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구름에 달 가듯이
[이영승의 붓을 따라] 구름에 달 가듯이
  • 이영승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1.03.22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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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장미길이 아니라고 한다. 누구나 한세상 살다보면 수많은 슬픔과 괴로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황혼기에 접어들면서 하루하루 심신이 쇠약해 가는 과정을 겪는 비애는 참으로 감내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한탄하고 슬퍼했지만 누구도 그 길을 피해가지 못했다. 태초에 창조주가 그렇게 만든 운명이니 어찌하랴!

낮에는 꾸벅꾸벅 졸지만 밤에는 잠이 오지 않고
곡할 때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는 눈물이 나며
30년 전 일은 기억하면서 눈앞의 일은 잊어버리고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는 없고 이빨 사이에 다 끼며
흰 얼굴은 검어지는데 검은 머리는 희어진다. 

조선 중기 대 유학자 성호 이익 선생이 남긴 ‘노인의 다섯 가지 좌절(挫折)’이라는 글이다. 마디마디가 늙어 감을 한탄하는 절절한 내용이라 가슴이 찡하며, 공감하지 않을 사람 누가 있으랴 싶다. 

대머리가 되니 빗이 필요치 않고
이가 없으니 치통이 사라지며
눈이 어두우니 공부를 안 해 편하고
귀가 안 들려 세상 시비에서 멀어지며
붓 가는대로 글을 쓰니 손볼 필요가 없고
하수들과 바둑을 두니 여유 있어 좋다.

동일한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다산 정약용 선생은 좌절할 일이 아니라 정 반대의 ‘여섯 가지 즐거움’으로 받아들였다. 같은 사안을 두고 이토록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통하다. 인생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라 했던가? 잠시 생각을 전환하니 무기력하던 심기에 에너지가 솟아나는 듯하다. 늙어가면서 세월이 허망하지 않는 사람 누가 있으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노후가 더 행복할 수 있느냐이다. 통탄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며 피한다고 비켜갈 수도 없지 않은가? 세상을 긍정과 부정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이토록 삶이 달라질 수 있다니 실로 경탄을 금할 수 없다. 

내 인생도 어느덧 고희(古稀) 고개를 지나 하향길을 걷고 있다. 위의 글을 보고나니 10년, 20년 후가 실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탐욕에 집착하면 마음이 공허해지므로 존재가치에 의미를 두고 살아야 참다운 삶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세월 나는 참다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울타리 밖의 일에 급급하느라 정작 내 안의 나를 돌아보지는 못했다. 보이는 현실에 쫓겨 짝퉁 인생을 살아온 것이다. 문제는 남은 세월을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인생을 고뇌하고 관조한 두 분 선각자의 글에서 상실했던 자아를 잠시나마 회복하는 듯하다. 앞으로 살면서 눈 어두워지고 머리 빠진다고 한탄할 일 아니로다. 구름에 달 가듯이 흐르는 인생, 세월에 순응하며 말없이 살리라.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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