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의 고금한식(古今韓食)①] ‘북경록(北京錄)’에서 접하는 우리 음식..."북경 통역관 집은 우리 김치 흉내내"
[이종환의 고금한식(古今韓食)①] ‘북경록(北京錄)’에서 접하는 우리 음식..."북경 통역관 집은 우리 김치 흉내내"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0.12.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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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주인과 손님이 한 식탁을 써"..."요녕에는 동치미가 있어 우리나라와 맛 같아"
19세기 조선 선비의 눈에 중국은 소고기를 먹지 못하는 나라였다. 사진은 2020 한국식문화대축제에 전시된 소갈비.
19세기 조선 선비의 눈에 중국은 소고기를 먹지 못하는 나라였다. 사진은 2020 한국식문화대축제에 전시된 소갈비.

과거 우리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찾다가 ‘북경록(北京錄)’이란 책을 접했다. 이 책은 조선 순조때 자제군관으로 동지사 일행을 배행해 북경을 다녀온 신태희(申泰羲)라는 선비가 쓴 글이다.

1826년 11월 압록강을 건널 때 동지사 일행은 모두 638명, 말은 515필로 대규모 행렬이었다. 당시 동지정사는 종2품 홍문관 제학인 홍희준, 부사는 신석붕이었다. ‘북경록’을 남긴 신태희는 신석붕의 아들로. 그가 동지사 부사인 아버지를 배행해 북경으로 갈 때의 나이는 27세였다.

이 책에는 요동반도를 거쳐 북경으로 가는 길에 접한 신기한 내용들을 담았다. 가령 밭갈이하는 법에 대해서는 이렇게 적었다.

“산해관 안쪽에서는 농기구가 가볍고 편리하여 간혹 나귀를 이용하거나 사람이 한다. 소로는 전혀 밭을 갈지 않는다. 산해관 바깥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사람이 대신 밭을 가는 경우는 없다. 요동의 동쪽에는 말과 소에 함께 멍에를 달고, 농기구 또한 우리나라 산골에서 사용한 것과 비슷하다. 고려의 옛 풍속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가축들에 대해서는 또 이렇게 소개했다.

“말 중에는 흰 말이 열에 예닐곱을 차지한다. 소는 흰색도 있고 검은색과 회색도 있지만 순황색(純黃色)은 전혀 없다. 낙타는 모두 회색이고 간혹 흰색도 있다. 돼지는 흰색이 많이 섞여 있고, 닭은 흰색 깃털이 있는 것이 많다. 황적색인 것은 전혀 없다.”

그는 사행길에서 중국의 음식문화를 보면서, 우리와 같고 다른 점도 기록에 남겼다. 음식과 오곡, 과일 등 중국과 우리의 차이점을 소개한 것이다.

우선 중국의 밥과 밥상문화가 우리와 달랐다. 그는 “산해관 안쪽은 모두 산대미(山大米)로 밥을 한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한 말의 쌀에 두 말의 물을 부어 끓이다가 그 물을 버린다. 이렇게 세 번을 한 뒤에야 비로소 약간의 물을 더해 밥을 지어서 낸다. 그러므로 애초에 찰기가 없어서 그릇 위로 높이 담을 수가 없다. 산해관 밖에서는 모두 수수와 기장 등으로 밥을 짓는데, 또한 쌀이 없어서다.”

밥상 문화의 다른 점도 이렇게 적었다.

“아침과 저녁의 식사는 남녀가 한 식탁에 둘러앉아서 각자 작은 그릇에 나눠 먹는다. 한 그릇을 다 비우면 또 한 그릇을 채워서 양껏 먹는다. 손님을 대접할 때는 주인과 손님이 한 식탁을 쓰고, 손님이 몇 사람이 되어도 따로 차리지 않는다. 매번 사람들 앞에는 각각 한 쌍의 젓가락과 하나의 술잔을 두고 심부름꾼이 술병을 들고 술을 따른다. 마시는 대로 따르고 술잔을 뒤집어 놓은 뒤에야 바로 그친다. 술잔 하나는 겨우 우리나라 사람의 몇 숟갈 정도로, 또한 한 번에 마시지 않고 조금씩 마신다.”

그는 반찬과 수저에 대해서도 비교를 했다.

