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㉕] 셴브룬궁전에서 열린 2021 빈 여름음악회
[홍미희의 음악여행 ㉕] 셴브룬궁전에서 열린 2021 빈 여름음악회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1.08.2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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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모험’ 주제로··· 의료인, 초등학교 교사 등 3천명만 참석

‘음악회’라는 단어만 들어도 ‘어렵다,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많지만 축제와 같이 즐거운 음악회가 있다. 1842년 창단된 빈필하모닉이 연주하는 신년음악회(New Year's Concert)와 여름음악회(Summer Night Concert Schönbrunn)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열리는 신년음악회는 1941년 이래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열리고 있다. 90여개 국가에서 TV 및 라디오를 통해 중계되고 시청자가 최대 5천만 명에 달해 클래식 공연 중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메가박스에서 중계한다. 2022년 신년음악회의 티켓팅은 이미 2021년 4월30일에 마감됐는데 가격은 35€~1200€, 새해전야 음악회는 25€~860€, 리허설 공연은 20€~495€였다. 2022년 신년음악회의 지휘자는 내년에 80세를 맞이하는 다니엘 바렌보임이다. 그러나 지휘자와 관계없이 매년 동일하게 연주되는 곡은 요한 스트라우스다. 이들이 연주하는 ‘도나우’와 ‘라데츠키’는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셴브룬궁전[사진=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여름음악회는 원래 2004년부터 유럽콘서트 시리즈로 연주되던 것을 2008년부터는 셴브룬궁전에서 여름음악회로 이름을 변경해 열리고 있다. 6월의 초여름 밤, 무료에 스탠딩 콘서트, 선착순 입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궁전 앞의 정원뿐만 아니라 뒤에 있는 언덕까지 10만명의 인파가 모였다고 한다. 2021년 올해는 6월19일 열렸는데 의료인들, 초등교육에 참여한 사람들, 그리고 음악회에 도움을 준 파트너 등 3,000명만 초청해 진행했다. 연주되는 곡도 대중적이며 듣기 편안한 곡으로 선정하고 협연자도 성악과 기악을 한 해씩 교차시켜 변화를 준다.

2021 여름음악회의 주제는 ‘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모험’이다. 코로나 때문에 마음대로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갇혀있는 일상에게 주는 위로, 동경, 그리움을 담았다. 이제 음악회도 주제 중심, 스토리가 있는 공연이 대세다. 선곡된 곡 역시 음악회의 주제에 맞게 베르디(이탈리아), 라흐마니노프(러시아), 번스타인(미국), 엘가(영국), 시벨리우스(핀란드), 드뷔시(프랑스), 홀스트(미국) 등 작곡가의 국적과 악곡의 형식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지휘자는 영국 출신의 다니엘 하딩이고 피아노 협연자는 러시아계 독일 출신의 이고르 레빗이다. 연주가 시작되면서 느낀 가장 생경한 풍경은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는 실내에서만 마스크를 쓰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첫 곡은 베르디의 시칠리아의 저녁기도 서곡이다. 원곡은 프랑스의 압제하에 있던 시칠리아 주민들이 저녁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신호로 반란을 일으켰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오페라다. 서곡은 오페라가 시작되기 전에 연주되는 곡이지만 이런 식으로 따로 독립되어 연주하기도 한다. 아직 어둠이 내려오기 전 어스름한 셴브룬궁전의 황혼을 뒤로하고 팀파니의 조용한 두드림과 오케스트라의 조심스러운 선율이 서로 주고받으며 기도와 같은 곡이 시작된다. 화면은 아름다운 정원을 비추고 정장을 차려입은 지휘자와 연주자는 갈수록 땀에 젖어간다. 원래 클래식 음악회의 관객은 정장이 기본이지만 야외 콘서트이다 보니 물을 마시는 사람도 보이고 객석의 옷차림도 가볍다.

두 번째 곡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다. 이 곡은 파가니니의 24개 카프리스 중 마지막 24번의 주제를 가지고 24개의 변주를 만든 것이다. 변주곡(Variation)이란 하나의 주제를 박자, 리듬, 화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시키는 곡을 의미한다. 이 곡에서 모두가 기다리는 순간은 바로 18변주 안단테 칸타빌레다. 고요하면서 슬프기까지 한 이 변주는 파가니니가 작곡한 주제를 거꾸로 변환시킨 것이다. 단조는 장조로, 올라가는 멜로디는 내려가도록 이런 식으로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었는데 이 부분이 너무 아름다워 따로 떼어서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또, 이 곡에서 기억해야 할 음악적 요소는 협주곡이다. 협주곡의 원어는 Concerto인데 어원은 ‘경합, 경쟁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2개의 서로 다른 악기군 또는 악기군과 합창이 같이 부르는 것을 말하는데 이후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같이 연주하기 위해 작곡된 곡으로 의미가 변화됐다. 흔히 협주곡의 경우 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같이 연주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가 화려하게 연주했던 선율을 피아노가 따라가기도 하고 피아노는 화음만 치고 오케스트라가 선율을 연주하기도 한다. 그래서 독주악기가 주인공이 될 때도 있고 오히려 오케스트라가 주인공이 될 때도 있는 것이 협주곡이다.

