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㉔] 뮤지컬 이야기··· 서곡, 쇼스타퍼, 커튼콜
[홍미희의 음악여행 ㉔] 뮤지컬 이야기··· 서곡, 쇼스타퍼, 커튼콜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1.07.19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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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코리안신문) 홍미희 기자= 뮤지컬이 대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뮤지컬은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이라 여겨졌지만, 요즘은 나이와 장르에 관계없이 가수들뿐 아니라 일반인까지도 뮤지컬 넘버를 부른다. 장르별 매출액을 보아도 클래식, 무용, 오페라, 국악 등에 비해 뮤지컬은 전체 중 83%를 차지한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4대 뮤지컬 시장이 미국(2조 2400억), 영국, 일본(약 8000억), 한국(3500~4000억)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뮤지컬이 있고 출연자에 따라 팬덤도 형성되며 그 출연자에 따라 흥행의 성패가 나뉘기도 한다. 트롯을 팀으로 나눠 경쟁하는 TV프로그램에서도 진행자는 노래를 마친 가수에게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칭찬을 한다. 이때 뮤지컬 같다는 말은 ‘노래를 잘 부른다, 준비를 많이 했다, 가사에 따른 극적 연기가 좋았다’ 등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또 중학교나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안에도 뮤지컬이 있어 수업시간에 뮤지컬을 창작해 보기도 하고 교과서에 실린 뮤지컬 넘버를 부르기도 한다. 이제 뮤지컬은 특정한 사람들이 즐기는 음악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즐기는 음악이 되었다.

뮤지컬의 일반적 정의는 ‘이야기를 기본으로 한 연극적인 틀 위에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지는 대중적인 무대극’이다. 뮤지컬이 기초를 두고 있는 소설이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구조를 가지고 있듯이 뮤지컬 역시 서곡, 오프닝넘버, 제시, 프로덕션 넘버, 쇼스타퍼, 아리아, 커튼콜 등의 기본적인 틀 아래 만들어진다. 물론 꼭 이런 순서로 연주되는 것은 아니고 중간에 빠질 수도 있지만, 이 틀 안에서 독창, 중창, 합창, 춤은 꼭 들어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서곡’은 막이 오르기 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기악곡이다. 뮤지컬을 보러 갔더니 연주가 시작된다고 하고 객석의 불은 꺼져서 등장인물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막은 오르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지휘자는 지휘를 시작하고 오케스트라는 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이 곡이 서곡이다. 서곡은 뮤지컬을 시작하기에 앞서 관객이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며 곡의 일정 부분이나 주요 아리아, 또는 따로 서곡을 독립적으로 만들어 연주하기도 한다. 물론 서곡 없이 레미제라블의 ‘Look Down’처럼 강렬한 합창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무대디자인이 화려해지면서 서곡이 연주되는 동안 뒤의 막이나 화면에 영상과 이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서곡 이야기를 하자니 잠실의 C씨어터가 떠오른다. 내가 본 자리는 VIP 자리라고 할 수 있는 2층 제일 앞줄 중앙이었다. 그런데 곡이 시작하기 전 예쁘게 생긴 안내자가 통로에 서서 “몸을 앞으로 기울여 보시면 뒷좌석의 관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를 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지만 그가 말하는 대로 뒤로 기대앉아 앞을 보니 뭔가 답답했다. 제일 앞줄이라 앞에 사람은 없지만, 나무로 만든 바가 무대를 아주 살짝 가렸다.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이자 무대가 완전하게 다 보였다. 바와 앞 좌석 사이를 조금만 넓게 하거나 단을 두면 될 텐데... 그러나 그렇게 하면 좌석이 한 줄 줄어들어 극장의 수입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광화문의 ㅅ문화회관에서도 있었다. 이때도 2층 제일 앞줄 중앙의 자리였다.

