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㉑] 오픈소스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㉑] 오픈소스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1.11.06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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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란 기차가 출발한 이래 코로나19가 등장하여 이를 새로운 변화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런 새로운 환경에 지구인들이 특별한 거부감없이 받아드릴 수 있는 것은 그동안의 지구촌에서 진행된 사항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만만하게 도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대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말은 자본주의의 틀에서 급속하게 접목될 수 있는 결정적인 요건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거대한 변화의 틀이 무료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그동안 인터넷 세계에서 견지되던 ‘오픈소스’ 정책 때문이다.

그동안 지구촌은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vice)로 수많은 대용량의 컨텐츠를 전세계 어디서나 쉽게 열어보고 저장하고 처리한다. 클라우드의 진가를 교육 현장의 예로 설명한다.

학생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읽고 온라인으로 수강 신청을 하며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양질의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며 원격으로 시험을 볼 수도 있다. 교사는 수업 내용을 클라우드 서비스에 올려놓고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원격 교육의 장점은 누구나 교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진도에 따른 맞춤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비록 얼굴을 마주하지 않지만 ‘1대 1’교육은 기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종이 교과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전자계시판과 전자우편 등을 통해 각각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다. 특히 PC, 노트북, 스마트패드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학교 혹은 가정 어디에서든지 교과서 이용이 가능하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끊김이 없는 ‘심리스(seamless)한 확장성’이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학교 현장에서는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은 기존 종이로 만들어진 교과서에 각종 용어 사전은 물론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교육 자료가 함께 제공되어 학습 효과를 높여준다. 학습지원·관리 기능이 부가되고 다른 교육용 콘텐츠와의 연계도 가능해진다.

이런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예가 있다. 현재 많은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 신청 및 온라인 동영상 강의, 온라인 평가 시스템 등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해결하는데 이런 시스템은 세계 어떤 지역에 구애받지 않는다. 서울사이버대학교가 IT가 취약한 아시아 10개국을 대상으로 원격 동영상 강의 시스템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명문대학의 인기 강의는 업계와 학생들의 수요가 가장 높은데 일례로 서배스천 스런 스탠퍼드대 교수가 개설한 인공지능 개방형 온라인 강의(MOOC)에 세계 각지에서 무려 16만 명이 수강하여 ‘세계 최대의 강의실’이 만들어지는 기록을 만들어냈는데 이 역시 클라우드 서비스 덕분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어 비대면 교육이 반 강제적으로 시행되곤 하지만 이런 비대면 교육은 이미 전세계 많은 교육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은 전 세계인들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의 딥러닝 등 고유시스템을 기존의 접근법과 다른 관점으로 운용했기 때문이다. 딥러닝 연구의 돌파구를 연 제프리 힌턴 등 학계의 리더들이 오픈소스와 개방을 통한 기술 발전이라는 신념을 공유하면서 값진 연구 성과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는데 앞장섰다. 즉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개방과 공유, 오픈소스이다.

