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로⑥] 편견 없는 아프리카 여행을 가이드하다 – 이정화 오지투어아프리카여행 팀장
[아프로⑥] 편견 없는 아프리카 여행을 가이드하다 – 이정화 오지투어아프리카여행 팀장
  • 이정화 오지투어아프리카여행 팀장
  • 승인 2021.06.0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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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RO’는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들의 모임이다. 외교부 한·아프리카재단에서는 이들의 활동을 소개한 책을 두 권 펴냈다. ‘Af-PRO, 한국과 아프리카를 잇다’는 제목의 단행본들이다. 한·아프리카재단의 허락을 받아, 이 책의 내용을 연재한다.[편집자주]

오지투어의 이정화 팀장은 아프리카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는다. 가나에서의 1년간 생활부터 서부 아프리카 횡단 여행, 출장길에서 경험한 동남부 아프리카 국가와 지역의 다양한 모습, 수많은 책과 영화 속 아프리카를 탐험하며 느낀 생각들을 블로그에 빼곡히 기록하며, 보고 듣고 느낀 아프리카를 진솔하게 표현한다. 사랑하는 만큼 보이는 것이 많기 때문일까?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과 맞서 싸우고, 아프리카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보다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말을 고르고 또 고른다. 불필요한 동경과 동정 없이, 보다 많은 이들이 있는 그 자체로 아프리카 대륙의 매력을 잘 볼 수 있도록, 이정화 팀장은 이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차근차근 찾아 실행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여행 그 자체의 의미, 막여행자의 기록

원래 겁은 없고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특별히 무엇을 보겠다는 목표를 세워서 다니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여행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그 자체다. 그래서 스스로 붙인 별명이 ‘막여행자’다. 이런 내가 아프리카 대륙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2015년이었다. 친언니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에티오피아에서 지낸 덕분에 아프리카 지역의 해외 파견 인턴 업무에 도전했고, 나는 그렇게 가나에서 1년을 생활했다.

그러나 가나에서의 생활은 예상과는 달랐다. 내가 있었던 지역은 수도 아크라(Accra), 그곳에서도 서울로 치면 마치 한남동처럼 대사관저를 비롯해 외국기업들이 자리한 가장 안전하고 살기 좋은 지역이었다. 숙소의 벽에는 먼저 지내던 인턴들이 붙여 놓은 가나 지도가 있었다. 원래 지도만 봐도 가슴이 뛰는 편이지만 처음 몇 달 동안 바로 보고 비스듬히 보고 뒤집어 보기도 했던 그 지도 속으로는 도무지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과연 고생을 하면서 한 여행의 가치가 있을지, 무엇보다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나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아크라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몇 달을 고민하다 세상 밖으로 낸 용기의 첫발은 바로 대중교통 이용하기였다. 가나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대중교통은 트로트로(Trotro)라는 승합차 크기의 버스다. 노선도 불확실하고 좁은 공간에 남녀노소 모두 끼여 타는 형태라 불편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트로트로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아크라에서의 삶을 트로트로와 함께 즐기기 시작하면서 현지의 생활이 조금 더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대부분의 시스템이 타지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고 치근덕대는 이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우리나라처럼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결되는 것이 이상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씩 생활의 반경을 현지 삶으로 넓혀가다 보니 다섯 달 후에는 지도 속 이름으로만 존재했던 가나의 도시들을 하나둘 만나는 용기도 생겼다.

1년간의 가나 파견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 원래 계획했던 여행지는 유럽이었다. 그래서 유럽의 관문인 터키로 가는 비행기표도 이미 사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막상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라는 게 다 갖춰진 지역의 명소들을 돌아보는 것이 아닌 하나하나 스스로 찾아내는 여정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내가 살던 가나 근처의 서아프리카 나라들이 제격이었다. 가나에서 시작해 스페인까지 올라가는 루트를 짰다. 여행정보도 없고 미지와 무지의 상태였기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무슨 배짱이었는지 나는 터키에서 다시 가나로 가는 항공권을 질러버렸다. 그렇게 두 달간 가나에서 시작해 토고, 베냉, 코트디부아르, 말리, 세네갈 등 10개국을 다니며 지구 반대편의 생소한 땅을 가로질렀다.

