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쌀뜨물과 환경오염
[대림칼럼] 쌀뜨물과 환경오염
  • 엄정자 (사)재일본조선족작가협회장
  • 승인 2021.04.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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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남편하고 장 보러 마트에 갔다. 다이어트와 건강 때문에 쌀밥을 많이 먹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야금야금 축나서 왔던 김에 쌀도 사려고 쌀코너에 갔다. 코시히카리, 아키타고마치, 히도메보레··· 예쁜 이름이 박힌 쌀봉투들이 진열돼 있다.

일본사람들은 쌀이름에도 좋은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해서 빛(光)처럼 반짝반짝 빛난다는 의미에서 ‘코시히카리’, 아키타(秋田)라는 지명에 일본 3대미인의 하나인 코마치(小町)의 이름을 부쳐서 ‘아키타고마치’, 첫눈에 반할 정도로 예쁘다고 ‘히도메보레’, 이름만 보아도 빛나는 매력이 넘치는 미인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내 눈을 끈 것은 화려한 이름을 가진 쌀보다도 무세미(無洗米)라는 부제가 달린 쌀이었다. 내가 “이거 안 씻어도 된다는데 이거 살까?”하고 남편을 쳐다보니 무세미를 제조하는 것은 안 씻어도 되는 편리함을 위해서라 하기보다 쌀 씻은 물이 환경을 오염하기 때문에 연구해낸 것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쌀뜨물에 포함된 린(燐)이나 질소(窒素) 같은 여러 성분이 미생물의 성장을 다그치기 때문에 수질을 나빠지게 하는데 무세미로 가공하면 그런 폐단이 적어진다는 것이었다.

‘쌀뜨물’은 우리 생활에서 좋은 이미지로 많이 쓰인다. 위키백과에서도 좋게 해석했다. “쌀뜨물은 쌀을 씻고 생긴 물이다. 국이나 찌개에 사용한다든지 발효액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쌀뜨물은 여러 가지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타민 B1, B2, 각질 등이 녹아 있어 피부 미백에 좋으며, 냄새를 흡착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 악취가 제거된다.”

그래서 나도 쌀 씻은 다음에는 쌀뜨물을 버리지 않고 화분에 준다. 그래서인지 우리 집 베란다에서 자라는 무궁화나 목백일홍은 해마다 예쁜 꽃을 피우고 있고 집안에서 키우는 행운목(幸福の木)은 천정에 닿을 정도로 자랐다. 그런데 쌀뜨물이 환경오염을 조성하다니,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쇼크였다. 모르고 한 일이지만 쌀뜨물을 꽃나무에게 준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집에서 딸애나 남편에게 가끔 지적받을 때가 있다.

한번은 요리를 끝내고 프라이팬에 남은 기름에 세척제를 넣고 그대로 배수구에 버리려고 하는데 딸애가 기름을 그대로 버리면 물이 오염된다면서 제지했다. 나는 세제(洗劑)를 넣어서 용화시켰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여겨서 버리려 했는데 딸애 설명에 의하면 세제로 용화해도 물의 오염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적을 받고 나니 그대로 버릴 수가 없어서 주방용 흡수지(吸收紙)로 기름을 빨아들여 가연쓰레기에 버렸다. 내가 “가연쓰레기도 태우는데 연기로 나가는 거는 괜찮아?”하고 물었더니 연기도 안 좋지만 그래도 물로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다.

또 한 번은 먹고 남은 반찬그릇을 쌌던 랩(wrap)을 버리고 새것으로 씌우려고 하자 딸애가 원래 것도 깨끗한데 왜 버리냐며 타박했다. 내가 랩은 쇼핑 포인트 대신 받아서 쓰니까 아끼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랩 역시 연소되면 공기오염을 조성하기 때문에 될수록 적게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번 지적당하고 보니 환경오염은 주방 같은 작은 곳에서부터 생긴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일상에서 편하고 간편한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것이 앞으로 우리 생활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오염은 우리 생활방식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

일본은 이 근년에 줄곧 태풍과 폭우 때문에 집이 무너지고 길과 다리가 끊어지고 토사붕괴가 일어나는 자연재해를 겪어야 했는데 경제손실은 물론 인명피해도 많았다. 뉴스에서 태풍 21호로 인한 강풍 때문에 무게가 2591톤이 되고 길이 89미터나 되는 대형 유조선이 칸사이국제공항의 연락교(連絡橋)를 들이박는 영상을 볼 때는 가슴이 다 서늘해 났다. 그 바람에 5천여 명의 여행객들이 공항에 갇히게 됐고 다리 수리비만 해도 50억엔이 든다고 했다.
이런 자연재해 다발의 주요 원인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과학자들도 매스컴도 말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문제는 지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큰 문제로 제기됐다.

남태평양의 산호초의 섬 ‘투발루’는 바다 홍수와 해안 침식으로 섬이 수몰되고 있어 정부가 주민을 집단이주 시키는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로 인해 ‘환경 난민’이라는 새로운 개념마저 나왔다.

