를 지경이다. 집권 여당이 검찰을 이토록 무력화시키고 법치를 무너뜨리는 상황을 보노라니 이게 정말 나라인가 싶다. 이 아수라장 같은 상황을 지켜보는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심각성을 알기나 하시는지 갑갑하기 그지없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공약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번 금융비리 사건이 발생한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내 소견으로는 사건이 터지면 대통령은 재발 방지를 위해 일벌백계해야 함에도 감싸주고 덮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기회에도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더 큰 비리 사건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피해자들은 목 놓아 울부짖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분노하다 못해 허탈할 지경이다. 이것이 진정 공정이고 정의란 말이던가?

지금의 난국이 코로나와 싸우기도 벅찬데 경제가 어려워 청년 실업자는 쏟아져 나온다. 나라의 돈 쓸 일은 늘어나는데 기업이 어려우니 세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채를 쓰면 이자까지 부담하게 되며, 국제 신인도가 떨어져 이자율은 더 높아진다. 게다가 국제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며,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패권 싸움 한가운데 놓여있다. 이 시국에 위정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며 지혜를 모으는지,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 와중에 공직자들이 사익을 챙기기 위해 대형 금융 비리에까지 연루되고 있다니 이게 정말 말이나 되는가?

이 상황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놀라운 뉴스가 나왔다. 장관의 지시로 특별조사팀을 꾸린 서울 남부지검장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폭탄발언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해 버렸다. 펀드 사기사건과 관련해 발동한 장관의 부당한 수사지휘권도 작심 비판했다. 이분은 친여 정치검찰로 의심되어 어떤 조사 결과를 내 놓아도 믿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이토록 정의롭고 용기 있는 검찰이 있다니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군복무 특혜 의혹을 받는 장관의 아들 사건을 안중근 의사에 빗대 실소를 자아낸 정치인도 있었는데 이분이야 말로 진정 현대판 안중근이 아닌가 싶다.

작금의 상황에서 민심을 달래고 나라를 바로세울 유일한 방법은 단 한가지 밖에 없을 것 같다.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고 직접 나서는 길이다. 물론 대통령 한 사람이 다 감당할 수는 없으며, 대통령도 전지전능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인사가 만사라 하지 않았던가? 대통령은 절대 인사권을 갖고 있다. 말 잘 듣는 자기편만 중용할 것이 아니라 능력 있고 양심 있는 인사들을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된다. 이는 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래 놓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비리를 저지르면 일벌백계로 다스리면 된다. 몇 번만 본보기를 보이면 모두들 정신 차릴 것이다. 문제는 상감께 그런 의지와 혜안이 있는가이다.

통촉(洞燭)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사정이나 형편을 깊이 헤아린다.’는 뜻이다. 이토록 나라가 어지러운데 정의와 공정의 문민정부를 자임하던 그 많은 우국충정 신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듣기 좋은 ‘지당하십니다.’는 말만 하지 말고 때로는 결연하게 통촉도 간했으면 한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몽매한 백면서생이 허공을 향해 ‘통촉하소서!’ 라는 다섯 글자를 간절히 외쳐본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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