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에서 3대째 도예 가업 잇고 있는 이호영 명인, “도자기 역사에 칠기도 조명되어야”
이천에서 3대째 도예 가업 잇고 있는 이호영 명인, “도자기 역사에 칠기도 조명되어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1.04.20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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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흔히 보던 검은색 생활도자기··· “청자와 제조방법 같으나 색깔이 달라”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이 칠기는 검은색깔이 자연스럽고 진해요. 그릇을 검게 만들자고 광명단 같은 것을 넣기도 하는데 이는 인체에 해롭지요. 하지만 이 칠기는 재유라고 해서 재에다 철이 많은 흙을 섞어서 유약으로 사용해 자연스럽게 검은색깔을 내도록 만들었어요.”

이호영 한국예총 도예명인이 공방 창고에서 칠기 그릇 네 개를 가져오더니, 그중 그릇 하나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높이가 한뼘쯤 되는 검은색 그릇으로 그릇 한쪽이 7,8부 능선쯤에서 갈라진 틈이 있었다.

“가마에서 나올 때 불량품으로 버려진 것을 누가 가져가서 보관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용하면서 그릇이 갈라진 것이 아니고, 가마 안에서 갈라진 게 분명합니다.”

50,60년 전에 불량으로 제작된 칠기 그릇을 하나를 두고 이호영 도예가가 자신 있게 얘기를 했다. 도자기 가게에 골동품처럼 나와 있는 것을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사서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검은색이 자연스럽고 진한 이 칠기가 제 선친이 제작했던 그릇입니다. 다른 그릇들은 검은색이 진하지 않잖아요. 칠기는 검은색이 진해야 합니다. 선친은 이천 신둔면에 가마가 있는 요장을 두고 칠기 그릇을 생산해 주변에 유통했습니다. 6.25 직후에는 가마가 없어서 전통청자를 재현했던 많은 분들이 우리 집 가마에서 작업을 했어요.” 이렇게 소개하는 그는 도자기 명장들이 작업을 하는 흙 마당에서 뛰어놀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60,70년대 부엌에 있던 검은 그릇이 전부 칠기입니다. 이를 옹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맞지 않는 말입니다. 옹기에 간장을 담으면 간장이 밑으로 샙니다. 칠기는 자기고 옹기는 질그릇을 말합니다. 옹기는 흙 수비를 하지 않습니다. 흙 앙금을 내지 않는 거지요. 옹기는 황토벽돌 만드는 흙으로 큰 돌만 걸러낸 채 말려서 구워요. 흙이 거칠다 보니 돌아가는 물레장으로 만들지 않고 코일링 독대장으로 만들지요.”

이호영 도예가

이호영 도예가는 “칠기는 지역마다 차이가 많다”면서, “흙이 탁하고 검은 색깔이 안 나오거나 유약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밤색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칠기 도자기 제조가 중단됐다”면서 “칠기는 흙 수비와 초벌 불때고 조각하고 하는 과정이 청자 제조과정과 같다”고 소개했다. 단 백토로 만드는 백자는 흙부터 달라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영 도예가는 이천도자기박물관에도 칠기가 전시돼 있지 않다면서 칠기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옹기랑 청자랑 중간이 칠기라고 하는 등 지금까지 칠기에 대해 정확히 알고 얘기한 사람이나 문헌을 보지 못했다”면서 “이천도자기 역사에도 칠기를 제작 유통한 이현승을 요장 운영자, 그 요장에서 도자기를 연구하고 제작한 유근영 지순탁 조수서씨 등을 도자기 작가로 얘기할 뿐 칠기 도자기를 소개한 책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요장운영자인 이현승은 이호영 도예가의 선친이다.

그는 “최근 이천시에서 프로젝트사업으로 이천 도자기 역사를 정리한 책을 만든다”면서, “여기에는 칠기 도자기의 역사가 제대로 정리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칠기는 생활에 흔히 사용된 생활도자기였다”면서 자신은 “칠기 제조 방법을 어릴 때부터 익혀서 잘 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흙을 배합해 앙금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리고 철이 많은 흙으로 만든 유약과 재를 섞은 재유를 만들고, 나아가 장작불로 때 도자기로 만들어내는 공정이 핵심이라면서 곧 칠기 도자기 전시회를 가질 것이라고 소개했다. 

1960년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난 이호영 도예가는 도자기 장인이었던 외할아버지와 요장을 운영했던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도자기 가마를 지켜온 도예명인이다. 그는 특히 흙을 평면으로 펼쳐 합판처럼 편평하게 만든 평면도자기 제조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평면도자기 전시회를 가졌으며, 이천시박물관, 남해이순신순국공원 등 곳곳에 그의 평면도자기 작품이 비치돼 있다.

이호영 도예가와 김정남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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