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바이든 취임식에서 울려 퍼진 축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
[이계송칼럼] 바이든 취임식에서 울려 퍼진 축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1.01.23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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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장, 노란색 외투를 입고, 빨간 왕관을 쓴 모습의 앳되어 보이는 한 흑인 소녀가 나타났을 때, 나는 뭔가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하면서 긴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에너지와 카리스마가 넘치는 보이스가 식장에 울려 퍼졌다. 16세에 시인이 되었고, 하바드대(사회학)를 졸업한 후 미국 최초 유일한 청년 계관시인이 된 아만다 고르만(23), 그는 소녀가 아니었다. 엑센트가 없는 표준 영어 발음, 그의 낭송 시(詩)는 나의 귀에 쉽고 또렷이, 그리고 상쾌하게 전해졌다. 한 구절 한 구절 읊을 때마다, 긴장한 참석자들의 진지한 모습도 TV는 놓치지 않고 보여주었다. 그녀가 “노예의 후손으로 싱글맘 손에 자란 / 깡마른 한 흑인 소녀가 /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는 나라와 시대”라는 구절을 읊었을 때 전율을 느꼈다.

뉴욕타임즈 서평가 Dwight Garner는 그의 축시 낭송 장면을 이렇게 표현한다. “언어가 타락한 4년 후-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을 때 마침- 고르만은 단단한 테이블스푼처럼 담백하고 평이한 미국인들의 말을 사용했다. 그리고 명쾌하게 귀에 듣기 아주 좋은 음조로 낭송해 주었다. 그녀의 손놀림은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 같은 표현력이었다.” 그리고 위대한 시인 Robert Frost를 떠올리면서, 그의 도서관 건립 기공식 때 케네디 대통령이 했다는 연설을 아만다 고르만과 연결시켜 덧붙인다. “권력이 사람을 교만하게 할 때, 시는 그의 한계를 일깨워 준다. 권력이 인간의 관심 영역을 좁힐 때, 시는 인간 존재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일깨워 준다. 권력이 부패하면, 시는 깨끗해진다.”

고르만은 시를 쓰면서도 사회운동을 이끌고 있다. 학생 스토리텔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하는 단체 ‘One Pen One Page’를 이끌고 있다. 또한, 10대 소녀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실험적 가상현실 프로젝트인 ‘She the People’에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하면서, “이것은 길고 긴 먼 목표지만, 저는 2036년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공직에 출마할 작정”이라는 “그녀의 버킷리스트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필자는 그의 시를 전문 번역하여 전한다. 전문 번역가도 아니다. 더구나 시를 번역한다는 것은 시인의 경지에 서야, 그 맛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대충의 의미를 전하니 참고로 읽어주기 바란다.

날이 밝으면 스스로 묻는다 / 이 끝없는 어두움에서 빛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 우리가 짊어지고 가는 슬픔 / 건너야만 하는 바다. / 우리는 시련에 용감히 맞섰고. / 침묵이 항상 평화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 그리고 공정한 것이 / 항상 정의가 아니라는 규범과 개념 속에서.

하지만, 어느새 / 새벽은 우리의 것. / 어떻든, 우리는 살고있고 / 어떻든, 우리는 역경을 겪고 목격했다. / 아직 완성되지 못했을 뿐, / 무너지지 않은 나라를. / 한 나라와 한 시대의 후계자인 우리가 / 그리고 노예의 후손으로 싱글맘 손에 자란 / 깡마른 한 흑인 소녀가 / 대통령이 되는 꿈을 꿀 수 있는 / 대통령을 위해 시를 낭독하는 이 순간에도.

