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인공지능(AI)과 우리의 삶
[대림칼럼] 인공지능(AI)과 우리의 삶
  • 신문봉 재한조선족작가협회 사무총장
  • 승인 2021.03.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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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발전은 놀랍다. 그만큼 세상도 빨리 변해간다. 그리고 어쩌면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근년 들어서 가장 핫한 키워드라고 하면 아마 ‘인공지능(AI)’이 될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엔 인공지능의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둑이나 번역기 정도일 것이다. 주지하듯이 인공지능을 접목한 알파고(AlphaGo)는 이미 인간의 수준을 초월했다. 그리고 인공지능 번역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전처럼 사용했으나 이제는 정확도는 물론, 문맥도 제법 통하여 역문에 조금만 윤색하면 될 수준까지 이르렀다. 바둑이나 번역만이 아니다. 의료, 자동차, 쇼핑, 여행 등 우리 삶의 곳곳에 인공지능은 조용히, 그리고 신속히 침투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불과 몇 해 만에 이뤄낸 변화라는 점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여기서 필자가 흥미를 느낀 점은 인공지능이 가져다주는 변화의 방식이다. 엄밀한 분류는 아니지만, 그 변화의 방식을 크게 봤을 때 업종의 경계를 유지하는 방향과 업종 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방향, 두 가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알파고나 번역기는 전자에 속한다고 본다. 인공지능과 바둑의 접목은 ‘바둑을 잘하는 인공지능’을 탄생시켰고, 인공지능과 번역의 접목은 ‘번역을 잘하는 인공지능’을 낳았다. 그들의 특징이라면 바둑이나 번역이라는 영역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지 경계의 안에서 발전했을 뿐 경계의 유지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연히 읽게 된 이상엽 사진가의 글 <텍스트를 넣으면 사진 나오는 세상>은 컴퓨터공학엔 문외한인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것은 기존의 경계가 무효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놀라움이었다. 인상 깊었던 내용만 추려본다면, 2014년에 출시된 GAN 알고리즘은 텍스트만 제공하면 그것에 맞는 이미지를 내올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AI 연구소에서 개발한 pix2story 프로그램은 사진을 넣으면 스스로 소설을 창작해낼 수 있다고 한다. 즉 텍스트가 이미지로 되고 이미지가 텍스트로 되는 세상이 곧 다가올 것임을 시사해준다.

시간적 속성이 강한 텍스트를 인공지능을 통해서 공간적 속성이 강한 이미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신한 발상이다. 인공지능 번역기는 한 언어를 다른 한 언어로 바꿀 뿐 언어라는 경계는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전환은 ‘경계의 무화’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시나리오를 넣으면 영화가 제작되고, 한발 더 나아가 상상할 때, 음악을 넣으면 무용까지도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이에 잇따른 삶의 변화는 얼마나 클지 가늠조차 어려워진다.

‘번역’이라는 경계 내에 ‘번역가’라는 직업이 있고 ‘회화’라는 경계 내에서 ‘화가’라는 직업이 있다. AI번역기는 ‘번역가’라는 업종 내에서 ‘신예 번역가’를 탄생시켰지만, GAN, pix2story의 출현은 ‘작가=화가’라는 방향으로 직업의 경계를 직접 흔들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이쯤에서 불안한 마음도 든다. 업종 내에서 인공지능이란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업종 자체가 흔들리게 되니 말이다. 물론 낙관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의 한계점에 주목하여 업종의 경계는 충격을 받을 수 있어도 결코 무너질 수 없다고 말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다르게 낙관하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경쟁하는 동업자를 ‘동반자’로 품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거나 작가라는 직업적 경계는 흐려져도 그것을 넘어서서 ‘크리에이터’, ‘아티스트’와 같이 새롭게 탈바꿈하는 길도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정답은 없다.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고향은 연길,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시 전공으로 박사과정 밟고 있음. ‘장백산’, ‘민족문학’ 등 문학지에 현대시 다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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