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쾌거 K클래식으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쾌거 K클래식으로
  • 탁계석(음악평론가, 논설주간)
  • 승인 2011.07.04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 14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의 쾌거는 한국 예술재능의 빛나는 승리였다. 한국인 남녀 성악가가 나란히 우승을 했고 피아노와 바이올린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총 19명의 입상자중 5명이 주요 부분 賞을 휩쓸었으니 세계가 깜짝 놀랄만 하지 않은가.

우승한 소프라노 서선영(27), 베이스 박종민(25), 피아니스트 손열음(25), 조성진(17) 군이 각각 2.3위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25)씨가 3위에 입상했다. 한국인 첫 수상자은 1974년 피아노의 정명훈이 2위로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프레이드까지 했다. 이후 백혜선 (3위), 90년 바리톤 최현수(우승)과 이번 성악 1위 두 제자를 키워냈으니 3관왕이라 할까.

콩쿠르의 장점은 또렷하게 발군의 실력자를 걸러내는 장치다. 다섯 수상자중 4명은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의 영재들이 영광을 안았다. 영재 조기 발굴과 악기 대여, 콘서트 협연 등 꿈나무를 찾아 전문성있게 지원한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영조 한국국립예술종합학교 영재원 원장은 “예비학교, 영재교육원, 예술종합학교를 잇는 조기 발굴, 선별 집중 교육과 교육정책 수행에서 올바른 것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기쁘다면서 영재교육원 시스템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한 해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외국 유학을 떠나고 그 비용 때문에 고통을 받는 현실을 생각하면 확실하게 검증된 교육 시스템의 확충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콩쿠르의 우승자들이 국내 음악계 울타리를 벗어나 본격적인 국제무대에서 활약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콩쿠르는 영광스러운 출발선에 불과하다. 국제무대에 네트워크를 가진 매니저가 없다면 콩쿠르의 우승자가 설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제는 국내의 한계적인 시장에서 머물다 교수가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인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할 때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뿐만 아니라 퀸에리자베드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가 우리 손에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작 이들이 빛을 보기 위해선 한 때의 조명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

묻지마 유학에 대한 점검과 학력 중심으로 되어 있는 교육법 개선, 부실 예술대학의 내실화, 아티스트의 시장 경쟁력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내 중국이 빠른 속도로 세계무대를 장악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얼마 전 대중음악 K팝이 프랑스 진출을 통해 대중한류를 열어가고 있다면 앞으로는 우리의 K클래식 차례다. 그러나 콩쿠르와 달리 외국 곡만으로 서양 무대에서 환호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랜 서양음악의 수입구조에서 수출하려면 우리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지난달 29일 생전의 지휘자 카랴얀의 주 무대였던 독일 베를린필홀에서 한국 지휘자 최영철이 브란덴부르크 심포니를 지휘했는데 객석이 만원을 이루었고 40여명이 티켓이 없어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3일간 계속된 음악회에서는 관현악곡 댄싱 아리랑(Dancing Arirang, 임준희)을 최 지휘자를 비롯해 두 사람의 독일인 지휘자가 연주했다니 중국의 아리랑 등재로 마음이 개운치 않았던 터에 아리랑을 세계에 알린 것 같아 반가웠다.

이번 차이코프스키 콩쿠르가 그동안 스폰서에 의존하면서 공정성 시비가 일었고 추락하는 위상을 바로 잡는 계기를 위해 심사위원 교체, 본선 현장 중개 등의 혁신적인 조치가 처해졌다고 하니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콩쿠르 우승의 열기가 K클래식으로, 세계에 한국 문화영토를 넓혀가려면 우리 젊은 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기성세대의 반성도 따라야 할 것이다.

그간 행정에 밝지 않은 예술가와 예술에 이해가 부족한 행정 사이에 잦은 마찰로 어려운 시절을 많이 겪었지만 이제 우리 예술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국, 시립 예술단체의 리모델링과 지나친 수익성 중심의 공공극장이 예술가를 지원하고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어갔으면 한다.

콩쿠르 우승자에게 기성문화가 어떻게 뒷받침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