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관장 “한국이민사박물관, 1만2천여 재외동포 유물 소장”
김상열 관장 “한국이민사박물관, 1만2천여 재외동포 유물 소장”
  • 제주=이석호 기자
  • 승인 2021.12.08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이 지난 12월7일 제주에서 열린 재외동포 전문가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이 지난 12월7일 제주에서 열린 재외동포 전문가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석호 기자= “여기에 보이는 게 방고(番号, number plate)입니다.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서) 우리 조상들은 이걸 목에 걸고 일했어요. 일본어로 번호를 방고라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하와이에서 이름으로 불리는 게 아니라 번호로 불렸습니다.”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이 지난 12월7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재외동포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재외동포 전문가간담회에서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소유하고 있는 전시물들에 대해 소개했다.

재외동포재단은 지난 12월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재외동포 전문가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이튿날 열린 간담회 주제는 ‘재외동포 디지털 아카이브 추진’이었다.

“조상들이 7220번, 7229번 이런 식으로 불린 것입니다. 방고는 월급을 받을 때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옆 사진은 가죽 채찍입니다.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서 감독들이 이 채찍을 들고 감시를 했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하와이 한인 노동자들이 목에 걸었던 방고와 감독들의 채찍.아래 사진은 하와이 한인이 미국 시민권을 발급받기 위해 제출한 신청서, 시민교육과정 카드.
위 사진은 하와이 한인 노동자들이 목에 걸었던 방고와 감독들의 채찍.아래 사진은 하와이 한인이 미국 시민권을 발급받기 위해 제출한 신청서, 시민교육과정 카드.

김 관장이 다음 화면으로 넘기자 1953년 하와이 이주 한인 김도라씨가 미국 시민권을 발급받기 위해 제출한 시민권 발급신청서, 시민교육과정 카드가 나왔다. 당시 하와이 한인들의 생년월일, 출생지, 현 거주지, 가족 관계 등이 어떻게 기록됐는지를 알 수 있는 유물들이다.

그다음으로 화면을 넘기자 강제이주를 당해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고려인들의 사진들이 보였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거주하는 사진작가가 기증한 이 사진으로 우즈베키스탄 한인들이 임대농업으로 생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김 관장은 설명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에는 1만2천여점의 유물이 있습니다. 이중 재외동포들이 기증한 유물이 71%에 달합니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인천시와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아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이다. 미주 이민 100주년이 됐던 2003년 건립됐다. 인천시 중구 월미로에 있는 박물관의 크기는 약 306평(건물)으로 4개 전시실, 기획전시실, 강당, 수장고 등이 있다.

김 관장은 국내 전문 연구기관과 현지 재외동포 단체와의 공동 조사를 통해 유물들을 수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CIS 지역 유물 수집에는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전러시아고려인협회, 카자흐스탄 한국문화세터와 일본지역은 청암대학교 재일코리언연구소와, 중국지역은 인하대 한국학연구소와 협력하고 있다. 이밖에 사할린 이주역사는 영주귀국 동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입양인 역사는 귀환입양인과 위원회를 구성해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인천시 중구 월미로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사진=인천시]
인천시 중구 월미로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사진=인천시]

“재외동포 유물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재외동포 사망 시 유품을 매장하거나 태워버리는 경우가 많고, 재외동포들이 이주를 여러 차례 하는 경우가 많아서 생활 용구와 자료들이 소실됩니다.”

이민사박물관이 내년이면 설립 20년이나 돼서 박물관 보관 장소에 여유가 많지 않다는 것도 고민이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이영근 재외동포재단 기획이사, 유동현 인천광역시립박물관장, 허윤현 한국이민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등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김 관장은 “온라인 언텍트 시대적 흐름에 맞춰 오프라인이 아닌 네트워크 장의 정보를 정리하고 저장할 시스템 마련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민사 자료가 있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료를 업로드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

“해외 한인들이 거주하는 곳에 박물관이 생기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소중한 유물들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인들에게 이민 유물이 귀하다는 걸 알려야 하는데요, 현지에 박물관이 생기는 것 이상의 홍보 효과는 없으니까요.”

제주도에서 이틀간 열린 재외동포재단 전문가 간담회는 국내체류동포 연구용역 결과보고회, 재외동포공공외교 활성화 토론, 재외동포 디지털아카이브 추진 토론 등 크게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예년과 달리 여러 세션으로 분리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다수 인원의 한 공간에 모이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