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조선족마을 길림성 홍광촌을 찾아서
[해외기고] 조선족마을 길림성 홍광촌을 찾아서
  • 이용득 장춘한국상회 회장
  • 승인 2021.09.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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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길림성 지우타이구에는 홍광촌이라는 조선족 마을이 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던 해 이른 봄에 64가구의 경상도 출신 조선족 농가들이 16마리의 소와 3대의 수레를 끌고 인마허(饮马河) 강변에 거주하면서 이 마을을 형성했다고 한다. 이들은 얼음을 깨고 논을 일구었고 마을 이름을 ‘60호(60户)’로 짓고 정착 생활을 하다가 1984년 ‘홍광조선족 마을’로 개명해 지금까지 사용해오고 있다. 이용득 장춘한국상(인)회 회장이 최근 한국상회 부회장인 정세명씨와 함께 이 마을에서 벼농사 체험을 했다. 중국에서 17년째 체류 중인 이 회장은 현재 장춘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용득 회장의 홍광조선족 마을 방문기를 본지에 소개한다.[편집자주]

장춘한국상회 이용득 회장(우)와 정세명 부회장.
장춘한국상회 이용득 회장(우)와 정세명 부회장.

홍광 조선족 마을은 물이 좋고 쌀 맛이 좋은 데다 수재들이 많이 나와 중국에서 ‘대학생 마을’로 알려져 있다. 1954년에 이 마을에서 첫 대학생이 나온 후로 무려 400여명이나 되는 수재들을 배출해 중국의 명문대인 칭화대학교, 베이징대학교를 비롯한 전국의 유명 대학에 보냈다. 대학 입학률은 지린성의 성도인 장춘, 심지어 길림성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홍광 마을 사람들은 만주 벌판을 옥토로 만든 전통을 이어받아 허허벌판을 비옥한 땅으로 바꿔 놓았다. 60여년 전, 벼농사와 농민들의 생활 장면들을 생생하게 다룬 중국의 한 다큐멘터리의 제작 배경으로 이 마을이 나오면서 홍광 조선족 마을은 유명해졌는데, 홍광 마을은 지난 2003년 ‘인마허(饮马河) 입쌀’이라는 브랜드도 출시하고, 2005년 브랜드명을 ‘지우타이공미(九台贡米)’라고 바꿨다. 현재는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다.

이 마을의 가치를 알아본 중국의 한 농업회사는 1억6,000만위안(약 288억8,320만원)을 투자, 5만3,000평의 아파트 단지를 지었다. 또 4,500무의 경영관리권과 300무의 토지 사용권을 양도받아 홍광촌벼농기화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마을 농민들은 논양도비를 주식으로 받고 이 협동조합의 주주가 되었는데 이익 배당 수익이 중국 타 지역 농촌 농민들의 수입보다 50%나 높다고 한다.

이 마을 농민들은 현재 농약과 화학비료를 치지 않고 해충을 잡아먹도록 키운 오리와 게를 이용한 ‘오리농법’과 ‘게농법’으로 유기농 벼농사를 짓고 있다. 필자는 정세명 부회장 그리고 지우타이시 조선족중심학교의 전 교장인 이수남씨와 함께 논에 오리와 게를 푸는 체험을 직접 해봤다. 정세명 부회장의 아들과 딸도 함게 했는데 꼬마들의 손에서 풀려난 오리들은 깜짝할 사이에 벼 속으로 사라졌다.

일행은 홍광 마을 회관에도 들러 조선족 노인들이 흥겨운 노랫가락과 덩실 춤에도 끼어서 어깨를 들썩였다. 왠지 모르게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이 풍년을 맞으면서 함께 아리랑을 부르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을 것 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또 일행은 홍광마을에 설치된 ‘스마트 향촌 관리 플랫폼’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보았다. 플랫폼에서는 지우타이구 내 모든 마을의 농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농작물 재배면적, 각종 농작물의 월별 성장률 및 비닐하우스 상황은 물론 바람재해, 가뭄재해, 홍수재해, 병충해 등 농업재해 데이터와 특색농업, 농산품 전자상거래 수치까지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체험팀 일행이 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는 무쇠 밥솥으로 밥을 지었다. 정세명 부회장은 자신이 직접 밥을 지어보겠다며 홍광 마을에서 생산된 쌀을 씻어 솥에 안쳤다. 구수한 쌀밥 향이 식당 가득 채웠다. 정세명 씨는 마른 옥수숫대를 땔감으로 아궁이에 넣으면서 누룽지도 만들었다.

점심 식사로 다양한 요리도 나왔는데 중국의 타 성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와서 맛보고 간다는 용가포순대(龙嘉堡白肉血肠), 돼지갈비찜 등이었다.

이렇게 조선족 마을을 직접 체험해 보니 다양한 체험이나, 축제를 결합하면 홍광 조선족 마을이 도시인들이 찾는 관광지로도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홍광마을에 설치된 스마트 향촌 관리 플랫폼
홍광마을에 설치된 스마트 향촌 관리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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