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199] 소파(小波) 방정환과 어린이날
[아! 대한민국-199] 소파(小波) 방정환과 어린이날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1.10.11 0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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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5월 5일, ‘어린이날’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5월달에는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등 기억해야 할 날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이 어린이날이다. 우리가 어린이날을 기념하고 아동의 인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23년 5월 1일로 1924년 제네바에서 ‘아동의 권리에 관한 선언’을 한 국제연맹이나, 그것을 바탕으로 1959년에서야 ‘아동권리 선언’을 발표한 유엔보다도 한참 빠르다. 그것은 일찍이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누구보다 짙었던 소파(小波) 방정환(1899-1931)의 열정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의 어린이 헌장이라고 할 만한 문건으로 1923년 5월 1일에 방정환이 중심이 된 『색동회』 등에 의해 전단 12만장이 서울 곳곳에 뿌려졌다. ‘어린이날’을 알리는 이 전단의 제목은 『어린이날의 약속』이었는데, 어른들에게 이런 당부를 하고 있었다.

“오늘이 어린이날, 희망의 새 명절, 어린이날입니다. 우리들의 희망은 오직 한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을 뿐입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를 어른보다 더 높게 대접하십시오. 내 아들딸을 자기의 물건 같이 알지 말고… 반드시 어린 사람의 뜻을 존중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 어린이를 결코 윽박지르지 마십시오.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주십시오. …어린이를 칭찬해가며 기르십시오. 어린이의 몸을 자주 주의해 주십시오. 어린이에게 책을 늘 읽히십시오. …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 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

이 모든 일을 창안하고 주도한 사람이 방정환이었다. ‘어린이’라는 말을 지은 것도, 1923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한 것도(5월 5일로 어린이날이 바뀐 것은 그 뒤의 일이다), 1923년 3월에 『어린이』라는 잡지를 발간한 것도, 그보다 앞서 1922년에 『사랑의 선물』이라는 동화책을 통하여,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동화 가운데 우리 어린이가 꼭 읽어야 할 동화만을 고르고 골라 우리말로 옮겨, 아주 우리 동화로 만들어 버린 것도 방정환이었다. 어린이 연구단체 『색동회』를 조직한 것도 그였다. 그에게는 오직 어린이를 높게 대접할 것인가만이 관심사였다. 그의 묘비에조차 동심여선(童心如仙) “어린이의 마음은 신선처럼 맑다”는 글이 명(銘)으로 새겨졌다.

1922년 봄, 손바닥만 한 『세계명작 동화집』을 내면서 그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썼다. “학대받고 짓밟히고, 차고 어두운 속에서 자라는 불쌍한 어린 영들을 위하여 그윽이 동정하고 아끼는 사람(방정환)의 첫 선물로 이 책을 짰습니다.” 그가 낸 어린이 잡지 『어린이』는 이 나라 아동문학의 터전이 되었고, 이 잡지를 통하여 이원수의 ‘고향의 봄’, 윤극영의 ‘반달’, 최순애의 ‘오빠생각’ 등의 동요가 나올 수 있었다.

그는 또 훌륭한 동화 구연가(口演家)였다. 그가 천도교 대강당에 어린이들을 가득 모아 놓고 동화구연을 하면, 얘기가 재미있어 변소에도 못 가고 고무신을 벗어 거기에 오줌을 누는 어린이가 있을 정도였다. 그는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가장 두드러졌던 손병희 선생의 사위였는데, 아름다운 동요도 여러 편 남겼다. 그 대표적인 것이 ‘별 삼형제’다.

“날 저무는 하늘에 별이 삼형제
반짝 반짝 정답게 지내더니
웬일인지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남은 별만 둘이서 눈물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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