모든 여행지는 전부 다른 매력이 있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인프라와 정보도 턱없이 부족했다. 많이 부딪치고 되돌아가기도 했던 이 여정은 나에게 많은 것을 얻게 해줬다. 여행은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뿐 아니라 그곳을 향해 떠나는 순간부터 이미 그 의미가 충분하다는 사실에 더욱 깊이 공감하게 된 것이다. 아마 그 길을 가지 않았더라면, 맛있고 아름답고 좋은 것을 경험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고 지금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행의 시작은 여행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부터

여행을 다녀온 이후 난 소위 아프리카 ‘덕후(열렬한 매니아)’였지만 아프리카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직업적으로는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공정여행’에 관심이 있었기에 2017년 오지투어에 입사했다. 오지투어는 2010년 중남미 전문으로 특수지역 전문 여행사다. 마침 아프리카여행팀을 새로 만들고 교육생으로 입사했으나 선임팀장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는 바람에 얼마 되지 않아 사내 유일한 아프리카 지역 담당직원이 돼 버렸다. 처음에는 난감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보였다.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 말이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기존 문서에 있던 잘못된 표현들부터 조금씩 고쳐 나가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아프리카를 대륙이 아닌, 하나의 나라로 뭉뚱그려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륙 내 이동 항공노선을 ‘국내선’이라 표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새로 작성한 정보집에서는 같은 대륙 안에서 이동하지만 국경을 넘는 노선의 표현은 모두 ‘역내선’으로 바꿨다. 자칫 아프리카가 하나의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일부 동남부 아프리카의 관광지에서 서양음식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대해 아프리카 음식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등의 문구들이었다. 현지에 조금 더 밀접하게 들여다보면 맛있는 현지 음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이렇듯 잘못 기재된 홈페이지의 문구들을 수정했고, 인쇄물 상 잘못된 표현을 수정하기 위해 스티커 작업도 불사했다.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최소한 내가 맡은 부분에서라도 고정관념과 편견을 넘어 제대로 된 사실과 정보를 전파하도록 노력하고 싶다.

또 하나 신경 쓰이는 요소는 천편일률적으로 사용되는 아프리카 대륙의 대표 이미지들이다. 아프리카 여행의 대표 상품은 단연 야생동물이다. 대자연이 잘 보존된 지역과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귀한 동물은 많은 이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홍보물이 대자연과 동물 위주로만 이미지를 사용하다 보니 마치 아프리카 전 대륙이 ‘동물의 천국’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홈페이지상에 아프리카 대륙의 대표 이미지를 골고루 넣기로 했다. 사람과 동물, 도시 등으로 이미지를 다양하게 구성했다. 여행업종에서 여행지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수많은 배경을 없애고 눈길을 끌만한 단 하나의 이미지만을 가져와 소개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일까. 이처럼 어떻게 하면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늘 하게 된다.

통상,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아프리카 여행의 루트는 세렝게티(Serengeti), 빅토리아폭포(Victoria Falls), 나미브 사막(Namib Desert), 케이프타운(Cape Town) 등을 포함해 동남부 아프리카 4~10개국을 묶은 소위 ‘국민루트’라 불리는 상품이 주를 이룬다. 대기업 여행사를 포함해 아프리카 전문여행사까지 아프리카 여행은 이 루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단체로 이동하기에 안전하면서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지역이 대부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오지투어에서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15차 팀을 이끌고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왔다. 다른 여행사와 다른 점을 꼽자면 인솔자와 현지 코디네이터가 다른 타 여행사와는 달리, 오지투어는 인솔자가 현지 스케줄을 기획하고 예약한다.

