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대법원장의 법복
[이영승의 붓을 따라] 대법원장의 법복
  • 이영승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1.02.1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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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요체는 법치이다. 삼권분립 하에서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공정한 심판은 사법권 독립이 전제되었을 때 가능하다. 재판정의 판사 좌석이 덩그렇게 높고, 모든 참관인들이 판관 앞에 고개를 숙이는 이유는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판사들의 정점에 바로 대법원장이 있으며, 그가 입은 법복은 한 나라의 권위와 정의를 상징한다.

역대 대법원장들은 그 권위를 중시해 거의가 대법관 출신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현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 전통을 깨고 현직 지방법원장이 파격적으로 임명되었다. 진보 성향의 특정 법조인 단체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이해한 이유는 형식보다 소임만 잘 하면 된다는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이번에 그 믿음이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그로인해 파격인사를 한 의도가 과분한 감투에 감읍해 정권의 말을 잘 들으라는 속내였음을 국민이 알아채게 되었다.

대법원장의 잘못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본인의 절대적 사명인 ‘사법권 독립을 망각’한 처신을 했다. 김 원장은 사법연수원 2년 후배인 부장판사가 지난해 5월부터 수술 등 일신상 사유로 수차례 사직서를 냈다. 그러나 원장은 다른 재판에 간여한 혐의로 당시 여당에서 탄핵을 논의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수리하지 않았다. 재판 간여 문제는 이미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이는 정권의 눈치를 봐 직업선택권을 제한한 명백한 현행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여론은 권력에 휘둘려 사법권 독립을 훼손했다고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며, 모 야당 정치인은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쳤다고까지 혹평하고 있다. 더구나 원장은 본인 임명 동의안 국회 인준 과정에 그 후배 판사에게 야당의원을 상대로 로비를 부탁했다고 하며 임명 후에도 그 후배의 지원에 대해 “고맙다. 식사 한번 하자”고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법이나 명분을 차치하더라도 인간적인 도리도 아니다.

더 큰 잘못은 ‘거짓말’을 했다. 후배 판사의 발설로 상기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면담 시 탄핵이란 말은 한 적이 없다”고 거듭 변명했으며, 국회에도 “공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적이 없으며, 탄핵이란 말을 한 사실도 없다”고 허위 답변서를 보냈다. 이에 후배 판사가 급기야 면담 과정 녹취록을 공개하자 사실을 인정하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때에도 “9개월 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는 옹색하고 구차한 변명을 덧붙였다. 이 말을 어느 국민이 믿겠는가? 미국 닉슨 대통령이 사임한 워터게이트 사건도 바로 거짓말 때문이 아니었던가. 여권에서는 판사의 녹취 행위가 불법이며 도리가 아니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와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상대방 동의가 없어도 불법은 아니라고 한다. 얼마나 상식에 반하니 녹취까지 했겠는가. 오히려 대법원장의 사법권 독립 의지가 없음을 국민이 알게 되었으니 칭찬받을 일이 아닌가 싶다.

대법원장(大法院長)의 법복(法服)은 국민이 준 옷이지 임명권자가 준 옷이 아니다. 이를 혼돈해 정권의 눈치를 보았음이 확실하다. 김명수 원장은 후일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할지 실로 두렵지도 않은가? 지금이라도 처신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국민 앞에 거취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 그가 했던 말을 빌려 툭 까놓고 얘기하면 ‘대법원장이 그동안 입었던 법복은 자신에게 너무 과분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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