얼마 전에 있은 북경의 황사 피해는 전례를 초월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친구가 찍어서 올린 사진을 보니 누런 안개 속에 푸른 태양이 떠 있었다. 판타지에나 나올 법한 정경이었다. 다음 해의 황사 피해는 또 어느 정도가 될지 누가 추측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러면 왜 이런 재해가 일어나고 지구온난화가 일어나는가? 결국 자연재해는 인재로 인해 일어나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열대림 목재의 40%를 사재기하고 있는 일본은 ODA 개발 원조의 형태로 산림 파괴를 조성하고 있다. 아마존의 제철 브랜드와 농지 개간 계획은 150만 헥타르의 황무지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열대우림소멸(熱帯雨林消滅)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의 하나로 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는 대량의 방사선을 방출했는데 그 양이 기준을 넘어서 8개 현의 111시와 촌이 위험지구에 들어갔고 피난을 해야 했다. 후쿠시마현에서만 해도 16만 명 이상이 대피했었다. 원전에서는 지금도 1호기와 3호기의 원자로 아래쪽에 녹아서 내린 핵연료가 남아 열을 내고 있어서 항상 물을 주입해 냉각해야 한다. 이 물이 핵연료에 닿으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된 물이 되는데 지금 120만톤이 넘는 오염수가 천개가 넘는 탱크에 저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오고 있다. 별수 없이 정부로부터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거나 대기에 방출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궁여지책이라 해도, 이미 그렇게 한 다른 나라의 선례가 있다고 해도, 아무리 기준 수치 이하로 희석한다고 해도 트리튬이 내포된 오염수가 바닷물을 오염시킬 것은 뻔한 일이다.

재작년에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환경부 장관이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후행동서밋(国連気候行動サミット)에서 한 “기후변동 같은 큰 문제에 몰입한다는 것은 즐겁고 쿨하고 섹시한 일임에 틀림없다”는 발언이 사람들의 반감을 샀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염수 문제를 비롯해서 이산화탄소 방출문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이, 온난화대책에 대한 자세가 적극적이지 않은 나라에 주는 ‘화석상化石賞’(Fossil Award)까지 받은 형편에서 ‘섹시’하다고 말할 처지는 아니었던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2030년까지 얼마를 삭감할지,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하는 큰 방향성적인 문제는 나라에 맡길 수밖에 없겠지만 생활방식으로부터 오는 오염은 우리 매 사람들이 노력을 기하면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나 하나쯤은 편할 대로 해도 별문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릴 적에 읽은 우화집에 맨 물 마신 할아버지들의 이야기가 있다. 한사람 한 병씩 술을 가지고 와서 같이 마시기로 정했는데 “나 하나쯤은 물을 가지고 가도 모르겠지”하고 생각한 한 사람이 술 대신 물을 가지고 갔다. 그런데 열명이 다 똑같은 생각을 하는 바람에 그들은 술이 아니라 물을 마시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맨 물을 마시면서 서로 눈치를 보며 꿀 먹은 벙어리가 됐을 그들을 상상하며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나 하나쯤은 쓰레기를 막 버려도 되겠지, 한 번 정도는 하수구에 기름을 버려도 되겠지, 하는 생각들이 결국에는 엄중한 환경문제를 조성하고 있다. 바다의 물고기들이 먹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내가 언젠가 무심히 버린 음료수병 조각이 아닐지 어찌 아는가? 이대로 나아가면 2050년에는 물고기보다 해양쓰레기양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작은 일에서부터 움직이는 것이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는 플라스틱 스트로(빨대)부터 종이 스트로로 바꾸었고 편의점이나 마트의 플라스틱봉투가 유료화하면서 사람들은 휴대용가방을 가지고 다니게 됐다. 요즘은 플라스틱 스푼과 포크도 유료화한다고 한다. 모든 것을 휴대하고 다닐 수는 없지만 이제는 휴대용쇼핑백이 습관화된 것을 보면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는 작은 움직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립해서 혼자 사는 딸애 집에 가보니 주방용 세제가 처음 보는 메이커였다. 딸애 말에 의하면 그 세제는 천연식물 진액으로 만든 것이라서 환경오염이 안 생긴다고 한다. 세제 하나, 쇼핑백 하나, 음료수병 하나로부터 환경보호가 시작된다.

깨끗한 지구를 후대들에게 넘겨주려면 쌀뜨물부터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연길시 10중 국어교사, 길림시조선족중학교 국어교사, 길림신문사 기자로 활동.
1997년부터 일본에 거주. 현재 일본 ECC외국어학원 한국어강사. 연변작가협회회원, 일본조선학회회원, 일본조선족연구학회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해외이사.
수필 「화산 우에서 사는 사람들」, 제9회 《도라지》 장락주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수필 『감나무에 담긴 정』 제1회 同胞文學 安民賞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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