불은 꺼지고 막은 내려진 상태에서 오케스트라가 서곡을 연주하기 시작할 때 C씨어터의 단점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 왔다. C씨어터의 오케스트라박스는 완벽하게 오케스트라를 시야에서 차단시킨다. 뮤지컬을 볼 때 산만하지 않고 무대에 집중이 잘되도록 만들어져 있고 보면대 하나하나마다 조명이 설치되어 연주자에게도 불편함이 없다. 그런데 내 자리에서는 지휘자가 안 보였다. 딱 바와 같은 높이로 지휘자가 걸쳐져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뮤지컬은 노래도 듣고 춤도 보고 또 지휘자에 맞추어 가는 오케스트라와 연주자의 합을 보는 것도 큰 재미 중의 하나인데 다시 한번 아쉬움이 밀려왔다.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도 그랬는지 앞으로 몸을 내밀고 보다가 뒷자리의 관객에게 주의를 듣고야 말았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와르[사진=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공연 공식 홈페이지(http://notredamedeparis.mastent.co.kr)]

‘오프닝넘버’는 보통 서곡이 끝난 뒤에 나오는 곡으로 코러스가 춤과 함께 관객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제 뮤지컬이 시작됐다!’는 느낌의 힘차고 활기찬 곡이 많다. 뮤지컬에서 ‘넘버’는 노래, 춤곡, 연주곡 등 뮤지컬에 나오는 모든 음악을 총칭한다. 뮤지컬의 경우 똑같은 뮤지컬이라도 만드는 사람들에 따라 장면, 노래, 대본, 순서를 바꿔서 제작하므로 연주되는 음악의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여 연출자, 출연자, 오케스트라 사이에 오류가 없도록 넘버를 사용한다.

‘제시’는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의 배경과 상황을 설명하는 노래다. 이 제시는 생략되는 뮤지컬도 많다. 그냥 뮤지컬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제시의 가장 대표적인 노래는 ‘노트르담 드 파리’ 중 ‘대성당들의 시대’이다. 이 노래의 처음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신의 권력이 막강했던 아름다운 파리의 1482년
사랑과 욕망의 이야기......”

관객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서 종교의 힘이 막강했던 중세시대, 프롤로 신부, 근위대장 페뷔스, 집시인 에스메랄다, 꼽추인 콰지모도 등을 상상하며 가슴이 울렁거리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게 된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총 51개의 곡이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가는 뮤지컬이다. 이 ‘대성당들의 시대’는 서곡 바로 다음에 오프닝넘버 없이 바로 나오는 두 번째 곡으로 파리의 음유시인이자 해설자 역할인 그랭구와르가 부른다.

‘프로덕션 넘버’는 힘이 있고 규모가 큰 노래로 주로 독창과 합창 무용이 같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선율도 아리아에 비해 단순하지만 기억하기도 좋고 화려하여 1막의 중간이나 끝, 또는 2막의 시작에 나온다. 레미제라블의 One day more가 대표적이다. 뮤지컬의 각 요소들이 총동원되는 이 곡은 마리우스, 장발장, 코제트, 에포닌, 자베르 등 모든 등장인물이 나와서 노래하며 마지막 커튼콜로도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레미제라블 커튼콜 장면.[사진=레미제라블 한국공연 공식 홈페이지(www.lesmis.co.kr)]
레미제라블 커튼콜 장면.[사진=레미제라블 한국공연 공식 홈페이지(www.lesmis.co.kr)]

프로덕션 넘버가 연주되고 1막이 끝나면 잠시 쉬는 시간인 인터미션이 있다. 사람들은 로비에 나가서 긴장되었던 몸을 풀기도 하고 1막에 있었던 배우들이나 연주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긴장을 푼다. 물론 1막에서 2막까지 계속 이어져서 연주하는 것이 더 긴장감의 유지에 좋겠지만 현실적인 시간이 길기도 하고 지루할 수도 있어 일반적으로 인터미션 시간이 운영된다. 그래서 1막의 마지막이나 2막의 처음에는 뮤지컬의 인상을 확 남길 수 있는 기억하기 좋은 큰 규모의 프로덕션 넘버가 연주된다. 인터미션 시간에 로비나 화장실에 가면 그 공연의 성패를 알 수 있는 대화가 오간다. “내가 먹은 약이 효과가 오나 봐. 막 졸았어.” “누구누구 정말 멋있다” “지금 몇 시야? 집에 갈까?” 등이다.

