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단 선관위가 특정 후보 사퇴 종용해서야
[취재수첩] 민단 선관위가 특정 후보 사퇴 종용해서야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 승인 2021.02.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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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전 경찰 조사받은 내용 기재 안 했다고 사퇴 종용··· 기울어진 운동장 뒤집지 말아야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60만 재일동포사회를 이끄는 차기 재일민단 중앙단장 선거가 2월26일 치러진다. 지금으로부터 채 열흘이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민단이 전체적으로 노령화되는 가운데 젊은 리더십이 등장해 민단의 면모를 새롭게 바꿀 수 있는가다. 이는 여건이 현 단장은 72세, 임태수 후보는 59세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번 선거가 구심력으로 작용해서 지난 중앙단장 선거의 후유증으로 서로 편이 갈려왔던 것을 과거처럼 단결력이 있는 민단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선거는 조직이나 단체의 분위기를 새롭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재일민단 중앙단장 선거로 60만 재일동포 사회가 활력을 찾고 민단으로 단결하는 구심력을 회복하는 선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바다 건너에서 지켜보는 이번 민단 단장 선거는 어쩐지 위태위태해 보인다.

본지는 얼마 전 민단 중앙단장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지고 있지 않은지를 두드려보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중앙단장 선거를 주관하는 선관위가 후보자들이 정견을 올리는 ‘후보자 홈페이지’ 개설도 금지하고, 또 코로나를 이유로 후보자들이 유세를 위해 지역을 도는 것도 막았기 때문이다.

후보자 홈페이지 개설을 금지한 이유는 홈페이지에 올리는 내용을 선관위가 관리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선관위가 홈페이지에 오르내리는 내용이 선거 규정에 맞는지 아닌지를 체크해야 하는데, 언제 올리고 내릴지를 물리적으로 체크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 지방 방문과 유세를 금지한 것은 코로나 위험 때문이라고 선관위는 밝혔다. 지역을 방문하지 말고, 홈페이지 같은 것도 만들지 말고, 전화만으로 선거운동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선관위의 금지조치가 연임을 시도하는 여건이 현 중앙단장보다는 도전자인 임태수 전 민단 홋카이도지방본부 단장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선관위는 최근 도전자인 임태수 후보한테 17년 전의 과거 신문 기사를 들고나와 후보사퇴 요구까지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임태수 후보 선거사무소는 “선관위가 17일 임태수 후보를 호출해 ‘입후보를 철회하라’는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16년 전 임태수 후보가 공갈미수 혐의를 받아 일본인 2명과 함께 경찰에 조사를 받았던 일을 후보 경력란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그 일을 써넣지 않은 것이 ‘허위신청’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임태수 후보 측은 선거를 앞두고 16년 전의 이 같은 신문기사가 네거티브용으로 나도는 것을 보고, 당시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의 경위 설명을 담은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임태수 후보는 가해자라기보다는 오히려 피해자다. 2004년 삿포로시에서 일어난 임태수 후보의 공갈미수 사건은 임태수 후보자가 당시 가해자 A씨에게 채무반환을 요청하자, 가해자가 ‘돌려줄 테니 어느 회사로 와달라’는 얘기를 듣고 피해자 회사로 한차례 간 것을 경찰이 조사한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임태수 후보자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위협행위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밝혀져 무혐의로 종결됐다.

임태수 선거사무소 측은 이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 일(2004년)이 일어난 뒤 2011년 3월 임태수 호부는 정식 자격심사를 거쳐 민단 홋카이도본부 단장에 취임했다”고 밝히고, “2기(6년)에 걸친 임기 중에 차세대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당시 11개 지부의 재정문제 등 지부문제도 해결한 대단한 실적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을 두고 민단 선관위가 이 일을 후보 경력란에 쓰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허위신청이라며 후보 사퇴를 요청한 것이다.

민단 선관위가 지방유세 금지, 후보자 홈피 개설 금지 등으로 그러잖아도 운동장을 기울어지게 만들어 놓은 데다, 후보 사퇴로 아예 운동장을 뒤집어놓으려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되면 선거를 통한 민단의 통합은 아예 물 건너가고 만다. 나아가 젊은 리더십이 등장해 민단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민단 단원들이 선택하는지 아닌지 알아볼 기회조차 앗아가는 일이 된다.

민단 선관위는 기울어지고 뒤집히는 운동장이 아니라 ‘편평한 운동장’, 공정한 선거를 치르도록 신경을 더욱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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