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뉴질랜드에서 손 만두 빚는 여주인
[Essay Garden] 뉴질랜드에서 손 만두 빚는 여주인
  • 최미자 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21.05.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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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이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이십년 넘도록 식당을 운영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아이들 셋을 잘 키우며 얼마나 분주하게 살지. 오래전 궁금하여 나의 책과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답장은 간단했다. 그 후 서로의 마음만 알면서 무심히 지나다 스마트 폰 덕분에 전화할 수 있어서 요즈음은 가끔 안부를 묻는다. 동생은 나와 전화를 할 때마다 손에는 무엇인가 늘 일을 하고 있다. 한번은 뭐하냐고 물었더니 만두를 빚고 있다고 했다. 커다란 양푼에 아마 천개쯤 될 만두를 하루 종일 만든단다. 손님의 입에 맞게 양배추와 양념소고기만을 만두소로 넣는단다.

정말 부지런하다고 칭찬했더니, 아이고 언니, 제가 전생에 얼마나 게을렀으면 이렇게 맨 날 죽어라 일만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면서 참회한다는 말을 해 나는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부부가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고국을 떠날 때 두 사람은 연애 중이었다. 그 후 결혼하여 하루는 시댁 아파트 목욕탕에서 큰 이불 빨래를 혼자 발로 지근지근 두 발로 밞으면서 서럽다는 하소연을 편지로 써 보냈기에 나는 그 광경을 멀리서 상상하며 측은했었다. 그런 동생이 지금은 기특할 정도로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이해하는 매우 너그러운 어른이 되어있었다.

내가 대학생 때 일곱 살쯤이었던가. 아주 순둥이 자기 언니와는 달리 깜찍하고 야무진 실속파여서 나는 그 애가 어떤 성인이 되어가는지 늘 궁금했다. 부부가 사이좋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 남편을 어떻게 만났느냐고 물었더니 학생 때 서울 조계사에서 만났단다. 천주교 세례를 받고 살아 온 두 사람이 종교도 이처럼 열린 마음이었다니 정말 멋지다. 언젠가 대구 반월당의 보현사에서 수녀님이 반야심경 강의를 하는 걸 들으며 난 너무 기분이 좋았던 추억이 있기에다. 몇 해 전에는 사촌 동생은 인터넷으로 양자학 강의를 듣고 있었다. 지금은 인생 공부하느라 한 스님의 금강경 강의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무지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도 삶의 의문을 계속 찾고 있는 목이 마른 동생이다. 기특하다. 부모가 그처럼 본보기로 올바르게 살아가니 세 자녀도 모두 잘하고 있나 보다.

뉴질랜드는 지난해도 마스크를 쓴 적이 없다. 장례식도 평소처럼 서로 껴안고 인사하고 모든 것이 정상 생활의 일상이었다. 여기처럼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강요도 소동도 전혀 없다. 모든 것이 평소 대로였다. 이런 것이 개인의 의사를 보장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 한 정치가와 정부가 나라와 국민을 이처럼 건강하게 평화롭게 지켜주고 있었다. 다만 그곳의 총리는 전염병이 시작할 때 공항의 출입을 막아 자국민을 보호했다. 처음 코로나 발생 시에 한 달 반 정도만 가게를 닫았을 뿐이다. 정말 부러웠다. 일 년이 지나고 4월19일에 드디어 공항 문이 열렸다. 드디어 호주에 사는 아이들이 5월에 온다며 사촌동생은 학수고대하면서 기뻐했다. 그동안 태어난 손자는 자라서 아장아장 걷게 되었다.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 이름도 프랑스어로 대한민국이다. 손님들은 거의 현지에 사는 단골들이다. 가끔은 같은 동양인들이 오히려 무례하게 행동하여 많이 속상하단다. 가정학과를 나온 동생은 요리 솜씨도 좋을 것이라고 내가 칭찬했더니 식당 운영하면서 모두 배운 거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웨이트리스가 있었지만 무단결근을 하기도 하고 속상하게 해서 지난해부터 부부가 직접 다 맡아 하고 있다. 남편은 한인회장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를 하기도 했다. 부부가 같이 장보고 여러 가지 맡은 분할 역할을 하면서 영업한다. 영업시간을 줄여서 틈틈이 다른 일도 한다. 종종 골프도 치고 각자 삶을 탐구하는 학구적인 생활도 하며 정신건강을 다진단다.

오늘도 통화 중 계속 손에 뭐 하는 소리냐고 물으니 양파를 가득히 썰고 있다고 했다. 고객 상에 나가는 반찬도 작은 통에 담아 주기에 버리거나 상하는 음식이 전혀 없다고 한다. 먹다 남은 음식은 손님이 모두 가져가기 때문이다. 힘든 노동을 하지만 선과 정의를 사랑하고 사려 깊게 영업하면서 남반구에서 고국도 걱정하는 애국자로 살아가는 사촌동생이 난 자랑스럽다.

필자소개
경북 사범대 화학과 졸업
월간 ‘피플 오브 샌디에이고’ 주필 역임,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세 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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