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특별기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07.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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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철 / 스위스 렌츠부르크(Lenzburg)

이곳 스위스에 정착한 지가 만 27년이 되었다.
살면서 항상 다 좋기야 하지 않겠지만, 한인들과는 좋은 기억이 더 많아서 ‘좋아하는 것들’ 을 적어본다

한국과 달리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금방 표가 나는 터전 속에서도 한인행사가 있을 때 마다 참석을 하시며, 거기에 자진봉사까지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을 지닌 우리한인들을 나는 좋아한다.

특히 한글학교에서 한글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좋을 수가 없다. 학생자녀를 둔 학부형님들의 모국어 사랑에, 말이 쉽지 주말에 있는 학교수업에 장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다는 것 자체가 교육이며, 모범이 되는 일이기에 나는 좋아한다. 난 내가 우리 아이들을 한글학교에 보내지는 못했지만 언제 어디서나 한글학교를 자랑한다.

아직까지 찾아 가 본 적은 없지만, 한국의 침술 등 동양의술로 활동하시는 분들을 나는 좋아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침술사를 찾아오겠지만, 찾아와서는 한국을 알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꽃 같은 한복을 입고 우리의 가곡을 이곳에 전파하고 있는 여성합창단 단원들을 나는 좋아한다. 화음이 어울리는 노래도 좋아하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어 연주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기에 좋아한다.
각종 단체에 적극 활동하시며, 봉사하시는 단체장님과 임원들을 나는 좋아한다. 보수도 없이 행하는 봉사에 수고한다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때론 말도 되지 않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있어도 묵묵히 봉사를 하는 분들을 나는 좋아한다.

나 자신이 부족하여, 잠시 주춤하는 신앙생활 속에서도 신부님의 강론과 목사님의 설교를 듣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밝은 사회로의 인도하심과 정의로움을 깨닫게 해 주시기 때문이고, 더욱이 많은 시간을 두고 알차게 준비하시는 과정을 겪어서 전하시는 말씀들이라 그 말씀듣기를 좋아한다.

나는 어린이들을 좋아한다. 천진스러운 맑은 눈망울엔 온 우주를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이 들어 있고, 거짓과 꾸밈이 없는 진실을 표현하기에 아이들을 좋아한다. 게으름과 계산된 마음이 깊은 곳에서 질곡을 이루고 있고, 속세에 너무 깊이 빠져 있는 나 자신을 알기에 아이들의 티 없는 눈망울을 좋아한다.

친구는 싸우다가도 내일 어떻게 놀까를 생각하는 사이라는 말이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사람을 나는 좋아한다. 특히 외국에 살면서 좋은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몸소 겪어 봤기에 잘 안다. 아직도 내 주위에는 나를 진실한 친구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 그분들을 존경하며 좋아한다. 그 중에도 바젤에 계신 친구를 제일 좋아하고 있다. 평소 전화나 안부가 없어도 만나면 반갑고 기쁘기 때문이다.

난 알프스 산악회를 좋아한다. 생활에 쫓겨 살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는데, 유산소 운동인 등산이나 산보를 하면서 어른들과의 대화가 그렇게 재미있고 유익할 수가 없다. 일석 이조의 혜택을 알프스산악회에서 얻고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동우회라서 인지 나이차이를 느끼지 않고 나눌 수 있는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난 내가 성격이 다소 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늘 주위를 한다고는 하지만 많은 실수를 하면서 살고 있다. 이럴 때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시고, 분위기에 맞게 말씀보다는 책을 권하시는 분이 계신데, 나는 그 분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직언은 듣기 싫어한다는 진리를 아시고, 말 대신 글을 내게 주시는 분께 조심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면서 좋아하고 있다.

나는 좋은 글이나 좋은 시를 접할 수 있는 동우회 카페에 가입해 가끔씩은 댓글을 다는 사람을 좋아한다. 댓글을 달면, 자기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고, 조리 있는 글을 쓸 수가 있으며, 글쓴이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좋아한다.

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모든 어머니들을 좋아한다. 모든 어머니들의 끝없는 사랑이 가족에게 행복을 주고, 사회에 평화를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스위스에 사시는 한국어머니들의 헌신적 자식사랑은 한인사회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있어 좋아한다.

스위스에서 활동하시는 각 분야의 예술인들을 나는 좋아한다. 각종 연주회와 전시회는 내 귀와 눈, 마음까지도 정화 시켜주고, 듣고 보는 견문을 넓혀 주기에 좋아한다.

지난 5월에 있었던, 글로리아합창단 음악회는 단연 백미였다고 생각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조화가 일품이었고, 듣는 이들의 편안함이 돋보여서 좋아하고 기다려진다.

난 우리 2세들의 모임이 있다는 것을 좋아한다. 2세들은 우리들의 希望이고, 主體이기 때문이다. 첫 번의 모임에 25명이 참석을 하였고, 참석자 모두가 이 모임에 만족해 하며 다음을 약속하고 헤어졌다는 소식은 2세들 모임에 밝은 전망이 있다는 징조이기에 좋아한다.

난 우리나라를 대신해 나와 있는 대사관과 기관 단체에 근무하는 분들을 좋아한다. 국가의 권리신장과 이미지를 알리고, 우리들의 어려움을 해결 해주고 있기에 좋아한다. 대사관이 없는 곳, 우리나라 항공기가 취항하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교민들의 불편함을 알고 있기에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을 좋아한다.

난 젊은 나이에 스위스로 이주해 와, 나와 가족 위주로만 생활해서인지, 어르신들의 좋은 말씀 듣기를 좋아한다. 他山之石으로 삼을 수도 있고, 내 건방증을 다스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옳으신 말씀은 두고두고 기억이 되고, 때론 글보다도 주옥 같은 경험담을 듣기 때문에 좋아한다.
그 밖에 좋아하는 것이 더 있지만 하나만 더 적고 싶다,

난 내 가족을 사랑하며 좋아한다. 다른 모든 것을 좋아해도 가족을 좋아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는 변명과 함께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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