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너 자신을 알라
[이영승의 붓을 따라] 너 자신을 알라
  • 이영승(영가경전연구회 회원)
  • 승인 2020.11.27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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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테스형’ 노래가 국민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 몇 구절을 들을 때 테스라는 의미를 몰라 의아했다. 나중에 소크라테스의 약칭인 줄 알고서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말은 테스가 한 것이 아니라 델포이 아폴론 신전의 돌기둥에 새겨진 글귀라고 한다.

테스는 이 말에 꽂혀 자신을 알게 되었으며, 남들에게도 알리고 다녔다. 디오게네스는 이 말을 그리스 7현* 중 한 사람인 탈레스가 한 말이라고 했으나, 같은 7현의 한 사람인 스파르타의 킬론이 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 누가 했던 이 말은 인류 역사상 불멸의 격언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소크라테스는 2천5백여 년 전(BC470~399) 고대 그리스 시대 사람이다. 그는 인간의 지혜가 신에 비하면 하찮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자기의 무지를 아는 철학적 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그 격언을 철학적 사고의 출발점에 두었다. 테스는 문답법을 통한 깨달음, 무지에 대한 자각을 중시하는 등 근대 철학의 기초를 세웠으나 그의 사상이 아테네 법에 위배된다 하여 사형을 당했다. 그가 죽자 플라톤은 ‘아카데미아’라는 학원을 열고 저술활동을 하면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후계자다.

나는 수년 전 실로 어이없고 괴이한 꿈을 꾼 적이 있다. 나보다 나이도 10년 이상 젊고 지성적이면서 아리따운 한 여인이 내게 은근히 관심을 보여 가슴을 설레게 한 꿈이었다. 잠에서 깨어났으나 한동안 황홀했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현실이 아니고 꿈이라는 사실이 못내 아쉽기까지 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렸으나 다시 공상으로 비약해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만약 꿈속의 상황이 현실이라면 그 여인은 분명 내가 상당한 재력가이거나 능력자로 오인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되었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내가 그 사랑을 과연 수용할 수 있을까? 물론 내가 싱글이라는 전재 하에서의 생각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와 열정, 모든 것을 다 바친다면 상대를 어느 정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 자신이 결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오래 간다는 보장도 없을 것 같았다. 말하자면 내 자신을 직시하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만약 소크라테스가 그 당시의 내 마음을 알았다면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의 주제(꼬락서니)를 안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그 누구도 큰소리 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7학년에 입학한 이 나이에도 길을 가다가 멋있는 여성이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눈길이 쏠린다. 때로는 아내로부터 옆구리를 찔리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은 죽는 날까지 미완성’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완성만을 지향하며 살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한 꿈과 낭만도 없다면 어찌 살아서 숨을 쉰다고 할 수 있으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리스 최초 철학자 탈레스는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라 했으며, 가장 쉬운 것은 남을 충고하는 일이라 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을 마감하는 날까지 끝없이 풀어야 할 과제는 바로 ‘나 자신을 아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 그리스 시대의 일곱 현인(賢人):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7현의 명부는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protagoras)에 나오는 탈레스, 비아스, 피타코스, 솔론, 클레오브로스, 킬론, 페리안드로스로 거의 동 시대(BC7~6세기) 사람들이다. 명부 작성자에 따라 달라져 20여 명에 이르나 앞의 네 사람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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