곡이 끝나고 환호하는 관객을 위해 연주한 앵콜곡은 뜻밖에도 ‘엘리제를 위해’이다. 거장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음은 아름답다. 숨 쉬는 곳도 다르다. 한 음 한 음 심혈을 기울여 연주되는 엘리제를 위해는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 이렇게 우아한 곡이었다니. 레빗의 이마에는 땀이 한가득이고 어느덧 밤은 깊었다. 피아노가 연주하는 동안 오케스트라는 쉬고 있다. 이 곡은 협주곡이 아니라 소나타, 즉 피아노 독주곡이기 때문이다. 퇴장하는 피아니스트를 위해 단원들은 활로 보면대를 두드린다. 악기를 안고 박수를 칠 수 없으니 박수의 의미로 대신하는 것이다.

레빗의 무대가 너무 짧았다는 아쉬움이 들 때 레너드 번스타인의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중 교향곡 무곡이 연주된다. 이 곡은 원래 뮤지컬인데 그중 몇 곡을 연주회용 음악으로 만들어 관현악곡으로 연주하는 것이다. 연주된 곡은 prologue, Somewhere, scherzo, mambo다. 지휘자는 중간에 호루라기도 불고 단원들은 다같이 맘보!를 외치기도 하며 분위기는 달아오른다. 익숙한 곡을 따라 부르는 관객과 곡이 바뀔 때마다 공원의 조명도 바뀌는 것은 덤이다.

다음 곡은 엘가의 사랑의 인사다. 이 곡은 오케스트라 뿐 아니라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등 거의 모든 악기가 독주곡으로도 연주하는 명곡이다. 엘가가 약혼녀 캐롤라인에게 청혼할 때 헌정한 곡으로 원래는 ‘Liebesgruss’ 독일어였으나 ‘Salut D'Amour’라고 프랑스어로 바꾸어 출판했다. 열정적이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분해진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에서는 애국 영웅이다. 국민찬가로 선정된 핀란디아를 작곡했고 국가에서 주는 연금으로 평생 생활했다. 카렐리아는 핀란드의 영토였지만 지금은 러시아의 카렐리아공화국에 속해있다. 연주되는 모음곡 중 1번은 인터메조(Intermezzo)다. 인터메조는 간주곡으로 막과 막 사이에 연주되는 곡이다.

이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연주된다. 지휘자는 플루트주자를 관객들에게 가볍게 인사시킨다. 그 이유는 처음 들어가는 부분의 플루트가 이 곡의 모든 이미지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은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말라르메의 시를 음악으로 묘사한 것이다. 위는 사람이고 몸은 짐승인 목신(판)의 꿈과 환상을 묘사했다.

덥고 나른한 여름날 오후 꿈인지 생시인지 몽롱한 상태에서 멀리서 들릴락 말락 아련하게 연주되는 플루트의 소리는 약간 더우면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여름밤에 딱 어울린다.

이제 마지막 곡은 홀스트의 목성으로 원곡의 제목은 ‘행성’이며 그중 제4곡이다. 홀스트는 이 곡을 천문학적 입장이 아니라 점성술의 시각에서 화성, 금성, 수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7곡을 작곡했다. 이 곡이 작곡된 1917년 당시에는 아직 명왕성이 발견되지 않아서 제외됐다. 목성은 점성술에서는 쾌락, 부, 명예 등을 묘사하며 강렬한 호른으로 시작한다. 서곡, 변주곡, 협주곡, 무곡, 간주곡, 전주곡 하다못해 7개의 악장을 가진 곡까지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형식을 갖춘 음악회가 끝났다.

하지만 신년음악회에서 마지막 곡은 라데츠키인 것처럼 정말 마지막 곡이 남았다. 빈필은 마지막으로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작품인 빈기질왈츠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래. 이 맛이지. 이래야지. 비엔나와 요한스트라우스. 여름밤은 짧아서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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