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①] 탄로가와 삼팔선
[우리 시조의 맛과 멋 ①] 탄로가와 삼팔선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 승인 2022.02.21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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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탄로가
-우탁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떠니
백발이 제 몬져 알고 즈럼길로 오더라.

고려 말의 학자 우탁 선생이 지은 시조다. “한손에 막대를 잡고 또 한 손에 가시를 쥐고 늙는 길을 가시로 막아 놓고, 오는 백발은 막대로 오지 못하게 치려고 했더니, 백발이 그 의도를 먼저 알아차리고 지름길로 몰래 오더라”는 뜻이다. 백발과 늙음을 사람 힘으로는 막으려는 생각을 막대와 가시, 늙는 길과 백발을 적절히 대조시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늘 젊고 생기발랄하고 싶다. 그러나 세월이 그냥 놓아두지 않는다. 인간이나 만상이 태어나 늙는 것은 자연의 법칙인데 이를 거스르고 싶은 마음이 작품 속엔 숨어 있다. 자연 이치에 저항하려는 해학적인 표현을 통해 사람이 늙는 것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소박하게 보여주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백발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인생 달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신하고 감각적인 표현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유준호 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삼팔선
-
정소파

서글픈 삼팔선을 밤 새워 넘어가네.
새벽 달 지새는데 깊은 산골 접어들어,
내 나라 내 땅 내 길을 몰래 갈 줄 뉘 아리.

지은이 정소파는 195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1912년에 태어나 2013년까지 장수한 광주출신 시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미·소 양국이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나누어놓은 군사분계선을 작품화하였다. 내 나라 내 땅인 삼팔선인데도 몰래 오갈 수밖에 없는 한심스런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누군들 이런 모습이 될 줄 상상이나 했겠나. 그래서 “뉘 아리”라는 말로 그 한스러움을 표현하였다. 같은 민족끼리 오손도손 잘 살아야 하는데 대립의 상징물이 된 이 “삼팔선”이란 허리띠이다, 지금은 꾸부정한 휴전선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이 “선”이 속 시원히 풀릴 날은 그 언제가 될는지. 풀릴 듯 풀릴 듯 풀리지 않고 흘러만 가는 세월이 더없이 안타깝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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