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항공칼럼] 항공기는 얼마나 높이 날아갈 수 있을까?
[박철성 항공칼럼] 항공기는 얼마나 높이 날아갈 수 있을까?
  • 박철성 항공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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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아름답구나.’ 파비앵은 생각했다. 그는 보석처럼 빽빽하게 들어찬 별들 사이를 헤매고 있었다. 파비앵 자신과 그의 동료 외에는 살아 있는 것이라곤 없는, 정말 다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서 말이다.”(생떽쥐 베르의 야간비행 중에서)

지난달 우리 정부는 2022년 8월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고, 2030년 달착륙 탐사선을 발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가 사는 공간인 지구를 벗어나 달에 처음 착륙한 것은 1969년 7월20일에 일어났다. 당시 우주로 쏘아 올려진 아폴로 11호는 달을 향해 곧장 날아가서 분리된 이글호를 통해 지구인의 역사적인 도착 순간을 전 세계에 알려 주었다.

달의 크기는 반지름이 1,700km로서 지구의 1/4 크기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 km으로써 보통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경로보다는 일정한 궤도를 가지고 돌아서 접근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되는데, 궤적 방법에 따라 달까지 가는데 1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도 걸린다고 한다.

하늘로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그리스 신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건축의 달인인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로스를 빠져나올 수 없는 라비린토스(Labyrinthos: 迷宮)에 가두게 되는데, 다이달로스(Daedalus)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이고 이카로스와 함께 하늘로 날아 탈출했다. 하지만 이카로스는 새처럼 나는 것이 신기해 하늘 높이 올라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높이 날아올랐고, 결국 태양열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에게해에 떨어져 죽게 된다.

고도에 따른 온도변화는 지상과 가까운 대류권까지는 100m 올라갈수록 0.65도씩 떨어진다. 그래서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성층권에 도달하면 영하 50도에 이르기 때문에 이카로스의 밀랍이 녹았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오히려 밀랍이 차가운 온도에 얼어서 떨어졌다고 하는 게 오히려 맞는 표현일 것이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지구의 지상 범위를 살펴보면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류권은 지상에서 10km, 성층권은 10km에서 50km까지, 중간권은 80km, 그 위에는 100km 범위까지의 열권이 존재한다.

항공기는 이륙해 상승하고 대기가 안정된 일정한 순항고도로 진입해 운항하는데, 국제선 장거리 비행에서 항공기는 대부분 10km 이내 대류권을 이용하지만, 필요에 따라 최고 3만9천피트 (11.8km)의 성층권까지 올라가서 비행할 수도 있다.

하늘에서 동쪽으로 비행하는 경우는 짝수 고도를, 서쪽으로 비행을 하는 경우는 홀수 고도를 유지해 항공기의 상호 충돌위험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초음속 제트 여객기로 알려진 콩코드는 거리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른 여객기보다 높이 올라가는데, 무려 성층권 6만피트(18km) 고도까지 비행할 수 있었으며, 이 고도에서는 지구 곡면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음속의 2배인 마하2 정도의 최대속도를 자랑하는 콩코드(Concorde)는 런던에서 출발해서 뉴욕에 도착하는 데 불과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성층권의 운항고도에서는 공기가 희박해 연료 소모가 많은 한계점이 있었다. 오늘날 현대식 항공기와 비교하면 겨우 100여명의 승객을 태우는 콩코드의 경우 1km 운항하는 데 소모되는 연료는 AIRBUS 350기종의 2배 이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항공기가 높은 고도까지 올라가는 이유는 기상변화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고 차가운 온도에서 연료 효율이 높아지며 공기의 저항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비행할 때 기내에서 생활하는 데 문제는 없을까? 3만피트의 고고도에서 비행하게 되면 기압이 0.26 정도로 내려가는데, 지상에서는 외부와 사람 몸속의 기압이 1기압으로 동일해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늘에서는 이러한 낮은 기압을 사람의 몸이 견뎌낼 수가 없다. 그래서 기내에서는 사람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여압장치를 통해 기압을 조절한다.

하지만 기내 압력은 외부의 압력을 견디기 위해 지상의 75% 정도 압력 정도를 유지하는데 이러한 환경은 우리가 2,400미터 정도 높이 산에 올라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것은 비행기가 내부를 1기압으로 유지하려면 외부압력을 견딜 수 있는 고강도 동체가 필요하고, 이러한 재질은 항공기 무게를 가중시켜 비행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 앉아있으면 쉽게 피로해지고 음주를 하면 지상에 있을 때보다 빨리 취하게 된다.

보통 여행객 중에는 잠을 자려고 술을 마시게 되는데, 오히려 수면을 방해하고 잠을 자더라도 숙면을 취할 수 없게 하기 때문에 과음은 삼가는 게 좋다.

좋은 소식은 최근에 나온 보잉사의 787과 에어버스사의 350기종은 비행기 동체를 상대적으로 가벼운 고강도 탄소섬유 복합제로 만들어서 기압을 지상과 유사하게 맞출 수 있어 여행에 훨씬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공간은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지상 위 하늘 공간에 관심을 불러왔고, 건물의 고층화를 가속화 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보다 높이 격상시켰다.

예전의 초음속 여객기나 아폴로 11호의 영광을 부흥시키기 위해 NASA는 초음속 제트기의

굉음 현상(Sonic Boom)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고, 스페이스 X는 달과 화성까지 우주여행의 꿈을 실현시켜 줄 유인 왕복선 스타쉽을 개발 중이다.

한 통계 사이트(statista.com)에서 전 세계 항공기는 2019년 25,900대에서 2039년에는 48,400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가파르게 증가하는 미래 하늘길의 교통량은 한계점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는 높이 날아오르는 새로운 항공 기술로 미지의 하늘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시켜서 우리의 하늘 여행을 바꿔놓을 것이다.

필자소개
항공칼럼니스트, 현재 아시아나항공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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