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에카테린부르그 ‘피의 성당’ 방문기
[해외기고] 에카테린부르그 ‘피의 성당’ 방문기
  •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전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
  • 승인 2021.12.02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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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카테린부르그는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와 가족들이 비극적 최후를 마친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사회주의혁명 이후, 니콜라이 2세는 가족과 함께 유폐되어 거주 중이던 한 주택에서 1918년 7월 여름밤에 재판도 거치지 않고 갑작스레 처형당하게 된다.

당시 소련 당국은 니콜라이 2세 가족의 처형 사실을 비밀에 부치거나 혹은 거짓 정보를 흘리는 등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무척 애썼다.

소련이 무너진 후 황제 가족 처형의 진실이 알려졌고 시신들이 묻힌 장소도 발견됐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니콜라이 2세는 소련의 정치적 피해자로 인정되어 복권이 이루어지게 됐고 러시아정교회에서는 그를 성인으로 시성했다.

지금은 황제 가족이 처형됐던 장소에 ‘피의 성당’이라고 이름 붙여진 성당이 세워져 역사적 비극을 기념하며 황제 가족의 영혼을 위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성당은 매우 큰 규모였다. 성당 내부는 여느 러시아성당들처럼 그리스도교 성인들과 성서적 사건들을 담은 벽화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성당 깊은 안쪽엔 니콜라이 2세 가족의 죽음을 상징하는 관이 어둠 속에 안치되어 있었다. 방문했을 당시에 관 앞에선 몇몇 사람이 묵상하며 참배하고 있었다. 성당 한쪽엔 황제 가족을 기념하는 박물관도 있었다. 박물관엔 니콜라이 2세와 가족들의 평화로웠던 일상생활이 담긴 유물들을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성당을 둘러 보면서 나는 예전 읽었던 책에서 “소련 사회주의는 시작할 때 죄 없는(황제의) 아이들을 살해했던 것에서부터 이미 그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라고 썼던 어떤 러시아 역사학자의 말씀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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