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하바로프스크 버스투어와 김유경 거리…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 연구 뒤따라야
[탐방] 하바로프스크 버스투어와 김유경 거리…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 연구 뒤따라야
  •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 승인 2021.09.23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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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사회주의자 김 알렉산드라도 일시 근무
호텔에서 내려다본 아무르 강

하바로프스크 행사 중 시간을 내어 전설적 항일영웅 김유경 지사를 기려서 이름 붙여진 김유경거리를 들렀다. 거리 이름은 이미 1930년에 붙여졌다고 한다. 김유경거리는 하바로프스크 중심지에 위치해 있다. 넓고 긴 도로다. 거리라기보다는 대로에 가깝다. 안타까운 것은 김유경이라는 이름이 학계에서 아직 정확한 규명이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김유정, 김유천 등이 가설이 있는데, 김유경이 가장 유력하다고 한다.

이 거리를 둘러보며 10년 전에 본 기사를 기억해냈다. 일본이 10년에 걸쳐 코민테른 자료들을 모두 완역했다는 기사였다. 당시 이 같은 일본이 매우 부러웠다.

한국은 사회주의 계열이 독립운동에서 차지한 비중이 매우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독립운동을 그냥 독립운동으로 보면 어떨까? 지금의 이념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는 것은 조상들을 폄훼하고 민족사를 형해화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김유경 거리를 빠져나왔다.

하바로프스크 행사는 일본 731부대를 다룬 러시아 다큐멘터리 참관과 함께 시작됐다. 하바로프스크 도착 첫날 저녁 첫 프로그램이었다.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를 테마로 일본의 생물학무기 실험 연구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감독 타찌아나 보르쉬와도 만나 사진도 찍었다. 일본의 생물학무기와 731부대 만행에 대해 파헤치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인사들도 이 행사에 참여했다.

하바로프스크 거리

올해 93세라는 일본인 유키코 아마베씨는 본인이 직접 731부대의 만행을 목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그 후 일생을 731부대의 만행을 밝히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데 바쳐 오고 있다고 한다.

약 50분간의 영화 상영 이후엔 영화감독과 관람객 간에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질의응답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러시아 관람객들은 모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러시아에서 일본의 전쟁범죄를 다루는 질 높은 이런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었다. 다큐멘터리 내용도 자료와 증언에 매우 충실했다.

학술대회 기간 러시아의 시베리아 진출을 그린 역사극도 참관했다. 19세기 초, 극동지역과 사할린을 탐험하여 러시아 극동지역에 역사적 족적을 남긴 겐나디 네벨스키 제독의 업적과 고난 그리고 비극적 사랑을 그린 역사극이었다.

이 역사극은 작품성도 뛰어났고 공연 규모도 컸다. 역사극은 영국 등 서구제국주의 세력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지역에서 행한 폭력적 식민화 과정에 비해서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극동진출이 일종의 평화적인 문명화 과정이었다고 서술하고 있었다.

겐나디 네벨스키 제독의 업적과 고난 그리고 비극적 사랑을 그린 역사극

연극의 작품성도 뛰어났고 무대 설치와 배우들의 연기력도 감탄할 만했지만, 연극내용은 애국주의적 색채가 너무 강했다. 러시아의 극동지역 진출을 미화하는 내용이었다. 이 연극을 보면서 19세기 동북아 역사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조선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복잡한 상념에 빠져들도록 했다.

행사 중에 짧은 버스투어도 진행됐다. 주최 측이 준비한 투어였다. 버스투어 중 거리에 전시된 탱크도 보았다. 거리 한복판에 탱크가 한 대 전시되어 있었다. 2차대전 중에 활약했던 탱크라고 한다.

같이 투어에 참여했던 한 학자는 자신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이른바 ‘조국 해방전쟁 승리기념관’에서 같은 탱크가 전시된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6·25 때도 투입되었던 것일까?

버스투어는 행사 시작 당일 아침에 약 1시간 반 정도 진행되었다. 미하일이라는 이름의 관광해설사는 능숙하게 해설했다. 그의 해설을 들으면서 2차대전 기념공원, 사회주의혁명 영웅을 기리는 상징물, 성모승천 성당 등 명소와 하바로프스크를 빛낸 역사적 인물들과 관련이 있는 건물과 거리를 둘러보았다.

2차대전 승리기념공원 조형물은 조금 특별해 보였다. 마치 벽이 여러 개 혹은 책장이 여러 장 겹쳐져, 서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벽면들엔 2차대전 때 희생당한 하바로프스크 출신 병사들의 이름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2차대전 승리기념공원 조형물

숙소가 아무르 강변에 있어서 아침마다 강변공원 산책을 나갈 수 있었다. 숙소인 파루스호텔은 예전 구소련시대에 귀빈들이 투숙하는 특별호텔이었다. 북한 김일성 주석도 묵은 적이 있고, 고르바초프 서기장, 최초 우주인 유리 가가린 등 유명 인사들도 묵었다고 했다.

호텔은 4층 건물로 전통적인 러시아 귀족 저택 분위기를 연출했다. 객실은 100개가 되지 않았다. 호텔 내부엔 그림과 조각상 등 예술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호텔 뒤편 정원이 매우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정원에서는 아무르강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예전에 한국의 한 지방 호텔에 들렀을 때. 어느 유명한 분이 묵었던 객실을 그분 이름을 따서 특별실로 정하고 특별객실료를 받고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 객실에 투숙하려는 예약이 많다고 했다.

나는 호텔 담당자에게 이런 얘기를 하며 이 호텔도 그런 식으로 영업을 하면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고 말을 건넸지만, 담당자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호텔 건너편에는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 거리가 있었다.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는 19세기 러시아의 극동 장악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 거리는 하바로프스크 중심에 있는 중앙광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 거리를 오가며 둘러 보았다. 거리는 거의 건물마다 1층 벽면에 각종 기념 동판들이 붙어있었다.

하바로프스크 거리에 전시된 2차대전 당시의 소련군 탱크

기관이나 회사명을 쓴 동판도 있었지만. 건물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내용이 많았다. 러시아는 어느 도시를 가든지 거리 곳곳, 여러 건물들에서 기념 동판이나 조형물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 거리에는 건물 기념 동판이 특히 많았다. 역사적 사건도, 역사 속에 족적을 남긴 인물도 많았기 때문일까?

이곳에서 한국 최초 사회주의자 알려진 김 알렉산드라가 업무를 보았다는 동판도 있었다. 극동철도가 소련시대에 훈장을 받았다는 내용도 있고, 그리고리 포드가에프가 2차대전에 참전했고 하바로프 정치지도자로 이곳에서 근무했다는 동판도 있었다.

어찌 보면 사소할 수도 있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역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거쳐 간 곳에 일일이 기념물을 남기는 것은 러시아의 좋은 전통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특히 어린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행사 3일째 아침 아무르 강변의 강변공원을 끝에서 끝까지 걸어보았다. 러시아여행을 할 때면 ‘장대함’, ‘거대함’이란 낱말들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마 전이 하바로프스크 생긴 지 160주년이었다고 했다. 러시아의 동진이 절정에 이르던 그 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 하바로프스크의 아무르 강변을 걸으며 상념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한국 최초 사회주의자 김 알렉산드라가 업무를 보았다는 내용의 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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