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미주총연 분열 마침표 찍을 4자회동을 제안한다
[이종환칼럼] 미주총연 분열 마침표 찍을 4자회동을 제안한다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 승인 2021.12.16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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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일, 김병직, 국승구, 폴송 회장이 만나 해법 찾기를… 미주한인사회 대서사시 쓸 기회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도도한 장강의 물, 동쪽으로 구비치고/ 무수한 영웅들도 물보라에 사라졌네/ 시비성패도 고개 돌려보면 부질없는 일/ 저녁놀만 수없이 붉게 타올랐을 뿐.(滾滾長江東逝水, 浪花都盡英雄, 是非成敗轉頭空, 幾度夕陽紅)

우리한테도 익숙한 소설 ‘삼국지’의 서문이다. 삼국지는 영웅들의 서사시다. 황제를 손아귀에 쥐고 천하를 호령한 조조, 종친이란 명분을 내걸고 복고를 꾀한 유비, 반조조 기치를 내걸고 세력을 통합해 분립한 손권. 그리고 이 세 세력의 싸움 속에 입신양명을 내건 무수한 영웅호걸들의 명멸해 가는 이야기가 소설의 속살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영웅들의 대서사시 속에서 정작 쓰러지고 죽어난 것은 민초와 백성들이었다. 이 때문에 삼국지의 저자는 ‘시비성패도 고개 돌려보면 부질없는 일/ 저녁놀만 수없이 붉게 타올랐을 뿐’이라고 탄식했다. 

삼국지의 이 구절을 떠올린 것은 국승구 회장과의 통화를 하고 나서였다. 시애틀에서 열린 민주평통 청년 컨퍼런스에서 소소한 해프닝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그 행사에 참여한 국승구 민주평통 덴버협의회장한테 카톡을 보낸 게 긴 대화로 이어졌다.

국 회장은 제29대 미주총연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레곤 출신의 김병직 회장과 텍사스의 고창순 회장의 입후보 소문이 무성할 때였다. 2년 전 미주총연과 갈라서 독자 행보를 해온 미주한인회장협회(미한협)가 미주총연과의 통합을 목표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이민휘 미주총연 조정위원장과 통합합의서도 만들어 놓았던 시점이기도 했다.

지난 9월 발표된 통합합의서는 미주총연 차기회장이 통합 회장을 맡고, 미한협에서는 이사장을 맡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미한협의 통큰 양보였다. 미주총연에서는 회장만 제대로 뽑으면 통합은 따놓은 당상 같았다. 그렇게 해서 미주총연은 물론 미한협도 참가하는 통합총회가 11월20일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쉬울 것 같았던 총연 회장 선거가 꼬이기 시작했다. 후보들의 협의로 선거 일시 장소가 바뀌는 듯하더니, 급기야 장소를 시비로 해서 선관위가 두 개로 되고, 선거도 12월11일 워싱턴과 내년 1월8일 시카고로 각기 따로 치르게 됐다. 
     
서영석 선관위에 혼자 등록한 김병직 후보는 12월11일 워싱턴에서 인준을 받고 총회장에 선출됐다. 스칼렛 엄 선관위에 혼자 등록한 국승구 회장은 내년 1월8일 시카고에서 인준 총회를 열기로 했으나, 2월18일 덴버 개최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 사이에 이를 지켜보던 미한협은 12월4일 단독 총회를 열어 서정일 회장을 제2대 미한협 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면서 미주총연이 단일 회장을 내면, 대통합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과연 오랜 분열을 끝낼 대통합의 해법은 없을까? 김병직 회장과 국승구 당선자가 서로 합의해서 한명이 총회장이 되는 방법은 없을까? 아니면 누구도 생각못한 기발한 해법은 없을까? 국승구 회장과 기자의 대화는 이 해법을 둘러싼 것이었다.

대화 중 국승구 회장이 4자회동을 제안했다. ‘미주총연1’의 김병직 회장과 ‘미주총연2’의 국승구 당선자, 그리고 미한협의 서정일 회장, 미한협 비대위원장인 폴송회장의 4명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보자는 제안이었다. 

‘궁즉통(窮卽通)’이라는 말이 있다. 이치를 다 동원하면 해결되는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지는 이 칼럼으로 미주총연 통합을 위한 4자회동을 제안하려고 한다. 폴송 미한협 비대위원장한테 연락하자, 그도 수락할 수 있다고 했다. 김병직 회장과 서정일 회장의 수락은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이분들도 ‘통합’이라는 숙원이자 대의를 위해 시간을 낼 것이라고 본다. 회동은 올해가 가기 전이 이뤄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주한인회장 사회는 그동안 긴 분열과 반목의 시기를 겪었다. 소송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그사이 이들을 보는 주변의 눈도 차갑게 변했다.

하지만 긴 반목과 분열을 청산해야 할 시기가 이제 왔지 않나 싶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처럼 이제는 통합으로 가야하지 않나 싶다. 만약 이번의 기회를 놓친다면 미주총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하는 존재가 될지 모른다.

‘시비성패도 고개 돌려보면 부질없는 일’이라고 탄식한 삼국지 서문은 그것으로 마침표를 찍은 게 아니다. 바로 뒤에 유명한 문구가 이어진다. ‘분구필합(分久必合)’이다. 오래 갈라진 뒤에는 반드시 합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 뒤에 도원결의의 장이 이어진다. 삼국지의 서막이다. 
  
미주총연도 이번 기회에 ‘분구필합’하는 ‘도원결의’의 장을 열어보면 어떨까? ‘4자회동’을 통해 ‘분구’를 끝내고 미주대륙 한인사회의 희망의 대서사시를 써보면 어떨까? 4자회동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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