인솔자가 현지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고, 직접 경험한 내용과 고객의 컴플레인을 바탕으로 다음번 여행 내용을 개선할 여지가 많다. 최근 더욱 다양한 상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역은 모로코를 포함한 북부 루트다. 아직 부족한 인프라와 너무 많은 변수 때문에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서부아프리카 루트도 언젠가는 개발하고 싶다. 내 경험상 서부 아프리카에는 기존 자연을 특징으로 내세운 아프리카 상품과는 정반대로 문화적 자극을 주는 지역들도 많았다. 특히 세네갈의 경우 ‘아프리카 문화예술의 수도’라 불릴 만큼 문화와 예술과 관련된 콘텐츠들이 굉장히 풍부하다. 곳곳에 울려 퍼지는 음악과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미술 작품들, 문화적 자부심으로 가득한 사람들, 그리고 UNESCO 세계유산들이 간직한 역사와 이야기는 여행객들로 하여금 기존 서부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현지 인솔자로 함께 여행한 이들과 헤어질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 여행이 아프리카에 대한 여러분의 편견을 깨부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아프리카 국가와 지역을 제대로 경험한 이들이 늘어날수록 편견이 없어질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 믿는다. 실제로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고 이으며 생기는 작은 변화들

내 블로그는 나의 일상이 그냥 흘러간 나날들이 되지 않도록 생활과 여행 속 아주 사소한 기록들, 읽은 책에 대한 감상들을 적은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를 운영한 지 어느덧 4년이 넘었다.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짝사랑의 감정을 이곳에 적어둔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와 식견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이 공간에는 아프리카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소박하게 혼자 시작한 프로젝트들의 기록도 있다.

하나는 ‘책에서 아프리카 찾기’라는 프로젝트다. 보다 본격적으로 아프리카를 이해하기 위해 시작했다.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에서부터 아프리카 국가별 문학, 영화 속 등장하는 아프리카 지역들의 이야기들을 살피고 독후감을 쓰고 있는데, 현재까지 58개의 글을 남겼다. 아프리카 다양한 지역의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 등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여행으로 본 세상이 얼마나 좁았는지, 그 시선에 함몰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된다.

또 ‘한국 책의 세계여행’ 프로젝트는 해외출장 시 내가 읽은 책들을 가까운 배낭여행자 시설에 두고 오자는 소소한 다짐으로부터 시작했다. 외국에 한국어로 된, 혹은 한국작가가 쓴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의 교류가 서로의 관심도를 높일 것을 믿기 때문이다. 이 책들이 세계를 여행하며 한국인 혹은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손에 닿기를 바랐다. 현재 20권이 넘는 책들이 아프리카를 포함한 다양한 대륙에 흩어져 있다.

아예 한국에 관한 책을 현지 도서관에 기증하는 일도 소소하게나마 시작했다. 언젠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케이프타운(Cape Town) 도서관에서 ‘당신의 언어로 읽으세요(Read in your language)’라는 섹션이 있어 한국책 코너를 찾았다가 받은 충격 때문이다. 한국어 책은 당연히 없었을 뿐더러 영어로 된 아시아 서가의 한국 관련 장서도 적었지만 모두 한국전쟁과 북한에 대한 책뿐이었다. 남아공에도 우리에 대한 편견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쳤다. 나라도 한국 책을 갖다놓자 결심했고, 도서관에 메일을 보내 기증을 약속했다.

그렇게 올해 7월 초 출장길을 통해 9권의 한국어 책과 영어로 번역된 한국소설 3권을 들고 케이프타운 도서관을 다시 찾았다. 드디어 오늘의 한국을 조금이나마 짐작 할 수 있는 장서들로 채워졌다는 사실에 기뻤다.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문화와 사람은 더욱 가까워진다. 정부기관이 해주기를 기다리기보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실천하고, 작은 변화를 지켜보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블로그 활동을 벗어나 대외적으로, 혹은 어떤 분야를 대표해 말하기는 아직까지 매우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내가 본 일부 아프리카 국가와 지역의 모습으로 전체 아프리카 대륙을 이러저러하다고 평가하고 표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아프리카 덕후’로서 내 역할은 내가 본 것을 정확하게, 또 느낀 것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넓고 깊게 아프리카를 알아갈 필요를 느낀다.

또한 아프리카랩이나 아프리카인사이트 등 민간단체나 한․아프리카재단과 같은 정부기관에서 하는 관련 행사들에 참가하다 보니 의외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혼자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르게 함께 생각을 교류하면서 얻는 것이 많다. 이렇듯 나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아프리카 대륙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평가받는 때가 올 수 있지 않을까? 그날이 조금이나마 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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