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춘화현상의 신비
[이영승의 붓을 따라] 춘화현상의 신비
  • 이영승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1.03.2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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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토록 내리던 비가 갑자기 화창하게 개었다. 코로나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지도 오래 되었다. 봄소식이 궁금해 산책을 나갔더니 벌써 개나리가 만개했다.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 바로 개나리다. 때마침 한 지인이 카톡으로 아래의 글귀를 보내면서 춘화현상(春化現象)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개나리를 좋아하는 어느 호주 교민이 고국을 다녀가면서 개나리 한 가지를 자기 집 앞마당에 옮겨 심었다. 이듬해 봄이 되자 맑은 공기와 좋은 햇볕 덕에 잎은 한국에서 보다 무성하게 자라났다. 하지만 애타게 기다리는 꽃은 피지 않았다. 첫해라서 그런가보다 했으나 다음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으로 춘화현상을 검색하니 개나리, 철쭉 등과 같이 ‘이른 봄에 개화하는 식물은 혹한의 겨울을 거쳐야만 꽃이 피는 현상’ 이었다. 참으로 미묘한 자연의 섭리요 신비가 아닌가! 혹한의 긴 겨울을 이겨내고 핀 꽃이라고 생각하니 눈앞의 개나리가 더욱 대견스러워 보였다. 호주는 한국과 같은 혹한이 없어 개나리가 필 수 없는데 그 교민은 아마도 나처럼 춘화현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것 같다.

봄에 파종하는 봄보리보다 겨울을 나는 가을보리는 수확이 많고 맛도 좋다고 한다. 이도 일종의 춘화현상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혹한의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 더 눈부신 인생의 꽃을 피우지 않던가?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이들은 참으로 나약하고 철이 없는 것 같다. 내 자식들부터 그렇다. 두 남매 마흔이 다 되어 결혼시켜 놓고 나니 세상물정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 딸은 아이 하나만 키우면서도 감당을 하지 못한다. 아내가 주중 5일을 집으로 찾아가 돌봐주지만 주말 이틀마저 홀로서지 못하고 수시로 전화해 “엄마 어떻게 해?”이다. 알아서 하라고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고 “이렇게 키운 내가 잘못이다”며 자책하는 아내가 안쓰럽다.

언젠가 일본 여행 중 가이드로부터 일본사람들의 ‘자녀교육 방법’ 얘기를 듣고 감명 받은 적이 있다. 기억나는 몇 가지 예를 들면 “어릴 적부터 강인하게 키우기 위해 한겨울에도 속살이 들어나는 짧은 바지를 입히고, 길을 가다가 아이가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부모가 절대 먼저 일으켜 주지 않으며, 초등학생이 우산 없이 등교 후 갑자기 비가 내려도 부모가 우산을 가지고 학교로 찾아가지 않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 귀가하게 한다.”고 했다. 백이면 백 명이 모두 우산을 가지고 학교 정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모시고 오는 우리 부모들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장면이 아닌가? 그렇게 과잉보호 속에 자란 우리 젊은이들이 그들과의 경쟁에서 어찌 이길 수 있으랴! 먼저 우리 부모들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며, 정부 당국의 교육정책 또한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라의 흥망성쇠도 춘화현상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우리 민족은 지난 날 끝없는 고난을 겪은 후 최근 반세기만에 기적 같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이룩했다. 아마도 긴 세월 모진 고난을 겪으며 형성된 국민성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작금의 나라 상황은 어떤가? 코로나와 전쟁은 끝을 알 수 없고, 경제와 일자리는 바닥을 치며, 세계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하다. 그런데도 국민은 편을 갈라 갈등이 심화되고, 공직자들의 부정과 불법은 갈수록 만연되며, 국민 화합에 앞장서야할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방향을 잃고 있다. 그간의 과분한 호강으로 국민정서가 벌써 해이해진 것은 아닐까 실로 걱정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하늘에서 영웅이라도 내려와 나라를 구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여기서 좌절할 수는 없다. 우리민족의 국민성은 아무리 싸우다가도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단결하는 불사조 기질의 DNA가 있지 않던가! 그 좋은 예로서 임진왜란 때는 전국 방방곳곳에서 평민들이 의병을 일으켜 목숨 걸고 싸웠고, 1997년 IMF 때는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금 모우기에 동참해 외환위기로부터 탈출했으며, 2002년 월드컵 때는 모든 국민이 “아, 대한민국~”을 외치며 일치단결해 축구 강국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사고 때는 200만이 넘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몰려들어 서해안을 뒤덮은 12,000kl의 기름을 일일이 닦아 내어 100년 내 회복이 불가능할 거라는 세계인의 우려를 무색할 정도로 10년도 되기 전에 완전 회복시키는 기적을 이루기도 했다.

요즘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나라가 시끄럽다. 어쩌면 선거는 국가발전에 필요악일지도 모른다. 표만 의식한 포퓔리슴이 도를 넘고 있으니 말이다. 매일같이 시장과 대권주자 지지율이 발표되고, 수시로 희비가 엇갈린다. 과거 고건, 반기문 등 대권주자들이 국민의 상당한 지지를 받으며 부각된 적이 있으나 모두 반짝하다 사라졌다. 그 원인은 야전 경험이 없어 투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권의 대권주자 독주체제하에서 전격 지지율 1위로 등극했다. 그는 살아있는 정권의 비리와 불법을 수사하다 혹독한 고초를 겪어 앞의 정객들과는 자생력이 다를 것이라고 한다. 혹한을 견뎌낸 춘화현상의 신비가 어떤 결과를 맺을지는 한번 두고 볼 일이다.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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