‘쇼스타퍼’는 말 그대로 쇼를 스탑시키는 사람이다. 공연을 멈추게 만드는 박수를 부르는 명연기, 명연주를 말하는 것으로 중간에 우스꽝스러운 노래나 연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레미제라블에서 어린 코제트가 일을 하다가 불쌍한 자신을 생각하며 외롭고 슬프게 ‘Castle on a cloud’를 부른다. 관객은 코제트의 감정에 몰입되어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그녀를 괴롭히던 여관집 여주인이 나타난다. 다들 긴장하지만 그러나 그녀의 외모는 우스꽝스럽고 쇼맨십도 강하여 코제트를 구박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웃음을 터트리게 하면서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이렇게 쇼스타퍼는 경직되었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무겁고 규모가 큰 주제를 가진 뮤지컬이라 해도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계속 그런 분위기가 유지된다면 관객은 힘들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쇼스타퍼는 꼭 필요한 존재이며 쇼스타퍼가 등장했을 때 객석에서 빵! 하고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면 이 역할을 맡은 본인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또 한 명 이 역할을 맡긴 제작자 역시 무척 속상해할 것이고.

뮤지컬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 번 공연이 시작되면 그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또 공연하는 가수들에게도 체력적으로나 심적으로 많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 공연하게 된다. 그런데 예산의 대부분이 유명한 가수를 캐스팅하는데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팀에 마음에 드는 대로 배역을 캐스팅할 수는 없어 표를 모을 수 있는 유명한 주인공을 양쪽 팀에 한 명씩 나누어 배정한다. 이때 캐스팅된 가수를 보고 누가 속해 있는 공연을 보러 갈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도 관객의 재미이다.

이렇게 캐스팅된 주인공들이 뮤지컬의 클라이막스에서 부르게 되는 곡들이 일반적으로 ‘아리아’이다. 뮤지컬의 백미라 할 수 있으며 오페라에서도 똑같이 사용되는 용어로 작품의 주제를 독창이나 중창으로 노래한다.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을 보러 갈 때 기다리는 순간은 거의 비슷하다. 캐츠를 보러 가는 모든 사람은 늙은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Memory’를 기다리고 그 곡의 전주가 흘러나올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쓸쓸한 고양이의 화려했던 지난날과 인간인 내가 느끼는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하게 된다. 지킬 앤 하이드 중 ‘This is the moment’ 역시 유명한 넘버로 이 곡은 지킬박사가 인간의 선과 악을 나눌 수 있는 약물을 발명했지만 실험대상이 없어 본인을 실험대상으로 하려고 결심하는 중요한 순간에 부르는 노래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이 곡은 가사 때문인지 결혼식에서도 축가로 많이 불린다. 물론 결혼식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뮤지컬의 결말을 생각한다면 결혼식의 의미에 걸맞는 다른 노래를 불러도 좋을 것이다.

2021년 1월에 펼쳐진 뮤지컬 캐츠 내한공연[사진=캐츠 한국어 사이트(https://www.catsmusical.co.kr)]
2021년 1월에 펼쳐진 뮤지컬 캐츠 내한공연[사진=캐츠 한국어 사이트(https://www.catsmusical.co.kr)]

‘커튼콜’은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의 환호에 화담하는 춤과 노래로 모든 출연진이 무대와 나와 인사하면서 노래를 부르며 뮤지컬의 막은 내리게 된다. 극 중에서 가장 중요한 멜로디나 아리아 합창곡 등을 편집해서 부르기도 하고 곡 중 하나를 선택해서 부르기도 한다. 이때 객석에서는 유명한 뮤지컬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하기도 하고 노래에 맞춰 박수도 치면서 뮤지컬에서 느꼈던 감동과 전율을 다시 한번 공유하게 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로비에 설치된 포토존과 캐스팅보드 앞에 줄을 선다. 캐스팅보드 앞에서 티켓과 함께 사진 찍어주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고 그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뮤지컬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전체를 보면서 그 흐름을 느끼고 상황에 공감하고 배역에 따른 연주와 무대를 즐기기도 하고 그것이 벅차면 중요한 노래들로만 이루어진 갈라쇼를 즐기기도 한다. 또 실제 무대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에서 얼마든지 좋아하는 노래만 골라서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을 골라 뮤지컬을 즐기는 것도 오늘 하루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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