또한 그렇다 우리는 세련되지 않았다. / 완벽하지도 않다. / 그렇다고 우리가 완벽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 그래서 우리는 목적을 가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 인간의 모든 문화, 피부색, 성격, 조건에 헌신하는 국가를 이루기 위해 분투한다. / 그래서 우리의 시선을 우리 사이의 차이가 아니라 / 우리 앞에 놓여있는 모든 것에 맞춘다. / 우리는 분열을 종식 시킨다. / 왜냐 우리는 미래를 우선에 두고 / 서로의 차이점은 제쳐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 두 주먹을 내려놓는다 / 서로가 서로에게 닿을 수 있도록. / 우리는 누구에게도 해되지 않는 모두를 위한 화합을 추구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세상이 이것은 진실이라고 말하게 하자. / 슬퍼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성장했고, / 상처받는 동안에도 우리는 희망을 가졌다. / 지칠 때도 우리는 노력했다. /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것이고, 승리할 거고 / 우리가 패배를 결코 다시 모를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 분열의 씨를 뿌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에.

성경은 우리에게 미래를 상상하도록 말씀한다. / 모두가 자신의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아있어라. / 그러면 두려울 것이 없나니. / 우리가 우리의 시대에 부응한다면, / 승리는 칼날에 있는 것이 아니라, / 우리가 만든 모든 다리 위에 있나니, / 그곳이 약속의 땅이다. / 우리가 오를 언덕 / 우리가 감히 용기를 갖기만 한다면.

미국인이 되는 것은 우리가 물려받은 자부심 이상이기 때문이다. / 그것은 우리가 발을 딪고 있는 과거고, / 그리고 그걸 어떻게 회복시키는가. / 나누기보다는 오히려 / 이 나라를 파괴할 수도 있는 힘을 우리는 보았다. / 만약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면, / 이 나라를 파괴시킬 것이다 / 그리고 이 노력이 거의 성공했다. / 그러나 민주주의는 주기적으로 지연될 수 있지만 / 결코 영구히 패배하지 않는다 / 이런 진실 속에서, / 우리가 신뢰하는 이런 믿음 속에서.

우리가 잠시 미래를 응시하는 동안 / 역사는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 지금은 단지 구원의 시대 / 우리는 애초부터 이를 두려워했다. / 우리는 그런 무서운 시간의 상속자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 /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는 힘을 찾았다. / 새로운 역사의 장을 쓰게 될, / 우리 자신에게 희망과 웃음을 주게 될. / 그래서 우리는 잠시 질문을 던졌다 / 어떻게 하면 재앙을 이겨낼 수 있을까? / 이제 우리는 단언한다. / 어떻게 재앙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었겠는가? /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거고, / 미래의 무엇을 향해 움직여 갈 거다. / 멍이 들었지만 온전한 나라, / 자비롭지만 대범한, / 맹렬하지만 자유로운 나라. / 우리는 위협 때문에 돌아서거나 /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 우리는 무반응과 타성이 / 다음 세대의 유산이 될 것이고. / 우리의 실수가 그들의 짐이 될 것이므로.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 만약 우리가 자비와 힘을 합친다면, / 그리고 힘과 정의를 합친다면 / 사랑은 우리의 유산이 되고, /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게 될 것이다. / 그래서, 우리에게 남겨졌던 나라보다 / 더 좋은 나라를 남기자. / 청동처럼 뛰는 내 가슴으로 숨을 쉴 때마다, / 우리는 이 상처받은 세상을 놀라운 세계로 만들어낼 거다. / 우리는 서쪽의 금빛 언덕에서 일어설 것이다. / 우리는 바람에 휩쓸린 동북에서 일어설 것이다 / 우리 선조들이 처음으로 혁명을 깨달았던 그곳. / 우리는 중서부 주들의 호수테를 두른 도시들에서 일어설 것이다. / 우리는 햇볕에 그을린 남쪽에서 일어설 것이다. / 우리는 우리나라라고 부르는 구석구석에서 / 재건하고 화해하고 회복할 것이다. / 다양하고 아름다운 우리 민족이 새로 태어날 것이다. / 날이 밝으면, 우리는 어두움에서 벗어나 / 타오르는 불빛 속에서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 새로운 새벽은 자유로움 속에서 피어난다. / 항상 빛이 있기에. /우리가 그것을 볼 수 있을 만큼 용감하다면 / 우리가 그렇게 될 수 있을 만큼 용감하다면.(아만다 고르만 2021/1/20)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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