“평소에 먹는 반찬으로는, 시골집에서는 침채 한 접시뿐이다. 맛이 몹시 짜고 시다. 그래서 간혹 물에 담가 그 독한 기운을 줄인 뒤에 끊어서 먹는다. 부유한 집에서 이른바 잘 차린 것도 ‘돼지고기계란볶음’과 ‘배추볶음’, ‘부추탕’ 정도이다. 음식은 모두 젓가락을 사용하고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데, 숟가락이 있기는 있다. 사기로 만들고 자루가 짧으며 머리가 깊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 숫가락을 많이 사온다”면서, “젓가락은 모두 나무로 만들거나 상아로 만들며, (우리처럼) 유기(놋쇠)로 만든 것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대표
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대표

밥그릇은 비록 궁벽한 마을과 후미진 거리라 할지라도 모두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를 사용하고,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으면 모두 백자(白磁)라면서 우리와 같은 놋그릇은 거의 없다고 적었다. 또 땔감은 수숫대를 쓰고, 그렇지 않으면 버드나무를 사용한다면서, 석탄(石炭)을 때고, 목탄(木炭)도 있다고 소개했다.

“석탄은 색이 검고 그 덩어리의 크고 작음이 일정하지 않다. 흙을 섞어서 덩어리를 만들어 불을 붙이면 불기운이 몹시 맹렬하다”면서 연탄도 소개한 그는 “하지만 그 연기는 아주 독해서 처음 맡아본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통을 앓는다”고 적었다.

밥을 지을 때는 바닥이 평평한 솥을 사용하고 우리나라 화로솥 같은 것은 없다고 소개했고, 또 물 긷는 그릇은 버드나무를 엮어서 만들어서 가볍고 깨지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의 동이나 독 같은 종류는 없다.

“장(醬)은 모두 메주콩에 밀을 섞어서 만든다. 장맛이 밋밋하고 시큼하여 먹을 수가 없다”고 했고, “침채(김치)는 모두 갓, 배추, 마늘, 파 등으로 만들어 맛이 아주 짜고 독하며, 영원위(寧遠衛)와 풍윤현(豐潤縣)에는 모두 동치미가 있어, 우리나라와 맛이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경 통역관의 집에서는 우리나라의 김치 담는 법을 흉내 냈다”고 덧붙였다.

채소로는 마늘, 파, 배추, 갓, 무, 시금치, 상추, 미나리, 씀바귀, 생강, 마가 많고, 모두 집의 채마밭에 심었다면서, 알지 못하는 채소가 많았다고 적었다.

육류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거위고기, 오리고기, 염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나귀고기, 말고기 등을 평소에 먹는다는 것이다. 개구리고기와 뱀고기도 별미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인 그는 “소고기와 개고기는 애초에 먹지 않으니, 우리나라 사람이 만약 소고기 육포를 주면 반드시 ‘못먹는다(不會喫)’면서 던져버릴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 “일반 촌락에서 마시는 술은 모두 소주(燒酒, 증류한 술)”라면서, “우리나라의 청주(淸酒)나 막걸리 같은 것은 없다. 맛은 황해도와 평안도의 소주 같은데 마신 뒤에는 속이 불편하다. 석회를 섞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북경 옆의 계주(薊州)와 역주(易州)의 술맛은 맑고 강렬하여, 우리나라의 계당주(桂糖酒), 이강주(梨薑酒), 백하주(白霞酒)와 같은데 약하게 취하고 쉽게 깬다고 덧붙였다.

과일에 대해서는 “귤과 불수(佛手)와 석류는 대동소이하나 냄새가 향기롭고 맛이 달콤하다”고 적었고, 용안(龍眼)은 아주 흔하고 맛은 먹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또 회회국(回回國)의 포도는 색이 푸르고 모양이 작지만 맛이 달고 새콤하다면서 우리나라 사람의 두우(痘憂 천연두)에 효과가 있다고 하나, 정말인지는 모르겠다고 적었고, 대추와 밤은 우리나라에 비해 아주 크다고 소개했다.

오곡(五穀)과 관련해서는 수수가 가장 흔하고, 다음은 콩, 조, 옥속(玉粟)이라면서 우리나라의 밥과 같은 것은 없다고 적었다.

젊은 조선 선비의 관찰력과 기록 정신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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