오픈소스란 기본적으로 이들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공지능 오픈 소스의 공개로 관련 플랫폼을 무료로 누구나 활용하고 테스트해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뜻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인공지능 개발 플랫폼인 딥마인드랩을 공개해 누구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페이스북도 개방형 머신러닝 개발 플랫폼인 토치를 기반으로 제작된 딥러닝 모델들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자연어 인식 기능의 인공지능 개발도구를 개방했다. 인공지능 도우미 코타나, 스카이프의 자동번역 기술도 오픈소스화했다. 테슬라자동차 그룹에서도 10억 달러 규모의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관(OpenAI)을 설립해 모든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대형 회사들의 이런 정책은 급속하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에서 플랫폼을 장악하려면 되도록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보 기술 거대기업들이 개발자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한 시도가 개방과 공유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오픈 소스 공개는 엄청난 파장을 갖고 왔다. 인공지능 연구가 확산되고 빨라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가장 큰 파급은 세계 각지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물이 곧바로 평가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 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종사하는 분야의 연구 논문이다. 권위있는 학회에 논문을 투고하면 심사위원 평가(피어 리뷰)를 통해 심사하고 학술지를 통해 공개했는데 보통 논문심사에 1년 이상이 걸리므로 다른 연구자들의 후속 연구는 2~3년 뒤에나 가능했다. 그런데 공개적인 논문 공개 환경이 조성되자 학자들은 저명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 논문과 실험 자료를 오픈 아카이브(arXiv)에 등록해 많은 연구자들로부터 검토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전문학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학회지 논문으로 공식 발표되기 이전까지 비공개되던 논문과 실험 자료에 대한 공개 접근(오픈 액세스)이 이뤄짐에 따라 이를 활용한 연구개발과 기술발전이 비약적으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연구 공유 사이트를 통해 논문이 선공개되므로 6개월 정도면 후속 연구가 나올 수 있게 되었는데 코로나19는 이를 보다 촉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마디로 논문을 게재하는 국제학술지들의 검토 시간이 대폭 단축된 반면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 속도는 훨씬 빨라진 것이다. 저널들이 많은 논문들을 최대한 빨리 게재하기 위해선 검토 시간을 대폭 단축해야 하는데 과거에도 논문 검토과정이 몇 주로 단축되어 6개월 정도면 논문이 발표되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논문 검토 과정이 심지어는 48시간 이하로 단축될 만큼 짧아졌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의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의 단서가 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핵심 단백질에 관한 논문이 <사이언스>지에 제출된 지 9일 만에 발간되기도 했다.

물론 일부 학자들은 논문의 검토 단축화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자칫 검토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심각한 결함이 있는 연구 결과가 미디어에서 널리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고, 다른 과학자들의 소중한 시간이 낭비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코로나19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 이처럼 빠른 논문 검토 및 발표 과정은 이점이 엄청나다. 치료제 및 백신을 더 빨리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단지 팬데믹에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훌륭한 논문의 빠른 발표 과정은 암이나 대기오염, 기후변화 같은 위협에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동료 검토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무관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고, 검토 및 승인 시간이 그만큼 낭비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도 이미 변화된 시스템이 계속 적용될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넷의 오픈소스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스타트업 회사가 바로 우버택시이다. 택시를 탈 때에는 우버(Uber)나 리프트(Lyft), 카카오택시(Kakao Taxi) 같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사용한다. 오프라인(Offline) 택시에 온라인(Online) 기술을 적용한 우버는 랙러릭 트레비스가 200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시작하여 기존 택시 서비스의 영역을 일반인이 자신의 개인 자동차를 택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대형 세미나, 이벤트들이 계속 열려 택시를 잡을 수 없게 되자 트레비스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좌석이 비어있는 개인 자동차에게 카풀(Car full)을 제안했다. 이것이 대박을 터트린 것인데 우버는 기술적으로 크게 진보한 모델이 아니다. 생각이 달랐을 뿐이다. 우버는 당돌하게도 ‘스마트폰을 쓰는 인류만을 위한, 스마트폰을 쓰는 인류만을 위한, 스마트폰으로만 지불 가능한 택시서비스’를 선보였다.

신사업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우월하지도 않았다. 사실 한국의 콜택시와 시스템이 다를 바 없다. 우버가 탄생할 당시 사업관점에서 본다면 모든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콜택시보다 시장성이 작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너무 극명했다. 중국에서만 우버택시 개념의 디디추싱은 1일 사용자가 불과 5년 만에 1,200만 명을 돌파했다. 즉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이용한다는 것으로 본질에서 유사한 기능의 콜 택시와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고객들이 콜택시보다 우버를 선호한 것은 유선통화와 폰은 비교할 수 없는 차별성을 갖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료이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신인류에게 ’낯선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설명하고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는 시대화에 뒤떨어진 시스템이었다. 이를 비대면 기술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들 기술들은 이미 정착된 O2O, 오픈소스 등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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