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항공칼럼] ‘파일럿(Pilot)’으로 가는 길
[박철성 항공칼럼] ‘파일럿(Pilot)’으로 가는 길
  • 박철성 항공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0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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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비행에서 지상은 하늘이 된다.
집에서는 불빛이 새어 연기처럼 하늘로 올라오고 비행사는 가족의 저녁 식탁 대화를 듣는다.
하늘에는 길이 없다. 대지를 방랑하는 순례자처럼 야간 비행사는 별과 나침반 그리고 사유의 길을 걷는다.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중에서)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류의 소망은 그리스 신화인 ‘이카로스의 날개’ 이야기를 만들어내었고 우리는 무한의 영역인 하늘을 비행하는 꿈을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해왔다. 2,000회 이상의 비행 실험을 한 오토 릴리엔탈의 영향을 받아 키티호크 모래언덕에서 비행을 시도하던 라이트 형제는 마침내 1903년 약 340kg인 플라이어 비행기를 조작해 12초간 3차원의 공간을 날아오르면서 인류의 비행시대는 급속한 발전을 이루게 됐다.

파일럿(Pilot)은 최첨단 항공기를 조종하는 고도의 능력이 필요한 전문직업으로서 역사적으로 비행기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매일 주야간 관계없이 하루 8시간과 연간 1,000시간의 비행을 하는 조종사로서는 매번 비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상 상황이나 몸 컨디션, 승객 환자 발생, 기체결함 등의 상황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적절한 조작과 운항 절차 적용을 통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해야 하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경우에는 야간 비행 시 급기동을 하면서 바다 쪽을 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체를 뒤집으면서 나아가다 보면 시각적으로 바다와 하늘을 분간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깜깜한 밤에는 바닷물에 하늘이 비쳐서 달이 바다 쪽에서 보이는 시야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행시간 1,500시간이 넘는 숙련된 공군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 데 KF-16 전투기의 경우 109억5천만원, CN-235 수송기는 67억9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민간 항공사의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비행적성, 그리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실제 비행을 하기까지 2년 정도의 힘든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조종사가 되기 위한 갈림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군사관학교나 항공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뒤늦게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항공사의 인턴과정을 거치거나 개인 부담으로 국내 또는 해외 비행학교에서 민항에서 필요로 하는 3가지 기본 자격증(자가용 PVT, 사업용 COM, 계기한정 IFR )과 ICAO에서 요구하는 항공 영어 구술능력 증명(EPTA 4등급 이상)을 취득하여야 한다.

기본 자격증 취득과정을 마치면 250~300시간의 프로펠러 비행 경험을 가지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으로 대형 제트항공기를 운영하는 민간항공에 적응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어 제트항공기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JET BRIDGE 과정으로 소형 비즈니스 JET 기종 한정자격을 추가로 취득해 항공사에 입사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조종사 채용 시 보통 1천시간 이상 비행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예전에 4년제 대학 졸업자 중에 운항인턴을 선발하여 미국 비행학교에 훈련을 보내기 전에

항공사 일반직의 예약, 공항, 정비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적이 있었다. 길지는 않지만 이러한 근무 경험은 사회 초년생으로서, 고객들과의 여러 접점을 가지고 있으며 연계된 업무서비스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항공사 직원이 갖춰야 하는 고객 서비스 정신과도 무관하지 않다. 운항인턴 직원이 예약 근무를 마치고, 비행학교로 가기 전 회식 장소에서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고객 중에서는 까다로운 손님들도 있게 마련인데, 처음에는 이것저것 물어보고 거친 말투로 빠른 예약을 독려하여 힘들었지만, 예약을 끝내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덧붙여 본인이 앞으로 비행을 하게 되면 도착지까지 가는 도중 기상악화나 계기 고장 등 비상상황을 동반한 어려운 상황이 일어날 때 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본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예약 근무는 비행 임무와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했다.

예약직원들은 고객들과 통화한 결과가 숫자로 나오는데, 그는 다른 동기들보다도 많은 고객의 예약을 처리했다. 당시 운항인턴들과의 저녁 식사가 필자의 결혼기념일과 겹쳤는데, 그들은 아내와의 통화 도중 축가를 기꺼이 불러주어 나에게도 뜻깊은 의미를 선사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2019년 12월 24일 발표한 직업 만족도를 보면 항공기 조종사가 7위로 높게 나타났다. 인생에서 행복한 일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보람을 느끼며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조종사도 그러한 직업들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공항에는 여행객들의 설렘과 즐거움이 있고 그 나라의 다양한 특색과 볼거리가 묻어있다. 이들과 매일 마주칠 때 거울신경계의 잔잔한 흥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느끼는 다양한 문화체험, 조그마한 조종실을 오피스로 가지고 있지만 드넓은 하늘을 전유하며 창문을 통해 멋지고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볼 수 있는 것, 하늘 여행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승객들로부터 존경, 본인이 평생 경험한 비행지식과 노하우를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무한 발산할 수 있다는 점은 조종사로서 충분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소개
항공칼럼니스트, 현재 아시아나항공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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