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착한아들 착한 사위
[Essay Garden] 착한아들 착한 사위
  • 최미자 재미수필가
  • 승인 2021.10.25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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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꽃을 많이 사랑하던 한 이웃이 세상을 떴다. 표정이 없고 내성적인 분이다. 피부암이라는 지병을 앓았지만 정원 가꾸는 일을 좋아했고 최근에는 거의 여자 정원사가 도맡아 했다. 코비라는 이 요상한 세상을 견디며 식도가 막히는 알 수 없는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큰아들은 장모를 돌봐야 하니 당신 집에 자주 올 수 없다며 이해하던 너그러운 시어머니였다. 함께 사는 막내는 늘 바빠 엄마 혼자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곤 했기에 안쓰러웠다. 임종이 가까워지니 착한 큰아들이 나타나 줄곤 마지막 시중을 들었다. 우린 하직인사도 할 수 없어 나는 따뜻한 글을 쓴 카드와 향기가 나는 비누를 전하며 어서 일어나시라고 격려했을 뿐이다. 그녀의 삶에 대한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지만 다행히 두 아들이 생전의 엄마처럼 정원을 가꾸어 주니 희망이 일어난다. 

외국으로 돌아다니던 딸은 결혼하여 타주에 살고 있었기에 난 거의 다시 볼 기회가 없었는데 가족 장례식 때 집 근처에서 잠시 보았다. 어머니가 세 자녀들에게 집을 유산으로 남겼기에 의논하여 두 아들이 살기로 했단다. 아파트에 사는 형은 이 집으로 이사 올 예정이다. 

큰아들은 온갖 손재주가 있는 미장이 기술자이다. 요즈음은 매일 방을 새로 짓고 수리하느라고 주변이 소란하다. 쿵쾅, 똑딱. 장모님이 와서 살 방을 새로 하나 더 만들고 있다. 이층으로 올라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장모를 모시게 된 사연을 물었다니 위스콘신주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처형이 돌아가시고 3년 전에는 처형의 남편도 돌아가셔서 작은 딸인 아내가 모셔왔단다. 

결혼하면 남남처럼 사는 미국 풍습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 미국에도 이렇게 품성이 착한 자식들이 있구나. 대부분 어른이 되고 잘나면 잘날수록, 부모 멀리 사는 자식들이 많다. 그래서 이런 말이 통하는 세상인지 모르겠지만, ‘아내를 사랑하면 처갓집 울타리에도 큰절을 한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나도 어린 시절 어머니의 사촌 오빠가 온 처가식구 먹여 살리고 가르치며 사시는 걸 보았다. 난 큰아들 J와 자주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10살 때 부모가 이혼하셨지만 그 전까지 부부가 싸우는 걸 보며 무지 괴로웠다 했다. 그래도 J는 선한 얼굴로 자라 열심히 막노동하면서 좋은 아내와 결혼도 했다. 무엇보다도 성격이 다른 동생과 오순도순 날마다 정원에서 일하는 모습과 두런거리는 목소리를 들을 때면 정말 한 폭의 그림 같다. 

살아가며 돈이 많으면 뭐해. 돈 없이 살아도 좋은 차를 지니지 않아도 사람답게 살아가야지. 낡은 트럭과 낡은 현대제품 세단자동차를 보며 나는 우리 헌차를 한 대 넘기고 싶어 제안 해두었다. 지금도 우리가 애지중지 타고 있는 자동차이지만, 싼 가격으로 이윤 없이 넘겨 줄 예정이다. 지금은 공사하느라고 돈이 없지만 J가 아주 좋아하는 눈치이다. 공짜로 주면 귀중하게 여길 가치가 떨어지기에 난 조카에게도 반드시 돈을 조금이라도 받는다. 그래야 감사히 지닐 것이다. 

요즈음 같은 망나니 세상에 두 형제가 건실하게 살아가는 삶이 너무 존경스럽다. 세상에 희망이 보인다. 젊은이들은 사회주의가 얼마나 무서운지도 모르면서 따르려고 한다. 공짜로 대학교를 다니고 싶어한다. 쉬운 일만 하려하고 정부 돈이나 받으려고 하는 정신적 태도가 한심스럽다. 또 인공지능으로 감시하고 조정하는 전화기만 철없이 만지작거리는 세상이 슬프다. 책을 읽고 사색하면서 스스로 창의적으로 자기를 개발하려는 정신력이 전혀 없다. 소중한 자신의 두뇌가 전자파에 묻혀 소멸해가고 있는 것도 모른다.

필자소개
경북 사범대 화학과 졸업
월간 ‘피플 오브 샌디에이고’ 주필 역임, 칼럼니스트로 활동
방일영문화재단 지원금 대상자(2013년) 선정돼
세 번째 수필집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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