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칼럼] 익숙한 것을 버리고 ‘다르게 먹을’ 필요가 있다
[대림칼럼] 익숙한 것을 버리고 ‘다르게 먹을’ 필요가 있다
  • 최옥란 재한조선족작가협회 이사 
  • 승인 2021.05.20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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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윤리성’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해왔다. 특히 방송을 통해 본 충격적인 다큐멘터리가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공장식 축산 방식의 농장에서 새끼를 낳는 목적으로 사육되는 어미돼지가 1m 남짓한 금속 틀 안에 3~4년 동안 갇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로 강제 발정과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을 반복하며 평생 60~70마리의 새끼를 낳는 영상이었다. 동물들이 공장식 축산시설에서 겪는 일들도 끔찍했지만, 공장식 축산시설과 도살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잔인한 노동 환경 속에서 폭력으로 인해 인간성이 망가지는 모습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멜라니 조이가 쓴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에서 도살장 노동자가 살아있는 돼지의 코를 햄처럼 잘라버리고 그 자리에 소금을 문대서 돼지가 고통에 몸부림치다 멍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묘사한 장면을 읽었다. 고기 마니아였던 내가 그날 처음으로 식탁에 고기반찬을 올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부터였다. 임신 초기에 한 지인이 축하 선물로 잉어즙을 한 박스 보내줬는데 내 새끼 튼튼하게 키우겠다고 남의 살따구를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낚싯바늘에 걸려들어 파닥파닥 숨을 몰아쉬다가 죽음에 대한 공포, 불안 등 부정적인 에너지와 독을 몸 전체로 발산한 채 죽어갔을 생명을 ‘몸보신용’으로 먹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1년 5개월 동안 되도록 채식을 하려고 노력해왔다. 물론 가끔씩 얍삽하게 토스트에 들어간 베이컨은 고기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고기를 먹기도 했지만 대체로 거의 모든 식단을 채식으로 해왔다.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쯤이야 익히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굳이 나까지 나서서 채식홍보대사가 되려는 것은 아니다. 채식만 답이고 육식을 비판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채식은 어디까지나 스스로와 세상을 위한 보다 나은 선택지 중 하나이다. 다만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면서 채식을 선택했고 고령 산모임에도 임신성 당뇨나 철분 부족, 단백질 부족 등 아무런 이상 증상 없이 20분간의 진통만 겪고 건강한 아기를 낳은 사람으로서 익숙한 것을 버리고 다르게 먹을 필요는 있지 않을까 하는 단상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채식주의는 허용하는 음식에 따라서 여러 단계로 구분된다. 가장 낮은 단계인 폴로 채식은 고기 중에서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붉은색을 띠는 고기를 먹지 않지만, 닭고기를 포함한 가금류는 먹는다. 또한 생선과 조개, 달걀 및 동물로부터 나온 유제품도 먹는다. 폴로의 바로 위 단계인 페스코는 닭고기도 먹지 않는다. 폴로나 페스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준채식주의자라고 하며 채식주의자와 구별하기도 한다.

한 단계 더 올라가 락토-오보에서는 바다에서 나는 어패류까지 먹지 않는다. 락토-오보가 달걀과 유제품 모두 먹는 반면 락토는 유제품은 먹지만 달걀을 먹지 않으며 오보는 반대로 유제품을 먹지 않으면서 달걀은 먹는다. 더 높은 단계의 완전 채식주의자 비건은 달걀과 유제품 모두 먹지 않는다. 비건이 동물성 식재료나 실험을 거친 제품을 일절 섭취하지 않는 가장 엄격한 단계의 채식을 100%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평소에는 비건이지만 상황에 따라 육류나 해산물을 먹는 경우 플렉시테리언이라고 부른다. 채식주의자로 알고 있던 인도인 친구가 고기 먹는 것을 보게 돼 왜 먹느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채식 먹는 날이 아니다”라고 했다.

채식주의자가 되는 배경은 다양하다. 종교적 배경, 가정환경, 국가의 특성상 채식 위주로 먹으며 자랐다면 식습관이 배어 성인이 된 후에 반드시 채식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어도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가 쉽다. 지구환경이 나날이 악화함을 우려해 동물을 보호하면서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채식을 한 끼 하면 비채식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4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효과가 있다. 식용 목적으로 동물을 죽이는 장면을 본 이후 육식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공장형 축산에 대해 비판한 영화 <옥자>를 만든 봉준호 감독은 두 달 동안 비건 생활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옥자>를 준비하면서 미국 콜로라도에서 하루 소 5,000마리를 처리하는 거대한 현대식 도살장을 방문했을 때 섬뜩한 느낌이 들었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냄새가 뉴욕에 돌아가서도 나는 환각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동안 고기를 못 먹었다는 것이다. <옥자> 후반부에 나오는 도살장 시퀀스보다 그가 실제로 본 것이 20~30배 더 충격적이었다고 고백했다.

최근에는 내 삶에 ‘채소’를 더하는 방식으로 어렵지 않게 채식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그런 변화를 찾은 건, 한 캠페인에서부터 시작됐다. ‘채소한끼, 최소한끼’. 스타일리시한 이 문구는 그린피스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그린피스는 육류를 만들기 위해 운영되는 현재의 공장식 축산을 줄이고, 기후 위기의 시대에 현대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기후 대응 방법으로 ‘채식’을 추천하고 있다. 나아가 그린피스는 ‘채식이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 한 끼 채식으로 더 나은 식습관에 도전해보길 권하고 있다.

또 다른 캠페인도 있다.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은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주도하는 캠페인으로, 일주일 중 하루나, 주말에는 육식을 먹지 않음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와 비슷한 활동 중에서 비거뉴어리는 1월 한 달간 채식을 장려하고, 비건 라이프 실천을 권장하는 의미의 세계적인 캠페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건을 계획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육식을 하지 않는다거나 동물성 재료를 배제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때문에 비건을 지향하거나 응원하고 싶을 땐 위에 소개된 ‘비건 캠페인’을 통해 하나씩 바꿔 가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육식’을 하는 횟수를 줄이고, 내가 먹고사는 물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다 보면 건강한 습관을 기르는 것은 물론 환경까지 지키는 ‘보다 나은’ 방법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육식은 기후변화와 지구의 미래와도 연관된 문제다. 지구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로 공장식 축산이 지목되고 있다. 밀집되고 비위생적인 공장식 축산 환경은 인수공통 감염병을 확산시키고 있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도 이젠 익숙한 것을 버리고 ‘다르게 먹을’ 필요가 있다.

오늘 저녁 메뉴로 얼큰한 두부김치찌개에 파릇파릇한 냉이전이나 부쳐 먹어볼까?

필자소개
재한조선족작가협회 이사, 동북아신문 전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문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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