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⑧] 왜 남자가 코로나에 더 취약할까?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⑧] 왜 남자가 코로나에 더 취약할까?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1.06.2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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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만만하게 보지 않아야하는 것은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가면 이미 폐에 심각한 손상이 가해진 단계라는 점이다. 학자들이 무증상일 때 진찰을 받아 치료를 시작하면 완치후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하는 이유다.

교육 수준에서도 남녀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의무학교와 중등교육을 받은 남성들은 중등교육 이상의 학력을 지닌 남성들에 비해 사망 위험이 약 25% 더 높았다. 그런데 여성들의 경우 중등 이하 학력자들이 고학력자들보다 사망할 위험이 40~5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에 관한 한 학자들은 소득이 낮고 교육 수준이 낮은 남성들의 사망 위험이 더 높은 것은 다른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의 패턴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위험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물학적 요인과 생활방식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저질환을 지닌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사망 위험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의과대학 패디 센통고 박사팀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어떤 만성질환을 지닌 이가 코로나19에 걸려 입원했을 때 사망할 위험이 더 높은 지 조사했다.

분석 결과 기저질환 없이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들에 비해 당뇨병과 암 환자는 1.5배, 심혈관질환, 고혈압, 울혈성심부전 환자는 2배, 만성 신장질환자는 3배 이상 사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연구는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4개 대륙에서 11개의 만성질환자까지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코로나19의 특징은 젊은 층은 거의 사망자가 없는데 고령자가 치명상을 입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남성이 여성보다 치명상을 입는다는 것은 학자들의 고민거리였다. 이 문제 규명에 과학이 칼을 들었다.

우선 학자들은 이를 오케스트라에서 악기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불협화음이 발생한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코로나19를 앓고 있는 고령 환자의 면역체계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 라호야 면역연구소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면역반응과 병세 간의 상관관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밝혔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할 경우 면역체계가 혼란에 빠져 정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여 치명타를 받는다는 것이다.

쉐인 크로티(Shane Crotty) 박사는 세 가지 유형으로 면역 반응을 설명했다.

신종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인체 안에서 바이러스 침투를 감시하고 있던 ‘선천적(innate)’ 방어 세포들이 즉각적인 반응에 들어간다. 이들 세포들은 사이토카인(cytokines)이라 불리는 화학신호 전달물질을 분비해 다른 세포들에게 긴급 상황을 알린다. 코로나19의 경우에는 이를 유발하는 신종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세 가지 무기를 만든다.

첫째는 항체다. 침입한 바이러스의 밀착해 감염 능력을 소실케 한다. 둘째는 킬러 T세포(naive T cells)를 활용한다. 전투 과정에서 항체가 소멸하면 킬러 T세포가 죽은 항체를 대신해 전투를 벌인다. 셋째는 헬퍼 T세포로 B세포 등과 협력해 더 많은 항체를 생성한다.

크로티 박사는 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20~86세 코로나19 환자 24명,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 26명,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없는 사람 65명으로부터 혈액을 채취해 비교 분석했다.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65세 미만 환자들보다 농도가 높지만 항원·항체 반응은 미약했고 항체를 생성하고 지원하는 T세포의 수가 65세 미만 환자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65세 이상 고령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항체 기능이 약화된 상태에서 T세포의 농도가 낮아 정상적인 면역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신종바이러스를 중화하는 과정에서 항체보다 항체를 지원하고 있는 이들 T세포들이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들이 고장났다는 뜻이다. 인간 면역체계의 핵심을 이루는 T세포의 활동은 나이가 들면서 적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T세포 수가 적으면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정상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바이러스 감염을 부채질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이토카인 폭풍(storm of cytokines)이 등장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이란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였을 때 긴급 상황을 전달하는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돼 면역 기능이 오히려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의 원인을 놓고 논란을 벌여왔는데 미국예일대의 이와사키 아키코(Akiko Iwasaki)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평균 60세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에 감염된 여성은 T세포를 더 많이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남성의 T세포 면역 반응은 비교적 약했다.

그런데 남성 환자들이 염증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을 더 많이 생성한다는 점이다. 이는 치명적인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왜 노령층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취약한가를 알려준다.

크로티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65세 이상 환자의 경우 선천성 면역, 후천적 면역기능 모두에서 T세포의 결함이 발견됐다. 이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가 침투할 경우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잘못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비만이 여러 가지 질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코로나19 증세도 비만이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고도 비만이 아닌 단순한 과체중(merely overweight)인 경우에도 코로나19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진다.

버몬드 대학의 앤 딕슨(Anne Dixon) 교수는 세계에서 발생한 39만 9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종합 분석한 결과 비만인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정상인과 비교해 13% 더 높았다. 또 중환자실에 입원할 확률은 74%, 사망 확률은 48% 더 높았다.

그는 비만이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만성염증 및 혈액 응고 등을 유발해 코로나19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비만 인구가 비교적 적지만 미국의 성인 인구 중 비만 비율이 40%에 달한다.

과학자들은 비만이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을 유발한다는 주장했다. 생활습관병이라고 할 수 있는 대사증후군은 체지방이 증가하고, 혈압과 혈당이 상승하며, 혈중 지질에 이상이 발생하는 불균형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은 두 배 이상 높이고, 당뇨병 발생률은 10배 이상 증가시킨다고 알려진다.

그런데 대사증후군과 코로나19 간에도 큰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7,0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과체중(overweight)은 29%, 비만인(obese)은 48%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비만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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