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⑩] 소독이란 개념 도입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⑩] 소독이란 개념 도입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1.07.31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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젬멜바이스가 영욕의 세월을 보내다 사망한 것과는 달리 역사는 의학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한 명의 명인을 배출하는데 이 사람이 조셉 리스터(Joseph Lister)이다.

1846년 12월 스코틀랜드 태생의 리스턴 박사는 존 워런 박사의 선례를 따라 마취된 환자의 수술을 준비했다.

그런데 리스턴 박사도 당대의 관례대로 평소와 마찬가지로 몇 달 동안이나 세탁하지 않은 불결한 상의와 에이프런을 걸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집사 일을 맡아보던 프레드릭 처칠이라는 환자가 수술실로 옮겨졌는데 그는 넓적다리가 썩어들어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에테르에 적신 스폰지가 든 흡입 장치를 이용하여 마취제가 투입된 환자는 곧바로 마취 상태로 들어갔고 리스턴은 톱니 모양의 시술용 메스로 통증 없이 환자의 넓적다리를 절개했다. 이 장면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는데 마침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조셉 리스터도 있었다.

리스터는 마취제를 사용한 수술은 대성공했으나 공개적인 수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위생적인 수술실 상태를 보고 놀라 그런 환경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들은 수술보다도 세균 감염에 의해 환자의 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수족 절단 수술을 받았음에도 세 명 중에 한 명 꼴로 환자들이 사망했는데 대부분 수술 후 감염되는 ‘패혈증’이 원인이었다. 특히 패혈증 등은 상처 악화로 악취가 심했다. 당시에 많은 의사들은 악취가 감염을 일으킨다고 생각했고 사망률도 악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냄새를 제거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때 선구적인 사고를 가진 여성이 등장하는데 바로 램프를 든 전설적인 레이디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1820〜1910)이다.

놀랍게도 그녀는 간호사로 알려져 있지만 학계에서는 통계학자로도 알려지며 <영국왕립통계학회>의 최초 여성 회원이기도 하다. 그녀가 통계학자로 불리는 것은 최초로 의학에 ‘소독’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수치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피렌체의 이름을 따 플로렌스라는 성을 지니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1837년 즉 18살 때부터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들을 돕는데 바치기로 결심했는데 그 방법이 간호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간호사는 부도덕한 직업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다 허드렛일이나 기초적인 병 간호가 일의 위주였다. 그러나 그녀는 주위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독일 카이저벨트의 프로테스탄트 학교에서 간호학을 공부하고 1853년부터 본격적인 간호사의 길로 들어갔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Florence Nightingale)

1854년, 크림 전쟁이 벌어지자 이스탄불의 위스퀴다르에서 간호활동을 시작했다. 그녀는 남달리 눈썰미가 좋은 사람으로 전쟁터에서 부상으로 죽는 것보다 질병감염으로 죽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많은 자료를 수집한 후 이들 데이터를 도표와 원그래프라는 그림으로 변형하여 사람들을 설득했다. 바로 이것이 통계학자로서의 업적을 인정받아 1856년 <영국왕립통계학회>의 최초 여성 회원이 된 것이다. 후에 <미국통계협회>의 명예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플로렌스는 크림전쟁 이후에 위생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1874년과 1875년에 공중보건법안이 강화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의학에 위생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실질 도입한 것이다. 그의 위생 개념이 도입된 후 영국군 부상자의 사망률은 40%대에서 2%로 감소한다. 그녀가 당대에 얼마나 앞선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는 다음으로도 알 수 있다.

‘만일 어떤 환자가 추워한다거나, 고열에 시달린다거나, 쇠약해 있다거나, 음식을 먹고 괴로워한다거나, 또는 욕창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대체로 질병 자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간호에 기인하는 것이다. (중략) 간호는 투약 또는 습포제를 바르는 것 정도로 그 의미가 제한되어 왔다. 그러나 간호는 환기, 채광, 난방, 청결, 정숙 등의 적절한 활용과 식이의 적절한 선택과 관리 등, 환자의 체력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의미해야만 한다.’

나이팅게일이 의료기관에서 ‘소독’이란 개념을 도입하여 그녀는 비누와 따뜻한 물 그리고 햇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나이팅게일은 저술에도 남다른 재주가 있어 간호학과 신학, 에세이 등을 포함하여 무려 200여권에 달한다. 학자들은 간호사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나이팅게일의 활약 때문으로 인식한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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